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토크쇼 J>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노무현과 언론개혁"이라는 주제로 언론의 과거와 현재를 다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하고자 했던 것은 개혁이었지만 돌아온 것은 전쟁이었다. 언론이 하면 비판이고 감시가 될 수 있지만, 대통령이 하면 탄압이고 반민주주의가 된다. 개혁을 ‘전쟁’으로 읽은 언론은 그가 대통령이었을 때도, 물러난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잔인하게 물어뜯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언론개혁을 다룬 <저널리즘 토크쇼 J>에는 전에 없던 일들이 벌어졌다. 우선 방송 전에 미리 유튜브에 공개한 2분 40초 분량의 예고는 이틀 만에 56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3,5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무엇보다 본 방송 시청률이 5.5%로 껑충 뛰어 <저널리즘 토크쇼 J> 사상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아무래도 최근 서거 10주기를 맞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고, 추도의 뜻이 모인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저널리즘 토크쇼 J> 예고편에 달린 댓글에 모두 담겨 있었다. 기대와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누군가는 차마 방송을 볼 자신이 없다는 고백도 있었다. 보자니 고통스럽고 그렇다고 안 볼 수도 없는 <저널리즘 토크쇼 J>였다.

누군들 그러지 않았을까. 노무현이라는 이름에 깃든 회한이 너무 큰 탓이다. 지금도 그의 영상, 그의 기억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것이 그리움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발간된 책이 있다.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리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너무 자극적인 것 아니냐는 말도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말이라는 말은 하지 못할 것이다.

노무현이라는 그 이름에는 그리움만큼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큰 분노가 각자의 가슴에 담겨져 있다. 그것은 시민들이 언론에 날선 비판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 이유 전부이기도 하다. 노무현을 그렇게 잃었기 때문에 더는 잃을 수 없다는 각오이고 선언이기 때문이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그렇다. 노무현은 언론의 적이었다. 그리고 우리들 역시 언론의 꼭두각시 노릇을 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후회가 저미는 것이고, 분노를 억누를 수도 없는 것이다. 그 분노의 의미를 알지도 못하면서 “문빠, 덤벼라”했던 것이 언론이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 언론자유지수가 전에 없이 상승한 환경에서 대통령에게 독재자로 불리는 소감을 묻는 것이 언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독재자 운운의 질문이 자유한국당의 일방적 주장에 빙의한 것이었듯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언론의 공격 역시 근거는 없었다. 유시민 이사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당시 언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을 넘어 조롱과 선동을 한 언론의 논리는 “라면 논평”이었다. “무엇이라면 무엇이다”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 비판이고 인신공격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당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언론개혁”하겠다는 것에 대한 불편하고, 불쾌하고, 괘씸한 감정 때문이었다. 그래서 <저널리즘 토크쇼 J> 이번 방송의 주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말을 다시 새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이 그가 가고 10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그때보다 더 후퇴한 것이 아닐지 모르는 언론의 문제를 다 말해줄 수 있다. 조중동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왜 진보언론이 시민들로부터 조중동과 다름없는 취급을 당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담겨 있다.

“언론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시민의 권력이어야 합니다. 약자의 권력이 되어야 합니다. 깨어있는 소비자를 거쳐서 깨어있는 시민으로 가야 합니다. 언론 스스로 개혁하고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이 소환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언론의 행태를 본 사람들은 10년 전과 현재의 언론이 마치 똑같은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지 모른다. 소위 경제폭망론이다. 또 그때와 똑같이 언론의 보도는 야당의 논거가 되고, 언론은 다시 그 주장을 받아쓰기하는 무한반복재생을 볼 수 있다.

다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언론과 야당의 콜라보는 여전하지만 이를 대하는 시민들이 달라졌다. 시민들에 의해 언론이 받아본 적 없는 비판을 경험하고 있다. 그 낯선 언론 환경에서 시민편에 선 언론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이 생겼다. 그때에는 노무현 혼자 "대한민국이라는 들판에 우뚝" 설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깨어있는 시민들이 산 없는 들판에 산이 되고, 서로의 손을 붙잡아 산맥이 되어 언론의 바람을 막아내고 있다. 그가 말한 "우리의 미래"는 현재가 됐다. 노무현은 없는 노무현의 미래가 온 것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 "노무현과 언론개혁" 1부의 의미는 그렇게 정리하고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