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자신들의 본진 KBS만을 비판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이번 방송에 대한 관심은 평소보다 높았던 시청률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그러나 예고와 본방의 온도차가 없지 않았다. 또한 본방송 녹화 뒤 진행하는 유튜브 라이브 <J 라이브>와도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매우 뜨거우리라 예상 혹은 기대를 했지만 그만큼의 온도까지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싶은 것은, <저널리즘 토크쇼 J>에도 소개됐듯이 KBS 양승동 사장의 시각은 자신들의 준비 부족과 미숙함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논란 이후 KBS에선 전반적으로 논란을 억누르는 침묵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이 논란을 놓지 않은 것은 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위태해 보이기도 한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그런 속에서도 최소한의 변명의 기대는 숨기지 못했다. 그 역할은 대부분 독일기자 안톤 숄츠가 맡았다. 그렇지만 시쳇말로 “쉴드 쳐줄 상황이 아닌” 이번 논란에 안톤 숄츠의 발언은 위화감을 줄 수 있었다. 숄츠 기자는 처음부터 논란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보였다. 서양의 예를 들면서, 송현정 기자가 오히려 친절했다는 말을 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불쾌할 수도 있는 위험한 발언이었다. 정세진 아나운서가 “분명히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라고 주제의식을 일깨워야 했다.

숄츠 기자가 이번 논란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를 하고 출연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특히 뜬금없이 젠더 문제를 제기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이어 김언경 민언령 사무총장도 이에 가세했다. 이 부분은 이날 방송 중 옥에 티로 꼽을 수 있다. 이번 논란 어디에도 여기자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송현정 기자 논란이 더욱 커지게 됐던 것은, 논란이 번지던 상황에서 공개된 언론 관계자들의 페이스북 대화 때문이었다. 이들은 논란을 문재인 지지자들로 일반화하고, 폄하했다. 혐오발언의 위험성도 담고 있었다. 심지어 그 문제를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지적도 했다.

물론 비뚤어진 젠더 의식이 우리사회를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현상이고, 상시 작동되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근거도 없이 젠더이슈를 제기하는 것은 논란의 본질을 흐리는 것에 불과하다. 이 부분이 편집되지 않았던 것은 의아했고, 옥에 티로 남게 됐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어쨌든 <저널리즘 토크쇼 J>의 결론은 이번 논란의 본질은 송현정 기자 개인이 아닌, KBS에 있다는 것이었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대담 경험을 가진 정세진 아나운서는 특히 협업의 문제를 제기했다. 화면에 나오는 한 사람이 아니라 방송은 수많은 사람들의 빈틈없는 협업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이번 대통령과의 대담이 그랬냐는 것이다. 그 질문은 다시 말하면 그러지 못했다는 지적이며 반성일 것이다.

이번 논란을 겪으며 머리에 떠올랐던 아쉬움 하나는 대담 진행자로 송현정 기자가 아닌 정세진 아나운서가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가정은 위험한 것이지만 적어도 아나운서로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정세진이라면 같은 상황이라도 다른 진행 솜씨를 보였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송현정과 정세진 두 개인의 비교가 아니라 생방송 대담 경험이 전혀 없는 기자들 중에서 진행자를 뽑은 것부터가 잘못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가장 큰 언론사이면서도 대통령과의 대담을 능숙하게 진행할 수 있는 인재 하나를 키워내지 못한 무능과 태만이 이번 논란의 본질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것이 공룡미디어 KBS의 원죄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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