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사건 조사 결과 발표에서 조선일보의 수사외압과 수사기관의 부실수사를 사실로 인정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21일 대대적인 사주일가 변호에 나섰다. 22일 한겨레는 조선일보가 수사 외압에 대한 증언이 있는데도 발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2일자 한겨레는 장자연 사건에서 조선일보의 수사외압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한겨레는 1면에 <장자연 사건 '1년치 통화기록 증발' 미스터리> 기사를 게재했다. 한겨레는 "과거사위가 20일 장자연씨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사건을 둘러싼 의구심은 되레 증폭되고 있다"며 "조선일보 쪽의 외압 등 수사 개입이 상당 부분 사실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수사 권고로 이어지지는 못했기 때문"이라고 썼다.

▲22일자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이는 공소시효 문제도 있지만, 부실한 초동수사로 증거를 확보할 '골든타임'을 넘겨버린 탓이 크다"며 "이 가운데서도 장씨 등 핵심 인사들의 '통화기록 증발'은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수사에 참여했던 이들은 한결같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나는 모른다'는 태도"라고 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7월 장씨 사건 본조사에 착수한 대검찰청과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사건이 발생했던 검·경 수사기록을 검토하다 장씨와 장씨의 기획사 대표 김종승씨, 매니저 유장호씨의 1년치 통화내역이 통째로 빠져있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조사단은 당시 수사지휘를 담당했던 박진현 검사(현 변호사)로부터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장씨의 통화내역을 제출받았지만, 원본이 아닐 가능성이 컸다. 중간에 누군가의 '손'을 탔을 가능성이 컸던 셈"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당시 통신사는 담당 경찰관의 경찰청 전자우편 계정으로 통화내역을 보냈다"며 "조사단 조사에서 성남분당경찰서 경찰관은 '자료를 통화내역 분석담당 경찰에게 넘겼다'고, 분석담당 경찰은 '통화내역을 수사에 적합한 형태로 가공해 다른 수사 경찰들에게 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두 '자료를 시디(CD)에 저장해 편철하는 업무는 해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경찰은 통화내역을 별도의 시디 등에 저장하고, 복사본을 만들어 수사에 활용해야 했다. 수사기록을 검찰에 넘길 때도 원본과 함께 복사본을 첨부해야 한다"며 "하지만 수사기록에는 장씨의 통화내역 원본도, 분석본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았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검찰은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의 통화내역은 이틀치만 조사했다. 한겨레는 3면 <검찰, 방정오 통화내역도 이틀치만 조사하고 끝냈다> 기사에서 "검찰은 장씨와 술자리를 함께한 인물들의 통화내역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며 "방 전 대표 역시 그중 하나였는데, 검찰과 경찰이 확보한 방 전 대표 통화내역은 이틀치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당시 복수의 경찰팀원은 조사단에 "검찰이 통신내역 압수영장을 수십차례 기각했다", "검찰이 장씨와 자주 만난 것으로 보이는 펀드사 대표 ㅂ씨 통시 영장마저 기각해 의아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외압 발뺌하는 조선일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이동한 사회부장이 찾아와 방상훈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면서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판 붙자는 겁니까'라고 말했다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는 입장이다", "(강희락 경찰청장을 찾아가 면담한 것은) 당시 장자연 사건 수사 결과를 신속히 발표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조선일보의 주장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21일 지면에 이러한 취지의 해명을 담은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한겨레는 "하지만 조선일보 쪽 해명과 달리 2009년 수사 때 조선일보가 수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개입한 흔적은 곳곳에 있다"며 "심지어 수사 상황이 조선일보 쪽에 흘러간 정황도 있다"고 했다.

지난 8일 조선일보가 MBC PD수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 소송 재판에서 등장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증언을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조 전 청장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 당시만 해도 조선일보 애독자였고, 조선일보를 상당히 아끼는 마음도 있었다"며 "수사기밀, 상당히 깊은 이야기까지 제가 파악하고 있는 부분을 부국장에게 알려줬다"고 진술했다.

한겨레는 전직 스포츠조선 사장 하 모 씨의 증언도 근거로 제시했다. 하 씨는 "수사 상황을 조선일보 법조팀이 다 알고 있었고 진술서를 실시간으로 받아 보더라"고 대검찰청 진상 조사단에서 밝혔다.

▲22일자 조선일보 23면 기사.

조선일보는 23면 <윤지오가 퍼뜨린 의혹…검증 없이 확성기 노릇 한 방송사들> 기사에서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의 핵심 증인으로 주목받으며 각종 의혹을 제기해 온 배우 윤지오 씨 주장에 대해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20일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과거사위 발표 직후 각종 뉴스와 시사프로를 통해 윤씨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낸 방송사들에 대해 '특정 세력의 주장에 동조해 근거 없는 주장을 내보낸 것에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소제목으로 <지상파를 안방처럼 드나들며 출연>, <검증 없이 윤씨 일방 주장 전파>라고 썼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