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조선일보가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역학조사’의 연구결과를 흠집 내기 위해 전문가 인터뷰를 왜곡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명준표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역학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을 했는데, 조선일보가 명준표 교수의 말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조선일보 기사에 나온) 명준표 교수의 인터뷰는 명백히 왜곡된 것”이라면서 “현재 명준표 교수는 조선일보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22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 근로자의 혈액암·백혈병 발생 및 사망 위험비가 일반 국민보다 높다고 밝혔다. 이에 조선일보는 역학조사 결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작성했다.

▲조선일보, 정부 "반도체 여성 근로자, 백혈병 1.6배 위험"

조선일보는 23일 자 <정부 “반도체 여성 근로자, 백혈병 1.6배 위험”> 기사에서 “가족력 등 다양한 암 발생 요인이 조사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반도체 근로자가 일반 근로자보다 혈액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기사에서 인터뷰이로 참여한 명준표 교수는 “가족력 등 1대1 면담을 통해 알 수 있는 직접 정보들이 많이 빠졌기 때문에,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정도로만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연구결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명준표 교수가 이를 확인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조선일보가 명준표 교수의 발언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27일 <‘반도체 근로자 백혈병 위험 높다’는 연구결과 왜곡한 조선일보> 보고서에서 “조선일보가 연구결과를 흠집내기 위해 명준표 교수의 발언을 왜곡해 기사화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에 따르면 명준표 교수는 조선일보 측에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역학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 명준표 교수는 조선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족력과 관련한 내용은 일반인구집단도 문제 아니겠냐”면서 “보고서 안 본 상태에서는 확실한 답변 드리기 어렵다. 과거 연구결과보다 더 조사를 많이 해서 이번에는 유의성뿐만 아니라 효과의 크기도 크게 나온 것일 뿐 아니라 발표기관에 대한 신뢰도 높으니 수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명준표 교수가 하지 않은 말을 기사화한 것이다.

기사가 나간 후 명준표 교수는 조선일보에 항의를 했고, 조선일보는 온라인판 기사에서 명 교수의 인터뷰를 삭제했다. 민언련에 따르면 명준표 교수는 조선일보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기사 논지에 맞춰 인터뷰 내용을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조선일보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인터뷰를 실었다. 기사에서 배종찬 소장과 이준웅 교수는 리얼미터 여론조사의 자동응답 방식이 부정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조선일보가 기사를 위해 인터뷰를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배종찬 대표는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준웅 교수는 경향신문에 <기자와 전화하는 법>이라는 칼럼을 게재해 조선일보의 인터뷰 왜곡 행태를 비판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조선일보에 민형사상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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