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스크린 상한제를 얘기하고 있는데 이번주 목요일 전세계에서 금메달을 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나온다. 다행히 수요일에 개봉하지 않아서 이번주 개봉하는 다른 영화들이 하루 정도 먹을 시장이 존재하게 됐다. 목요일이 되면 스크린은 반토막이 난다. 이번주가 두렵다."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의 정상진 대표는 스크린 상한제 도입과 관련한 국회 토론회에서 이 같이 토로했다.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로 국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촉발된 이래 1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당시 영화 '괴물'은 개봉 첫 날 상영점유율이 40%에 육박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촉발시켰다. 세월이 흘러 2019년 마블의 '어벤져스:엔드게임' 개봉 첫 날 상영점유율은 80.8%. 이제 국내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특정 영화가 대한민국 거의 모든 극장에서 하루종일 상영될 만큼의 문제가 됐다.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스크린 독과점 현상과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주제로 한국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앞서 우 의원은 지난 4월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담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스크린 6개 이상의 복합상영관은 프라임 시간대에 특정 영화 상영을 50% 이상 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스크린 독과점 현상과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주제로 한국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발제를 맡은 노철환 인하대 교수는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관'을 만들기 위해 우 의원이 발의한 내용의 스크린 상한제 도입은 필요한 것이라고 봤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8년 소비자행태조사 결과 '스크린 독과점 현상으로 원하는 영화를 보지 못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평균 30%정도가 그렇다고 답했다. 젊은 세대, 그중에서도 여성들의 긍정 응답 수치는 더 높았다. 19세~24세 남성은 37.2%, 19세~24세, 25세~29세 여성은 각각 49.6%, 50.1%가 스크린 독과점 현상으로 원하는 영화를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 사례는 극장에서의 영화 다양성이 극도로 결여됐던 사례 중 하나다. 노 교수는 "'어벤져스:엔드게임'을 포함해 당시 같이 상영됐던 영화가 44편에 달한다. 하지만 어벤져스를 제외한 영화들에 해당된 상영회차는 겨우 19.2%"라며 "나머지 43편은 전체 상영관의 19.2%만을 나눠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대체로 우 의원 법안의 통과를 지지하는 한편,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위한 추가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혜준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센터장은 프라임 시간대 뿐만 아니라 비프라임 시간대에도 규제를 동시에 적용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새 정책 구상이 실현될 경우, 정책 기획자들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최대점유 영화가 프라임 타임 편성에서 9회를 양보하는 대신, 다른 일반시간대에서 8회를 추가 확보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며 프라임 타임대 40% 상한, 그 외 시간대 50% 상한제를 도입하는 안을 제안했다. 또한 예술·독립영화의 상영기회 보장을 위한 별도 방안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시내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어벤져스 홍보물. (사진=연합뉴스)

정상진 아트나인 대표는 시간대별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구현한다고 해도 이를 단순히 영화 한 편을 기준으로 삼을 게 아니라 배급사나 제작사를 따져보는 등 세부적인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예컨데 마블이 '어벤져스'와 '캡틴마블'을 동시, 혹은 격주 배급한다면 각각의 영화 한 편이 상한제 기준을 넘지 않는다고 해도 비슷한 시기 개봉한 다른 영화들은 상영 기회를 잃는다는 것이다.

반면 사업자 측면에서의 반대의견도 존재한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담당은 '관객의 선택권'을 강조하며 스크린 상한제 도입에 반대했다. 그는 "어벤져스 개봉 전까지 영화는 많았지만 객석점유율은 형편 없었다. 전국적으로 11만명이던 전체 관객이 138만명이 됐다"며 "관객의 선택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상호 의원은 이번 법안 발의가 스크린 독과점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처음 법안을 설계할 때 상한선을 30%로 설계해봤지만 과도하다고 판단해 50%로 설계했다. 극장이 피해보지 않으면서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면서 "이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영화산업에 대한 지원과 논의를 시작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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