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원장의 만남을 두고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국내정보 수집 등을 국정원 직무에서 배제하는 등의 국정원법 개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감시네트워크(국감넷)는 "한국당이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두렵다면서 제도개혁에는 반대하는 이중논리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민간단체 역량강화와 과제 토론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서훈 원장과 양정철 원장이 서울 강남의 한정식집에서 식사를 한 사실이 인터넷매체 더팩트 보도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은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국정원 정치개입을 우려한다면서도 정작 국정원 개혁법안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국감넷은 "만남 자체가 적절치는 않으나 그동안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정보위에 계류중인 '국정원 권한을 줄이고 국내정보 수집을 막는 국정원 개혁법'이 처리되지 못했다는 것을 고려할 때 한국당의 반발과 고발은 정치공세에 가깝다"며 "한국당의 주장과 행동이 설득력을 얻고 앞으로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막으려면, 국회에 계류된 국정원법을 처리해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고, 대공수사권을 이관하고 국내정보 수집을 직무범위에서 삭제해 정치개입의 여지를 없애면 된다"고 말했다.

국감넷은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은 자유한국당과 떼려야 뗄 수 없다"며 "과거 '총풍사건'을 불러오지 않더라도 2012년 대통령 선거에 불법으로 개입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지금 감옥에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잘 알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국감넷은 "그러나 정작 국정원의 권한을 줄이는 입법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이중적"이라며 "자유한국당은 국정원 개혁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감넷은 "자유한국당이 진정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막을 의지가 있다면, 지금 당장 국회 정보위원회를 여는데 합의하고, 계류된 14개의 국정원 개혁법안들을 논의해 국정원법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감넷은 "국회에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며 "특히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을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이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보일 기회는 많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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