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정의롭다던 SBS 보도국에서 방송작가 부당해고 문제가 나오니까 법리적으로 해결하자고 나온다”
“지상파의 유명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막내작가로 일했는데, 밤을 새우면서 만든 프로그램이 노동 이슈였다”
“출산 경험이 있는 방송작가 11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유급 출산 휴가를 받은 작가는 1명이었다”

방송작가들이 부당한 노동실태를 고발하고 나섰다. 방송작가들은 고용의 불안정성, 상시적인 해고 위협, 모성권 보장 미흡 등을 문제로 꼽았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실제 방송작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중요하다”면서 “양식이 있는 각 방송국 사장님들부터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30일 국회 본청 223호에서 정의당과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가 주최한 <정의당 이정미 대표X방송작가 노동자들의 뼈 때리는 Talk>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외주제작사 소속 작가 A씨는 “방송사가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작가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정의당과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가 주최한 <정의당 이정미 대표X방송작가 노동자들의 뼈 때리는 Talk> 간담회 (사진=미디어스)

A씨는 “한 종합편성채널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에서 작가로 일했다. 당시 제작팀은 기존 작가진 몰래 새 작가 팀을 꾸렸다”면서 “이유는 ‘방송 시청률이 낮아서’였다. 새로운 작가 팀이 꾸려진 후 제작진은 우리에게 ‘나가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제작진은 ‘너희는 프리랜서인데 자를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답했다”면서 “담당 PD는 ‘내가 메인작가보다 돈을 덜 벌어도 정규직 하는 이유가 이런 거다’라고 말했다. 아쉬우면 정규직 하라는 취지였다”고 지적했다. A씨는 “부당해고는 비단 그 프로그램만의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SBS 뉴스토리 작가 해고 사태 당사자인 B씨는 “결과적으로, SBS는 작가들에게 소송하라고 했다”면서 “소송을 하면 증거 싸움으로 가야 하는데 당시 작가들에게는 여력이 없었다. 결국 소송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B씨는 “뉴스토리 사태 이후 SBS에서는 표준계약서를 원안대로 수정해 다시 만들었다”면서 “그 부분에 만족하고자 했는데, 우리 사태를 보고 부당해고 구제를 포기하는 작가들이 있었다. 조용히 묻은 게 후회가 된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2월 SBS 보도국은 ‘개편’을 이유로 뉴스토리 작가 7명 중 4명에게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당시 SBS는 계약서에 “개편·편성 변경·프로그램 폐지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계약만료일 이전이라도 계약이 종료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이 있었다. 뉴스토리 해고 사태에 대한 논란이 커졌지만, 해고된 작가들은 SBS 뉴스토리로 복귀하지 못했다. (관련기사 SBS 뉴스토리의 표준계약서 활용 방식)

B씨는 “(뉴스토리 해고사태가 다른 회사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SBS에서 기사화가 될 수 있는 문제였다”면서 “정의로운 SBS 보도국인데, 내부에서 부당해고가 발생하자 법리적인 해결책을 들고 나온다”고 지적했다. B씨는 “나름 사회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방송국인데, 실망감을 느낀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나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작가 표준계약서를 강제사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를 ‘경력 단절 워킹맘’이라고 표현한 C씨는 “지상파에서 십수 년 일했는데, 출산을 이유로 일이 없어질지 몰랐다”면서 “방송작가 대부분이 여성인 상황에서 모성권 보호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C씨는 “방송작가의 대다수가 여성이며, 그중 대부분이 20대에 해당한다”면서 “그런데 임신을 하면 팀에서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자신의 임신 소식을 팀에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는 작가도 있다”고 말했다.

C씨는 “출산 경험이 있는 방송작가 115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유급휴가를 받은 작가는 1명에 불과했다. 71.5%는 출산 휴가를 쓰지 못했다”면서 “방송작가의 산후조리 기간을 조사하니 1개월 미만이라는 응답이 67%에 달했다. 아이를 출산하고 그냥 일을 시작한 셈”이라고 밝혔다.

▲정의당과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가 주최한 <정의당 이정미 대표X방송작가 노동자들의 뼈 때리는 Talk> 간담회 (사진=미디어스)

이밖에도 작가들은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하는 작가가 손에 꼽힌다 ▲방송작가를 상대로 한 성희롱·외모 품평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방송작가에 대한 실태는 자극적인 이슈가 아니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에서 밀리게 된다”면서 “실제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정미 대표는 “하반기부터는 (방송작가 처우개선에 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양식이 있는 각 방송사 사장님부터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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