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피해자와 가족의 개인정보가 담긴 정부 내부 문서가 언론에 유출돼 행정안전부가 사과했다. 행안부는 "개인정보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정부 부처에서 이런 일로 피해자와 가족,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언론이 피해자 및 가족들에 대한 취재·보도에 신중을 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행안부는 31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헝가리 사고의 원활한 수습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수집한 피해자 및 가족의 개인정보가 지원업무 처리 과정에서 유출됐다"며 이 같이 사과했다.

30일 오후(현지시간)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군과 경찰 등이 수색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행안부는 "실의에 빠진 피해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또한 향후 이런 개인정보 유출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유출 경위를 철저히 밝혀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재난 대응 수습에 있어 피해자와 가족의 개인정보를 더욱 세심하게 관리하겠다. 다시 한 번 심려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재차 사과했다.

또한 행안부는 피해자 및 가족의 개인정보가 언론에 유출된 상황에 대해서는 "언론인들이 '재난보도 준칙'에 따라 피해자와 가족 등에 대한 취재·보도는 신중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출된 문건은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수습 상황보고'라는 이름의 내부 보고서다. 행안부는 오늘 해당 문건을 관련 정부부처와 기관에 배포했는데, 이 과정에서 SNS를 통해 문건이 일부 언론사에 유출돼 논란을 빚었다. 보고서는 총 3장으로 사고 피해와 구조진행 상황, 피해자 및 가족의 명단과 주소, 연락처, 가족관계 등이 담겨 있다.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은 언론이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에 대한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 표현, 부적절한 신체 노출,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으며 ▲불필요한 반발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지나친 근접 취재를 자제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의 상세한 신상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 외에도 언론사와 제작책임자가 속보 경쟁에 치우쳐 현장기자에게 무리한 취재나 제작을 요구함으로써 정확성을 소홀히 하도록 해서는 안 되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대표자를 정했을 경우에는 이들의 의견을 적절히 수용하고 보도에 반영해 피해자와 언론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이번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에 있어 재난보도준칙을 어긴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보도유형은 '사망보험금' 보도다.

헝가리 유람선 사고 사망자 보험금 소식을 다룬 언론사들 (사진=네이버 뉴스화면 캡쳐)

한국인 탑승객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중앙일보, 뉴스1, 한국경제, 아주경제, 머니투데이 등의 매체들은 여행자보험금을 계산한 보도들을 쏟아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세월호와 단원고 학생들의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사망 보험금을 계산한 언론이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사고 이틀째인 오늘까지도 언론의 보험금 보도는 멈추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31일 종합일간지 중 유일하게 <헝가리 선박회사가 배상 책임… 참좋은여행사는 '60억 보험 가입>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어 이번 사고와 관련한 배상 책임소재 전망과 배상액, 보험금 지급 관련 내용 등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31일 종합일간지 중 유일하게 <헝가리 선박회사가 배상 책임… 참좋은여행사는 '60억 보험 가입>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어 이번 사고와 관련한 배상 책임소재 전망과 배상액, 보험금 지급 관련 내용 등을 보도했다.

참좋은여행사측조차 이 같은 언론의 취재와 보도에 의문과 우려를 나타냈다. 참좋은여행사측은 30일 브리핑에서 "기자분들의 많은 질문이 있어 이 사항을 넣었습니다만, 저희 여행사는 전 고객들이 여행자 보험에 가입돼 있고 저희 회사도 ○○화재와 ○○화재에 가입돼있다"면서 "저희 회사는 비용문제를 떠나 회사의 모든 총력을 기울여 이번 사고가 원만하게 수습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29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승객 33명과 헝가리인 승무원 2명이 탑승한 유람선이 크루즈선과 충돌하는 침몰사고가 발생해 현재까지 구조작업이 진행중이다. 한국인 탑승객 33명 중 현재까지 구조된 인원은 7명, 7명이 사망했고 19명은 실종됐다. 헝가리 선원 2명도 실종돼 모두 21명이 아직 실종 상태다. 사고 피해자 가족 50여명은 오늘 헝가리 현지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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