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최근 각 정부부처의 데이터 활용 정책이 쏟아지면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잘 쓰는 나라'라는 비전을 내걸고 있지만 '안전'보다는 '쓰는'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사업'으로 10개 과제를 선정했고, 같은달 16일 의료·금융·에너지 등 마이데이터 서비스 8개 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같은달 22일 보건복지부, 과기정통부 등 부처 공동으로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구축을 포함한 '바이오헬스 산업전략'을 발표했다.

어제(3일) 금융위원회와 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은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신용정보원은 약 4000만명의 신용정보를 가공해 민간에 제공하는 '크레DB'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핀테크기업, 금융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용 가능하다. 금융보안원은 금융회사가 일반 기업과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는 '금융분야 데이터 거래소' 구축 계획을 내놨다. 각 정부부처 곳곳에서 데이터 활용 정책이 본격적인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사업」10개 과제 선정 결과.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진보네트워크, 참여연대 등 8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30일 '폭주하는 데이터 활용 정책, 개인정보가 위험하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우리는 데이터를 비즈니스나 공공정책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특히, 개인정보가 아닌 데이터는 더 널리 공유되고 활용될 필요가 있다"며 "문제는 개인정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가명처리를 하면 안전하다고 하지만, 가명정보 역시 언제든 재식별 될 수 있는 개인정보다. 가명정보가 무분별하게 판매, 공유, 활용될수록 개인정보 침해 위험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가명정보'는 말 그대로 가명형태의 정보로서 시민사회는 가명정보에 추가 정보를 결합할 경우 개인을 특정할 수 있어 '개인정보'처럼 취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명정보의 교환이 개인정보의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기정통부가 선정한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사업' 10개 과제를 예로 들었을 때,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의 경우 SBCN, KT 등 빅데이터 센터의 데이터(개인정보)를 비씨카드의 플랫폼으로 모으기 위해서는 공통의 연계키가 필요하고, 이는 가명정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또 시민단체들은 암 빅데이터 플랫폼의 경우 삼성서울병원·연대 세브란스병원 등 센터의 데이터를 국립암셈터 플랫폼을 통해 연계 통합할 것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박근혜 정부 당시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른 처리와 다를 바 없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른바 '마이데이터' 산업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에 설명에 따르면 '마이데이터(MyData)'란 정보주체인 개인이 본인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통제하고 이를 신용·자산·건강관리까지 개인생활에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다. 마이데이터 산업은 이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마이데이터 산업은 정보 활용시 정보 주체인 본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 침해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고지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기업의 정보제공 유도 관행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의료 마이데이터와 같이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해 소비자들에게 개인정보 제공이 사실상 강제될 가능성은 없는지 등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시민단체들의 우려가 지속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31일 오후 경기도 성남 판교 스타트 업 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개인정보 중에서도 민감한 정보로 여겨지는 개인건강정보의 빅데이터 구축 및 활용은 '의료민영화'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보험사가 개인건강정보에 접근해 활용할 경우를 두고 "연성 의료민영화, 1차 의료의 영리병원화"라고 비판했다. 국민건강보험이 해야 할 건강증진, 병의 예방 등의 부분을 민간 영역에서 의료정보 등 건강정보 접근을 통해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예컨데 보험사가 건강보험공단에 쌓여있는 개인의 의료·치료정보에 접근해 관련 보험 상품들을 개발·판매하고, 의원·건강검진센터 등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정 사무처장은 "이 데이터들을 가지고 보험상품도 판매되고, 보험의 손해율 같은 것도 단순히 계산할 수 있고, 이후에는 보험 가입자를 선별할 수 있고, 위험률도 별도로 계산할 수 있고, 데이터가 만약 재식별화 되면 온갖 것을 다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일반적인 가명정보의 특성에 더해 생체정보, 질병정보, 유전체 정보 등이 결합될 경우 개인이 특정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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