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 2월 언론운동시민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의 미디어 정책은 없다"고 비판했다. 세 달 후 팩트체크 전문 매체 '뉴스톱'이 문재인 정부 2년을 맞아 공약을 전수조사해 평가한 결과, 언론 공약 이행률은 '0%'라는 수치가 나왔다. 완료된 공약이 없을 뿐더러 진행 중인 공약도 예산 편성을 통해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언론 정책이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언론시민사회 중심으로 언론 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을 촉구하고, 시민 네트워크를 구성해 언론개혁 전반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자는 제안이 나왔다. 언론 자유는 신장되고 있지만 언론불신은 지속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언론 적폐'와 '기레기'는 사라졌는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정부정책은 과연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 것인지, 미디어의 상업적 이해관계가 미디어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조 주최로 '미디어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및 시민네트워크' 제안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조 주최로 '미디어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및 시민네트워크' 제안 토론회가 열렸다. 시민사회, 학계, 언론 종사자 등이 참여하는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가칭)를 구성해 시민의 관점에서 미디어 공공성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대통령 소속 '미디어개혁국민위원회'(가칭) 설치해 언론정책 전반에 대한 사회적 논의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이날 시민네트워크 준비위원회는 "2019년 오늘, 우리의 미디어·언론은 안녕한가?"라는 질문으로 제안회 문을 열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우리나라 언론자유지수는 '촛불민주주의' 이후 상승세에 있다. 2016년 70위였던 언론자유지수는 2019년 41위가 됐다. KBS·MBC 두 공영방송의 경영진이 교체된 지도 1년이 넘었다. 그러나 언론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가 발표하는 언론보도 신뢰도는 2017년, 2018년 모두 세계 37개국 중 37위로 최하위다.

미디어 환경은 어떨까. 준비위는 "미디어 기술과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고 산업적·상업적 경쟁 역시 가속화하고 있다. 허위왜곡정보와 페이크 뉴스의 경계선은 모호해지고 있으며,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콘텐츠가 저널리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미디어·언론 정책과 법제도는 변화하는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책 방향성마저 혼란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준비위는 "미디어의 산업적·경제적·상업적 이해관계가 미디어·언론의 공공성이나 수용자 복지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며 "미디어와 언론이 극한 대립의 진영 논리를 재생상하면서 젠더 갈등, 계층 간 갈등, 노동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묻는 질문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련의 '적폐 청산' 과정을 거쳐 왔음에도 언론과 시민들 사이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 현재, 결국 시민사회의 연대와 참여 없이는 언론 개혁이 요원하다는 게 준비위의 제안이다. 시민참여로 구현하는 미디어 공공성이란 무엇인지 시민들이 함께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범사회적 토론 기구를 통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언론 개혁을 구현하자는 것이다.

채영길 민언련 정책위원(한국외대 교수)은 현재 상황에서는 그 실체가 모호하고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미디어 공공성' 개념에 대해 시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미디어 공공성'의 개념을 시민사회 논의의 장으로 끌어당기는 실천적 행위를 통해 개념을 구체화해 나가고, 이를 업계 논리에 의해 소외된 공공성 정책들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동찬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언론 상황이 현재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정부 책임이 결코 작지 않지만 공영언론과 노동조합, 학계, 시민사회 역시 미디어개혁의 동력을 상실한 것은 아닌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미디어개혁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시민사회 협력을 통한 개혁 논의 활성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시민사회로 좁혀보면 기존 언론시민사회가 집중했던 언론 정책적 측면, 예를 들어 방송통신규제기구 재편이나 공영방송 시스템의 안정화, 플랫폼 다변화와 독점방지 등의 분야 외에도 인권보호, 미디어노동, 프로그램 젠더감수성, 저널리즘 강화 등 전체 시민사회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미디어 공공성 개혁 분야를 도출하고, 확장시키는 작업을 통해 언론 개혁의 동력으로 삼자는 얘기다.

준비위는 시민네트워크 논의를 통해 도출된 미디어 공공성의 개념과 이를 구체화 한 정책들을 대통령 소속 범사회적 논의 기구인 '미디어개혁위원회'의 논의 테이블에 올려 현실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서중 민언련 정책위원장(성공회대 교수)은 "기존 언론 중심의 공공성 논의는 한계에 부딪혔다. 공공성 개념이 무엇이고 방향이 무엇인지 경험하는 사이 산업과 정책은 움직이고 있다"며 "시민네트워크는 공공성 개념을 구성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의제를 제안하는 역할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정책위원장은 "시민네트워크는 운동의 주체일 수는 있지만 정책의 주체일 수는 없다. 정책의 주체는 분명히 정부나 국회가 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시민들이 언론개혁에 있어 정책적으로 제도화하는 데 동의한다면, 네트워크에 참여하면서 미디어개혁국민위원회 추진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