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미국 국무부가 북한 비핵화에 대해 “목표(비핵화)들을 향해 '동시적이고 병행적으로'(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 건설적인 논의에 관여할 준비가 여전히 돼 있다”고 밝혔다. 당초 비건 국무부 특별대표가 “점진적 비핵화는 없다”고 선언한 것에서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이 빅딜론에서 상당히 밖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24일 북한 외무성은 조선중앙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북한 외무성은 “하노이 북미회담이 꼬인 근본 원인은 미국이 실현 불가능한 방법을 고집하면서 일방적이고 비선의적인 태도를 취한 데 있다”면서 “미국은 일방적인 무장해제만을 고집하면서 회담을 결렬에 몰아갔다.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지 않는 이상 북미대화는 재개될 수 없으며 핵 문제 해결 전망도 요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미국의 비핵화 빅딜 방법론에 대해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국은 비핵화를 일괄타결하는 빅딜론을 주장해왔다. 반면 북한은 최종 단계를 먼저 선정하면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 아래, 대화 진전 수준에 따른 비핵화 협의를 요구했다.

북한이 ‘대화 불가’ 카드를 들고나오자 미국 국무부는 “동시적이고 병행적으로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 건설적인 논의에 관여할 준비가 여전히 돼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종 비핵화 단계를 설정한 후 북미 대화를 통해 중간 단계를 조율하자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여전히 열려있다는 것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실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7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하노이에서 북한에 전달해 줬던 빅딜에서는 상당한 정도 (밖으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의 대미 불신이 워낙 강하다. 매번 확인하고 넘어가야지, 처음에 최종 목표를 설정해서 협상하면 미국의 압박이 들어온다”면서 “북한은 비핵화 수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볼턴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은 일본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는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는 등의 강경 발언을 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볼턴이 다른 줄을 선 것 같다”면서 “미국 의회에서는 보수가 주류다. 트럼프의 북핵 협상을 사사건건 감시 감독을 하려는 법안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볼턴이 그쪽에 줄을 서지 않았나(생각한다)”면서 “잠잠하던 볼턴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일본에서 아베를 부추겨 트럼프의 행보를 막으려 했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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