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BC가 회사 임금체계를 호봉제로 일원화했다. 2012년 파업 이후 MBC가 채용한 경력사원 및 신입사원 230여명의 임금체계가 기존 연봉제에서 호봉제로 전환됐다.

MBC는 그동안 임금체계 차이로 유발됐던 사내 갈등을 이번 개편을 통해 일정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반적 추세와 달리 임금체계를 호봉제로 일원화했다는 점, 좋지 못한 경영상황 속에서 소폭이지만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한다는 점 등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암 MBC 사옥(사진=MBC)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23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MBC 이사회 결의내용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조능희 MBC 기획조정본부장은 지난 1일부터 노사합의로 시행된 '일반직 보수체계 개편' 내용을 보고했다.

임금체계 개편의 주된 내용은 경력직 사원들의 연봉제를 폐지하고, 회사 임금체계를 호봉제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조 본부장은 "MBC의 보수체계는 그동안 지난 경영진이 새로 뽑는 사원들에 대해 갑자기 연봉제를 꺼내 들어 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보수체계를 유지해 와 내부적으로 갈등을 빚었다"며 "통합의 필요성이 있었다. 이에 노사가 장시간 논의한 끝에 모두 호봉제로 전환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MBC의 미래를 위한, 화합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게 MBC의 입장이다.

대부분의 방문진 이사들은 MBC 노사의 이 같은 결정에 공감하면서도, 호봉제 전환 자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호봉제 전환은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고, 회사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유기철 이사는 "전임 경영진이 경력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연봉제를 택한 속내는 뻔하지만, 제도 자체는 장단점이 있다"며 "전반적 추세로 보면 연봉제로 가는 것이 맞는데 호봉제로 가는 것은 시대 역행, 과거 지향적 결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이사는 "회사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더 나가지 덜 나가지는 않지 않나"라고 물었고, 이에 조 본부장은 "덜 나가지는 않는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원들에게 맞추면서 감수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이번 임금체계 개편으로 MBC는 약 10억원~15억원 수준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재원 이사는 "많은 논의 끝에 결론을 낸 것 같지만 예를 들어 학교나 일반 기업에서도 5~6년 전부터 성과연봉제라는 이름으로 연봉제 전환을 하는 추세"라며 "호봉으로 임금이 인상되는 체계가 아니라 치열하게 경쟁해서 성과를 낸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변했다. 퇴행적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문효은 이사도 "스카웃 제의를 받을 정도의 우수인력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의 임금구조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미디어가 젊어지면서 젊고 유능한 사람을 스카웃 할 수도 있는데 와야 할 이유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인력관리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 추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호봉제가 조직에 더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신인수 이사는 "연봉제는 효율성이 늘지만 조직 내 화합 등에 저해가 될 수도 있다. 호봉제가 조직에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며 "MBC가 기왕 이렇게 결정했다면 호봉제가 효율적이라는 것을 증명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 이사도 "현재 MBC 경영상황이 워낙 좋지 않다보니 임금인상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잘 협의해서 경영에 무리가 없도록 조정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사들의 의견에 조 본부장은 "성과와 조정에 대한 부분을 노조와 협의해 잘 연구해 나가겠다. 회사 경영상황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노조에서도 연차소진제를 하는 등 회사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임금체계에 대해서는 노조와 얘기할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이 체계가 맞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에서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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