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숙청설'이 나돌았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북한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조선일보는 김 부위원장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고 '혁명화 조치'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혁명화 조치는 강제노역과 사상교육을 의미한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조선일보 보도를 근거로 "문재인 대통령보다 김정은이 낫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제2기 제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서 당선된 군부대들의 군인가족예술소조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이날 공연에는 최근 실각설이 나돌았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흰색 원)도 배석해 건재함을 확인했다. (연합뉴스)

3일 연합뉴스는 <北김영철 공식석상 등장·건재확인…김정은과 軍공연 관람> 기사를 게재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일 제2기 제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 당선된 군부대들의 예술소조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전했다"며 "특히 이날 공연에는 그동안 숙청설이 나오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도 함께 관람해 건재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국내 일부 언론은 김 부위원장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혁명화 조치를 당해 강제노역을 하고 있다고 전했으나,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는 행사에 동행함으로써 정치적으로 건재함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2019년 5월 31일자 조선일보 1면.

연합뉴스가 언급한 일부 언론은 '조선일보'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1일 1면에 <"김영철은 노역刑, 김혁철은 총살"> 기사를 걸었다. 조선일보는 "대미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혁명화 조치(강제노역 및 사상 교육)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하노이 협상 결렬로 충격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부 동요와 불만을 돌리기 위해 대대적 숙청을 진행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김영철은 해임 후 자강도에서 강제 노역 중"이란 '북한 소식통'의 발언을 근거로 이 같은 보도를 했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행사에 자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조선일보 보도는 오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조선일보의 보도를 근거로 한 발언으로 정치권에서는 '막말'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정용기 의장은 조선일보 보도를 언급하며 "지도자로서 조직을 이끌어가고 국가를 이끌어가려면 신상필벌이 분명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잘못하니까 책임을 묻는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관계, 북한 핵·미사일 문제, 대일 관계, 대미 관계가 모두 엉망진창이 됐는데 책임져야 할 사람한테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 의장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이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이 문제가 되자 정용기 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사권자로서 대통령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한 얘기를 왜 왜곡하느냐"며 "제가 '북한에 인권이 없고 김정은이는 야만적'이라고 한 말을 아예 빼고 보도한 매체는 그 의도가 뭔지 묻고 싶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조선일보 보도가 오보로 확인되면서 정 의장은 더욱 난처한 상황이 됐다.

▲3일자 연합뉴스 보도.

연합뉴스도 김영철 부위원장의 건재 소식을 전하며 일부 오보를 내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이 자리에는 처형설이 나오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도 함께해 건재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처형설을 제기한 북한 인사는 김 부위원장이 아닌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다.

세계일보도 김 부위원장의 소식을 전하며 <김영철 살아있다…보란 듯 김정은과 함께 공연 관람>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다만 기사 내용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노동교화형에 처해졌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고 했다.

한편 조선일보가 처형설을 제기한 김혁철 대미특별대표의 신상에 대해서도 외신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관리들과 외교관들의 발언을 근거로 김혁철 처형설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거나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BBC도 과거 '현송월 처형 오보', '리용길 전 인민군 총참모장 숙청 보도' 등을 언급하며 "북한 관리 숙청 보도를 다루는 데 극도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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