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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시선, '카공족'을 아시나요? 생존 필수템이자 문화가 된 커피[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05.24 16:14

커피 시장 규모 11조 원. 1년간 한 사람이 소비하는 평균 커피가 512잔, 대만의 72잔, 일본의 195잔을 훨씬 앞질렀다. 20대만 놓고 보면 571잔으로, 미국의 548잔보다 앞섰다. '커피홀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현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커피에 빠져 살까? '자칭 타칭 커피 중독자' 피디가 발품을 팔아 그 이유를 찾아본다. 

생존의 각성제 

EBS 1TV <다큐 시선> ‘커피홀릭 대한민국’ 편

김포공항 화물청사 트럭 운전사인 박지용 씨는 밤샘 운전으로 화물을 나르는 '잠을 잊은 그대'이다. 그에게 잠을 잊기 위한 가장 필수템은 다름 아닌 '커피'이다. 그의 트럭 한편 아이스박스엔 집에서 타온 블랙커피와 캔 커피가 즐비하다. 주행 중에 차를 대고 살 곳이 마땅치 않아 언제나 '비상 식량'처럼 준비해 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비상 식량 커피에 더해 휴게소에서 식사 후 달달한 믹스 커피는 결코 빠질 수 없는 옵션이다. 

그는 왜 그렇게 수시로 커피를 마실까? 밤을 새워 고속도로를 달려 빠른 시간 안에 화물을 날라야 하는 그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건 바로 '졸음운전'이다. 졸음이 오면 정신이 몽롱해 질뿐만 아니라, 반응 속도가 느려 자칫 대형사고의 위험을 낳는다는 건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다. 장거리 밤샘 운전이 곧 수입과도 연결되는 그의 직업적 특성이 커피로 이어진 시간을 만든다. 

트럭 운전사 박지용 씨만이 아니다. 야구학원 강사를 하면서 학생들을 차로 이동시키는 일도 맡아서 하는 김태완 씨 역시 '커피에 중독된 남자'이다. 하루의 시작을 여는 커피. 그래야 비로소 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것 같다는 김태완 씨의 경우 하루 종일 커피를 달고 산다. 배우가 꿈이었지만 생활을 위해 시작했던 야구 강사. 어린 학생들을 차에 태워야 하는 상황에 계속된 훈련이 그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고 이를 위해 그는 습관처럼 커피를 들이킨다. 제작진의 실험 요구에 커피를 끊어보니 마치 잠이 깨지 않은 듯 하루 종일 몸이 무겁고 나른한 상태임을 호소한다. 

EBS 1TV <다큐 시선> ‘커피홀릭 대한민국’ 편

‘커피를 왜 마시는가’를 조사한 통계를 보면, 33%가 졸음을 쫓기 위해, 25%가 식후, 12%가 업무 집중을 위해라고 한다. 이 결과에서 나타나듯 우리나라 사람들 상당수가 '각성제'로서 커피를 선택하고 있다.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커피. 커피의 전 세계적 확산에는 바로 이 각성제로서의 역할이 컸다. 예멘을 통해 메카로 전파된 커피는 예배 드릴 때 졸음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북군에 잠을 쫓기 위한 수단으로 커피가 대량 공급되었고, 소총의 밑동에 그라인더가 달려 졸리면 갈아서 먹는 '잠을 쫓는 특효약'이 되었다.  

특히 1946년 인스턴트커피의 등장 이후 1,2차 세계대전에서 커피는 군필수품이었고, 자본주의 사회의 장시간 반복 노동에 있어 커피의 카페인은 잠을 깨는 '각성제'로서 대중적 음료가 되었다. 

일찍이 고종이 커피를 애용하였다 했지만, 해방 후 미군을 통해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커피는 1960년대 산업화와 함께 수면시간을 줄이고 노동에 집중하기 위한 '각성 효과'에 더한 에너지원으로서 산업현장의 필수 품목이 되었다. 특히 인스턴트커피의 등장은 전문가가 타주는 커피에서 누구나 마실 수 있는 커피로 '커피의 개별화, 대중화'를 선도하여 커피 문화의 평등화를 이루었다. 

문화가 된 커피 

EBS 1TV <다큐 시선> ‘커피홀릭 대한민국’ 편

시작은 각성제였지만 어느덧 커피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문화'가 되고 있다. 믹스 3개, 거기에 설탕 두 스푼, 피디가 마셔보니 달아도 너무 단 커피. 하지만 충북 음성 맹동면 통동리 주민들에게 이건 고단한 농사일을 이겨내게 해주었던 '꿀맛'이었다. 심지어 처음 커피가 등장했을 때 그 쓴맛 때문에 회충약 대신 먹기도 했다고 한다. 그랬던 커피가 이젠 마을 사랑방에 없어서는 안 될 단골 메뉴가 되었다. 

통동리 손현수 이장님.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이 된 농약사에 들러 커피 한 잔, 어디 본인뿐인가. 들른 김에 동네 이 형님 저 형님을 불러 그 분들 오실 때마다 같이 한 잔. 조합 들러서 한 잔, 노인정 들러서 한 잔, 농사일하다 새참으로 한 잔, 그렇게 하루 7~8잔의 커피를 그는 '정'이라 정의한다. 

전주 한옥마을에 아직도 생존해 있는 1952년 개업한 '삼양 다방'. 그곳은 다방 역사의 산증인이다. 쓴 커피를 아침에 마시면 속을 버릴까봐 계란 노른자가 함께 제공되던 모닝커피의 시절, 다방은 문화의 공간이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연락처가 되었고, 그곳에서 선도 보고 사업도 하던,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공간이었다.

EBS 1TV <다큐 시선> ‘커피홀릭 대한민국’ 편

그렇게 인스턴트커피의 시절을 지나 '90년대 한미 FTA의 여파로 원두 수입이 증가하고 스타벅스 등의 커피전문점이 등장하면서 다방은 이제 카페로 그 바통을 넘겼다. take out 열풍에, 조용한 도서관보다 너무 편한 집보다 ‘카페’에서 공부가 잘 된다는 '카공족'에, 도시인이 즐겨 찾는 나들이 명소로 우리 시대 카페는 자리매김된다. 

심지어 커피는 사회생활의 도구가 된다. 친구들과 함께 인터넷 방송국을 운영하는 최승구 씨. 다른 사람과 달리 커피를 많이 마시면 심장이 두근대고 잠을 이루지 못해 웬만하면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마치 통동리 이장님이 동네사람들 만날 때마다 커피 한 잔 하듯,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끼리 만나면 '아메리카노 한 잔'이기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 최승구 씨의 사회생활은 매번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 직장인들의 30% 이상이 점심 식사 후 함께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일상인 세상에서 사업차 '억지로' 마시는 경우까지 생긴다고 한다. 

괜찮은 커피전문점이 하나 생기면 몇년 내 반경 50m 안에 전문점이 60개로 늘어날 정도, 최근 오픈한 '스페셜티 커피' 매장에 사람들이 하루 종일 장사진을 이루는 것처럼 커피는 이제 '놀이'가 되어간다. 2007년 3조원에서 10년 만인 2017년 11.7조원으로 늘어난 시장. 사회적으로 문화 활동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성인 여가활동의 72%가 TV 시청인 사회. 그러기에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서 카페는 우리 시대 중요한 문화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젊은이들의 경우 국산차의 가격이 내려가도 취향을 바꾸지 않겠다고 하듯,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홀릭’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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