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만남을 두고 '북풍'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 원장과 양 원장이 동석했던 기자가 대북 담당기자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풍'을 선거에 활용한 것은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세력이다.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 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어제 자유한국당 의원들께서 국가정보원을 찾았다. 국민을 대신해서 두 원장의 밀회의 진실을 밝히고, 관권선거 시도의 의혹을 묻기 위해서였다"며 "그런데 결국 서훈 원장은 도망가고 말았다. 우리가 미리 시간을 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피해서 도망가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 엄청난 논란 속에서 우리가 들은 말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언론을 향한 날선 공격, 그리고 동석했다는 모 기자의 상황 설명뿐"이라며 "왜 정보기관장의 부적절한 만남에 대한 해명을 기자로부터 대신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북풍' 의혹을 꺼내들었다. 나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동석 역시 또 다른 의혹을 증폭한다. 해당 기자는 대북 담당기자라고 한다"며 "대북정책 관련 핵심정보는 국정원장으로 모인다. 그리고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고 위기가 닥치면 북한 관련 이슈를 키워서 여론을 휩쓰는 북소리 정치, 북풍정치가 내년 선거에서 또다시 반복되는 것 아닌지 하는 의심도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경원 원내대표의 '북풍' 의혹 제기는 자신들의 과거를 잊은 무분별한 의혹제기라는 지적이다. 북풍은 1996년 총선 전 벌어진 판문점 총격 사건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북한발 사건이 남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보수진영에서 안보불안을 증폭시켜 표심을 끌어모으는 수단이다. 북풍을 선거에 이용했던 건 자유한국당이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역시 보수정권 시절 벌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원세훈 국정원의 댓글조작을 통한 18대 대선 선거개입 사건이다. 지난 2017년 8월 서울고등법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에서 국정원법,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국정원의 댓글조작 사실을 인정하면서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 조직 정점에서 이 활동을 지시하고 범행 실행을 주도했다"며 밝혔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북풍은 전통적 의미로 소위 안보 희구 심리를 자극해 보수진영을 묶어내려는 것"이라며 "대북외교는 국정원장, 여당 관계자, 기자 셋이 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 평론가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식사자리에 대북담당 기자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의심을 하는 것이나, 선거전략을 대중식당에서 논의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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