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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쉽게 흔들지 못할 것"[인터뷰] 한국PD연합회 양승동 회장
서정은 기자 | 승인 2008.01.23 14:36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 파문을 비롯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신문법 폐지를 통한 신문 방송 겸영 허용이나 MBC 민영화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언론의 공공성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시민사회운동진영 또한 언론의 공공성 약화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기구 결성을 준비하는 등 미디어 전반에 걸쳐 일대 소용돌이가 예상된다. 이에 <미디어스>는 대표적 언론현업단체인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에서 바라보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 기조에 대해 평가와 함께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을 입맛에 맞게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내부 자정기능이 높아졌고 절차의 투명성과 민주성이 자리잡았다. 수신료, 구조조정, 사장 임기 문제로 KBS를 길들이려는 시도를 한다면 내부 구성원들과 언론계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한국PD연합회 양승동 회장은 현실 정치의 속성과 실리적인 목적을 이유로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와 수신료 인상을 '타협'할 수 있다는 인식과 시도를 경계하고 있었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 KBS 스스로 발목을 잡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그의 판단은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정공법'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양 회장은 '탈규제'와 '사유화'로 집약되는 차기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대해서도 "절대 무리하게 진행해선 안된다"며 "사회적인 토론과 합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특히 지난 21일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안의 경우 "방송 독립성을 10년, 20년 전으로 후퇴시키는 내용"이라고 비판하며 "무늬만 합의제인 법안을 당장 철회하고 국민적 합의와 동의를 구해 새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PD연합회 양승동 회장 ⓒ서정은  
 
-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KBS 정연주 사장의 거취 문제가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제도는 지켜져야 한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임기제를 보장한다면 큰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물론 정권은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겠지만 그동안 한나라당이 해온 발언과 행태를 볼 때 친정권 인사로 공영방송 사장을 앉히는 것은 스스로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무시하고 단행한다면 언론계의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그 유혹을 포기하고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제를 획기적으로 보장한다면 방송독립을 확립할 수 있고 편파방송, 코드방송 논란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 동아일보를 비롯해 보수 신문의 KBS 비판과 공격이 만만치 않은데.

"광고주와 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신문에서 기자의 편집권과 언론독립은 사주에게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이 독립해야 하고, 정치와 자본권력으로부터 비판 기능을 가져야 하는데 지난 대선보도 모니터 결과만 봐도 주요 일간지 가운데 한겨레와 경향을 빼면 이같은 원칙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나마 방송은 '다공영 1민영' 시스템속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사회의 공적 영역, 언론의 역할을 방송이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야지 감정적으로 공격해선 안된다. 신문이 정파 저널리즘에 따른 논조 보도를 계속 해왔고 그래서 KBS에 대한 공격 또한 정파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쪽에서 공격하는 순수성과 진정성을 느낄 수가 없다."

- 27년만에 수신료 인상안이 지난해 국회 문광위에 상정됐지만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될 상황이다. 수신료 문제의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KBS 사장 임기와 수신료 인상 문제를 연계해 이런저런 협상이 이뤄질 것이란 추측이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연말에 7000~7500원으로 수신료를 올리고 광고를 모두 폐지하겠다고도 말 하는데 이것은 현실성이 없다. 수신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수신료는 수신료 대로 국회에 상정된 일정에 따라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사장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 정상적인 절차와 일정에 따라 이번 국회 회기 내에 처리되길 바란다. "

-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탈규제, 사유화 정책으로 공영방송의 위상이 심각하게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높은데 KBS 노조와 구성원들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한다고 보는가.

"방송사 노조는 방송 민주화와 공정방송이라는 기치와 목표를 가져야 한다. 그것을 놓친다면 언론사 노조로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고 진정한 힘도 가질 수 없다. KBS 노조는 정연주 사장 체제와 관련해 코드인사를 공격하고 코드방송을 문제 삼고 있는데 이에 대한 언론계의 시각은 엇갈려왔다. KBS는 과거에 비해 많이 정상화된 것이 사실이고 '영향력, 신뢰도 조사 1위'가 말해주듯 공정하고 신뢰받는 언론으로 자리잡는 과정도 분명히 있었다. 따라서 만약 이명박 정권에서 친정권 인사를 무리하게 앉히려는 시도를 할 경우 KBS 노조도 목소리를 내면서 저항할 것으로 본다. 공정방송, 방송민주화는 기본적으로 수호해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서 특히 신문방송 겸영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당장 지상파방송은 제외하겠다고 하지만 구조적으로 케이블방송 영역이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신문이 케이블로 진출하면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과 '조중동문'의 관계로 볼 때 신문방송 겸영 허용은 메이저 신문들의 전리품이 아닐까 걱정된다. 현재의 파행적인 신문시장 구조에서 신문방송 겸영 허용은 우리사회 여론다양성을 왜곡할 수 밖에 없어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여러가지 제약과 규약을 만들어 제한하면 우려했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그렇게 될지는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 투명한 절차를 거쳐 깊이있는 논의 속에 이뤄지는 과정이라면 서로 이야기는 해 볼 수 있다고 본다."

   
  ▲ 한국PD연합회 양승동 회장 ⓒ서정은  
 
- 공영방송의 민영화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KBS 2TV 민영화는 쉽게 거론할 것 같지 않다. 대신 KBS에 대해서는 구조조정과 수신료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MBC에 대해서는 민영화를 거론하고 있는데 그동안 MBC는 한국 언론사와 방송사에서 공영방송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 KBS가 제1의 공영방송으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고 그것을 MBC가 대신 해준 부분이 있었다. 앞으로도 그런 역할이 중요하고 KBS 혼자 다 짊어지고 해내기에도 역부족이다. 물론 우리사회에서 필요한 부문은 민영화를 할 수도 있겠지만 신문이 포기한 공공영역과 공적가치 실현을 담당하는 공영방송까지 민영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일반기업의 민영화와 MBC의 민영화는 차원이 다르다. 방송을 시장성과 효율성 차원에서만 접근해선 안된다. 공공의 영역에 대한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순수하게 방송산업을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민영화를 말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MBC가 정권 비판적인 기능을 할까봐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시장논리에 의한 공영방송 민영화 시도는 의도가 불순하고 문제가 심각하다. PD연합회는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MBC 민영화 반대를 주요 정책과제로 상정하고 강력 대응할 것이다."

- 국공영 채널을 KBS와 통합 운영한다는 계획도 나오고 있는데.

"아리랑TV, KTV 등 국영채널이 KBS로 들어와선 안된다고 본다. 아리랑TV와 KTV는 국가에서 운영하면 된다. 공영방송은 국가 영역이 아니다. 성격이 맞지 않는 매체통합에는 반대한다. KBS가 완전한 공영방송으로 존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다면 또 모르겠으나 아직 한국사회 여건에서는 쉽지 않다고 본다."

- 방통융합 기구개편에 대한 생각은.

"통신기술과 통신영역이 발전하고 방송도 기술적으로 발전하면서 융합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방송통신 융합 역시 산업논리가 중심이 돼선 안된다. 방송의 공공성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 최근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된다면 방송 독립성은 10년, 20년 전으로 후퇴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고, 위원 5명의 추천과 임명을 대통령이 거의 좌지우지하게 될테니 방송의 독립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한나라당이 그동안 내비쳐 온 MBC 민영화와 신문방송 겸영처럼 전면적인 언론의 새판짜기가 가능해질 것이다. 한나라당은 2월 통과를 목표로 한다지만 쉽지 않을 것이고 아마도 4월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획득해 밀어붙이려고 할 것이다.

방송법과 방송위원회 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언론현업단체와 시민단체의 오랜 활동과 투쟁의 결과물이고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이라는 밑바탕에 흐르는 기조와 가치가 있다. 이러한 기조와 가치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치지 않고 진행한다면 큰 사회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을 길들이려는 세력이 존재한다. 방송이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이번 대선 개표방송만 해도 일부 보도는 큰 비판을 받았다. 예전만큼 뚜렷하지는 않아도 정권 교체기마다 내부 줄서기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정권 줄서기 같은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을지 몰라도 이젠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구성원들이 이러한 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KBS에서도 지난해 '강동순 방송위원 녹취록' 사건과 관련해 윤명식 PD를 징계했고 KBS PD협회에서도 제명 결정을 내렸다. 얼마 전에는 이명박 당선자의 후보 시절에 줄서기 논란을 일으켰던 차갑진 전 시청자센터장도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견제와 자정기능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다. 기자와 PD 등 현업 방송인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고 절차와 과정의 중요성, 투명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정착돼 왔다. 그렇기 때문에 절차의 민주성과 투명성까지 흔들리진 않을 것이다."

- 미디어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한 현업단체들과 시민단체의 투쟁 방향은.

"그동안 활동해 온 단체들이 지향하는 방송에 대한 가치와 시각이 일치한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방송이 언론으로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보편 가치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차기 이명박 정부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절차없이 어긋난 정책을 추진한다면 갈등은 불보듯 뻔하다. 이명박 정부가 정략적 의도를 깔고 기존과 다른 논리를 전면적으로 내세운다면 현업단체들과 언론시민단체들의 연대와 단결력은 더 강화될 것이다.

언론현업단체들과 언론시민단체들이 추구하는 방향은 87년 이후 언론운동사의 계속된 흐름이었다. 새 정권이 그 흐름을 막거나 다른 곳으로 돌린다고 해서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니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현실 여건에 맞는, 방송이 방송답게 설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수구적 관점으로 방송정책을 짜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겠다." 

- 미디어 정책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언론현업단체와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지향했던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이라는 보편적 가치관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방송을 단순히 산업논리 내지는 정권 연장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방송정책을 추진할 경우 그에 대한 저항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노선을 추구하는 정부라면 충분히 대화하고 절차의 투명성을 확실하게 담보하는 가운데 언론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미디어 정책에 있어서 반드시 수호해야 할 부분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부분은 기술적 변화에 의해 수정하고 새롭게 받아들일 부분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합리적으로 조정되고 결정되려면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칠 수 있는 토대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서정은 기자  punda@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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