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주몽골 한국대사 '깐풍기 갑질'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재남 주몽골 한국대사가 지난 4월 한 대사관 직원을 그동안 해왔던 업무와 상관없는 부서로 인사조치 했는데, 그 이유가 지난 3월 행사 후 남은 깐풍기의 처분과 관련된 것이라는 문제제기가 일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 대사와 관련한 각종 갑질과 비자 브로커 유착 의혹 등이 불거진 상태다.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 문제를 제기한 한국노총측은 정 대사에게 불거진 각종 갑질 의혹이 명확한 사실이며 이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 대사는 정당한 업무지시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 발언들이며 비자 브로커들의 조직적 음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교부는 감사에,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다.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해당 문제를 제기한 한국노총의 재외 공관 행정직지부 정다인 차장과 정재남 대사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정다인 차장은 "(정 대사가)부임한 지 1년이 안 된 상황에서 5명 가량이 퇴임자가 됐다. 조기귀국을 신청해 본부로 돌아가신 분도 있고 아예 퇴사, 잘리신 분들도 있다"며 "(정 대사의)갑질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다들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깐풍기 대첩' 의혹은 정 대사가 행사 만찬 후 남은 깐풍기를 찾는 과정에서 깐풍기가 사라지자 모욕적인 언사와 함께 대사관 직원에게 갑질을 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정 대사와 대사관 직원 간 통화 녹취록 등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아르바이트생이 남은 깐풍기를 챙긴 것 같다'고 답했고, 이에 정 대사는 허위보고를 한 것 아니냐며 직원을 질책했다.

정재남 주몽골 한국대사 (사진=주몽골 한국 대사관 홈페이지)

이에 대해 정 차장은 "(정 대사는)요리실을 관리하는 분이 아닌 전혀 다른 업무에 있는 관계없는 사람에게 전화해 책임을 추궁했다.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하면서 위협적 태도로 고함을 지르고 경위서 작성까지 강요했다"면서 "대부분 일괄적으로 행사 후에는 남은 음식들이 버려져 왔다고 하더라"라고 비판했다.

또 정 차장은 "덧붙이자면 요리사 분이 있었는데 김치를 담그라는 등 제품 개발 명목하에 음식을 만들어서 자기한테 올려달라고 한 문제제기도 있었다"며 "정 대사는 식사 제공에 대한 노무비를 제공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개인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제품 개발 명목이다', '만찬 요리를 시식해보겠다'는 명칭을 붙여 업무 부담을 시켰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정 대사가 자신의 딸을 알아보지 못한 경비원을 질책하거나, 국경절 행사 때 정 대사가 좋아하는 메뉴인 멸치볶음이 빠져 직원들을 질책했다는 등의 갑질 의혹이 일고 있다.

아울러 갑질 의혹과는 별개로 정 대사와 비자 브로커가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몽골 사람이 한국에 가려면 한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정 대사가 브로커 청탁을 받고 비자 발급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반면 의혹 당사자인 정 대사는 "거의 대부분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악마의 편집을 통해 보도되는 내용이다. 조직적 음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든다"며 관련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정 대사는 정상적인 업무지시 내에서 한 발언들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사는 "5월 부임한 이후 공관 내 천명한 원칙이 '규정과 상식에 맞게 업무를 처리한다, 과거 음성적으로 통하던 어떤 청탁이나 봐주기 없이 기강을 세워 바르게 일을 하자'는 것이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정 대사는 '깐풍기 대첩'의 경우 남은 깐풍기에 대한 처분 책임을 물은 것이 아니라 깐풍기 재료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했다.

정 대사는 "그날 오찬에 깐풍기가 나왔는데 재료가 많이 남았다고 한다. 너무 많이 남아 '잘 처리를 해보라'라고 얘기하고 갔다"며 "그것도 국민의 세금으로 구입한 음식 재료 아닌가. 당연히 그걸 찾아봤는데 찾아봤더니 없어졌다. 공관 내 아무 설명 없이 사라지는 건 다른 사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 (재료가)없어진 경위를 파악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사는 "총무과의 관저 행사를 담당하는 직원한테 얘기를 했고, 그 직원이 '아르바이트생이 그런 것 같다'고 했는데 제가 요리사한테 들은 것과는 내용이 달랐다"며 "그래서 '사람을 함부로 의심하면 안 된다. 또 아르바이트생은 사회적 약자인데 다시 재조사를 해라'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관 쓰레기통에서 요리 재료들이 나왔고 사안은 종결됐다는 게 정 대사의 주장이다. 정 대사는 남은 깐풍기를 싸가지고 가서 먹으려 했다가 음식이 사라지자 직원을 거세게 직책했다는 보도들에 대해 "오보"라고 주장했다. 직원 질책 과정에서 고성 등 갑질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언성을 높이고 뭘 어떻게 하느냐는 보기 나름"이라고 답했다.

비자 브로커 유착 의혹과 관련해서도 정 대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 대사는 "3월 20일 전후로 (비자 브로커가)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부하 직원의 부인에게 복수 비자를 발급해 달라고 했다"며 "원칙적으로 규정에 안 맞기 때문에 발급해 줄 수 없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그 다음날부터 SNS를 통해 대사관 비난을 했고 보복을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이 문제와 관련해 "두 번에 걸쳐 본부에 보고를 했다"고 덧붙였다. '멸치볶음' 논란에 대해서는 "몽골 사람들이 멸치볶음을 좋아해 리셉션 준비할 때 멸치볶음을 내면 인기 있을 것 같다고 한 게 뭐가 잘못인가"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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