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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로 끝난 과거사위의 진상규명김학의 뇌물 수수 혐의 적용 외 성과 없어…장자연 사건의 경우, 조선일보 사주 연루 가능성 인정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06.05 09:52

법무부 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권고한 사건들에 대한 결론이 거의 마무리 단계다. 하지만 새로운 사실을 밝히거나 그간의 잘못을 바로 잡는 것보다는 과거 검찰의 수사 내용을 크게 뒤집지 못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4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 등을 구속기소한다고 밝힌 바도 그렇다. 수사단은 김학의 전 차관에 특가법상 뇌물수수를 적용했는데 액수는 1억 7천여만원 정도이다. 이 중 1억원은 윤중천 씨가 김학의 전 차관의 지인 채무 1억원 정도를 면제해 준 것이고 약 4천만원 정도는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받은 돈이다. 여기에 윤중천 씨가 여성들을 폭행하고 협박하며 성접대를 강요한 것이 액수 불상의 향응으로 기소 내용에 포함되었다.

수사단의 설명에 의하면 이 정도라도 가능했던 것은 공소시효가 도과해 뇌물공여 혐의를 받지 않게 된 윤중천 씨가 과거 수사 과정에서는 하지 않았던 새로운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자면 과거 수사에서는 이 증언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결론이 불가피했다는 얘기가 된다.

수사단은 그간 제기된 의혹의 핵심인 김학의 전 차관의 성폭력 혐의를 기소 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수사단이 이런 판단을 하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김학의 전 차관이 피해여성 모씨와 여러 차례 성관계를 맺긴 했지만 직접 폭행이나 협박을 한 바 없고, 피해여성이 윤중천 씨의 강요로 성관계에 응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수사단은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은 김학의 전 차관이 맞지만 여성이 누군지는 특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부실한 수사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수사단은 윤중천 씨가 지속적으로 피해여성 모씨를 폭행 협박해 성관계를 맺인 것으로 봐서 윤중천 씨에게 강간치상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수사단은 또 청와대가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헀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야당 의원을 탄압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수사지시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언급하고 있다. 자신이 대통령의 딸인 문다혜 씨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보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과거사위가 수사를 촉구했던 윤중천 씨와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의 관계에 대해서도 수사단은 수사가 가능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과거 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된 이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판단을 했다. 결국 이 사건에서 검찰 내부인으로 처벌받게 된 사람은 김학의 전 차관 단 한 사람이 되는 셈이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의 여환섭 단장(청주지검장)이 4일 오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과거사위의 재수사 권고 대상 중 하나인 장자연 씨 관련 사건도 미진한 결과물을 남기게 된 것은 마찬가지다. 과거사위는 장자연 씨가 술접대에 동원된 정황이 있었다는 점까지는 확인했지만 성접대나 성폭력 등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성접대 의혹의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리스트’의 존재 여부에 대해선 아예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도 못했다. 다만 이 사건에 조선일보 사주 일가가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정황 등이 인정된 것은 성과이다.

용산 참사에 대한 과거사위의 결론도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과거사위는 당시 경찰의 직무유기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부적절했다는 이유로 공식 사과를 권고했다. 하지만 당시 검찰 수사팀은 이러한 결론에 대해 “지극히 주관적 추상적 의심에 불과하다”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이다.

이 정도면 ‘용두사미’에 그쳤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수사 권한 등 구조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해야 했던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의 현실을 되짚어 봤을 때 예정된 결론이었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재수사를 특검이 아니라 검찰에 다시 맡긴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고 수사단을 오히려 수사해야 한다는 더욱 강경한 목소리도 있다.

여러 아쉬움이 많지만 적어도 의혹의 대상이 된 사건들의 얼개가 더욱 분명해진 것을 성과로 볼 수도 있다.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의 경우 이번 수사를 통해 검찰 고위직들과 건설업자 등이 여성에 대한 일방적 착취를 근거로 해서 같은 이해관계 속에 서로 묶이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또 검찰총장까지 거론되던 인사의 추문이 드러났는데도 법무부 차관 임명을 강행한 박근혜 정권의 문제 또한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 경찰이 김학의 전 차관 동영상 확보 사실을 청와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가 이런 추문의 존재 자체를 확인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법무부 차관 인사가 강행된 것은 김학의 전 차관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떤 관계가 작용했다고 보지 않으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장자연 씨 사건의 경우 조선일보사가 조직적으로 수사에 개입한 단서가 드러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가질 수밖에 없는 의문은 조선일보사가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사주 일가를 보호하겠다는 의도에 더해 이 사건과 부적절한 방식으로 얽혀 있는 중요 인물들과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가 아닌지 의심된다. 장자연 씨라는 여성이 기획사와의 부당한 계약관계, 권력층을 대상으로 하는 일상화 된 접대, 언론권력을 중심으로 한 수사은폐라는 3중의 구조에서 착취를 당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과거에 수사기관이 작정하고 수사를 해태한 사건에 대해선 앞으로 재조사를 하더라도 핵심 의혹의 당사자에 대한 법적 처벌은 여전히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렇게라도 드러난 진실의 일단을 붙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검찰과 경찰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는 것만큼, 드러난 사실들을 사회적으로 평가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일은 소수의 사람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뭔가를 간신히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일부로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오늘도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에 대한 조롱조의 기사 및 칼럼을 지면에 실었지만, 여전히 정치와 언론이 이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의 정치와 언론이 믿음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은 오늘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동력이 되기를 바래본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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