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지난 17일 때 아닌 여론조사 신뢰도 논란이 일었다. 리얼미터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다. 보수언론은 '리얼미터 때리기'에 나섰고,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강경대응에 나서면서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가 인용한 인터뷰이들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 대표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안은 '조선일보 거짓 인터뷰 논란'으로 옮아가고 있다.

▲조선일보 사옥. ⓒ미디어스

18일 이택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일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거짓 인터뷰'로 리얼미터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에서다. 이 대표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택수 대표는 조선일보 손덕호 기자의 <"이해찬 한마디에 춤추는 지지율" 한국당 리얼미터 조사에 의문> 기사에 등장한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의 인터뷰를 지적했다. 이 대표는 "기사 하단에 전문가 인터뷰를 따면서 배 소장의 인터뷰를 게재, 리얼미터 조사에 대해 '다른 조사기관과 달리 자동응답방식을 사용해 여론조사가 부정확하게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며 "배 소장은 평소 저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라 그러한 인터뷰를 했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이택수 대표는 "그런데 배 소장은 그렇게 얘기한 적이 없고, 통화한 적조차 없다고 했다. 이래도 되는 것이냐"며 "이후 배 소장은 손 기자님께 삭제 요청을 하고, 하지 않은 멘트의 경우 언론중재위에 소청한다고 하니, 배 소장과 한참을 전화로 실갱이 하다가 기사에서 배 소장 인터뷰 부분을 삭제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기사에서 배 소장의 인터뷰 내용은 사라졌다.

▲18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

이택수 대표는 조선일보 김경필 기자가 작성한 <'널뛰기 여론조사' 논란 리얼미터 전문가들 "조사 방식 왜곡 가능성"> 기사의 인터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조선일보가 기사에 인용한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인터뷰와 관련해서다.

이택수 대표는 "인터뷰이였던 A교수님은 저와의 전화통화에서 본인이 기자에게 설명한 내용과 전혀 다르게 기사화 됐다고 당황스러워 했고, '리얼미터의 문제가 아니라 통상적으로 여론조사 기관들이 조심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리얼미터가 엉터리라고 기사화됐다'고 이해를 구해왔다"고 밝혔다.

A교수는 이준웅 교수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이 교수가 리얼미터 조사와 관련해 "리얼미터 조사는 성·연령·지역별로 필요한 응답자 숫자를 채울 때까지 전화를 거는 방식이기 때문에 표집 오차를 아예 구할 수 없다"며 "언제 어떤 숫자가 나오든 이상하지 않은 엉터리 조사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택수 대표는 "B교수님은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업체가 결과를 미세하게 조정'이라는 워딩을 사용한 적이 없고,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사를 하느냐에 따라 ...(중략) 원하는 방향의 결과를 약간 유도하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꼭 리얼미터가 아니더라도'라고 얘기한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B교수는 한규섭 교수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한 교수가 "다른 업체들은 '경향성'이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리얼미터는 일정하지 않아 통계적으로 처리할 수가 없었다"며 "업체가 결과를 미세하게 조정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20일자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

20일 경향신문에는 <기자와 전화하는 법>이란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조선일보의 '리얼미터 때리기'에 인터뷰이로 등장했던 이준웅 교수의 칼럼이었다. 이 교수는 조선일보 보도에 자신의 인터뷰가 짜깁기된 것을 비판하는 듯한 내용을 칼럼에 실었다.

이준웅 교수는 "오후 2시께 울리는 전화에 낯선 번호다. 서울대 이준웅 교수님이시죠? 맞습니다만. OO일보 기자 김철수입니다. 네. OO일보 김, 철, 수, 기자님. 일부러 이름을 또박또박 확인해서 이쪽에서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며 묻는다. 그런데 무슨 일이신가요? 오늘 국회에서 이만저만한 일로 논란이 일고 있는데, 한말씀해주실 수 있는지요?"라며 칼럼을 시작했다.

이준웅 교수는 "대체로 해 드릴 말이 없다. 그것 참 엉망진창이네요. 저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왜 또 그렇게 싸운답니까? 이런 대답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잘 모르는 사안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내가 탐구하거나 고민해 온 분야가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이준웅 교수는 "응답이 영 시원치 않아서 답답한 기자님, 길을 내어 주신다. 이거 이렇게 볼 수 있잖아요. 이런 정국에서 여당 대표가 그렇게 말하면 곤란하잖아요. 대체로 맞는 말이고,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때 조심해야 한다. 어리바리 맞장구치다 전화를 마치면 내일 아침에 이런 기사를 보게 된다. 서울대 이준웅 교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주장에 '말도 안된다'고 비판"이라고 했다.

이준웅 교수는 "언롯학자 마이클 셧슨에 따르면, 신문기사가 리포트, 즉 보고문의 형식을 갖추면서 뉴스가 탄생했다고 한다"며 "기자가 공중을 대신해서 공인이나 전문가에게 물어서 다시 공중에게 보고하는 양식이 그렇다는 것이다. 인터뷰란 곧 공중을 대신해서 묻고 확인하는 과정인데, 이를 언론의 고유한 기예이자 업무로 양식화하면서 언론인이란 집단의 정체성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준웅 교수는 "따라서 기자로서 인터뷰를 망치면 거의 모든 것을 망치는 셈"이라며 "쓰지 않는 기자라면 게으르다고 하는 정도겠지만, 주변에 묻지도 않고 쓰면 나쁜 기자가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혹은 스스로 공부하지 않고 모든 것을 물어봐서 쓰겠다는 식이어도 당혹스럽다"며 "예컨데 확률표집과 할당표집을 구분하지 못하고 응답률을 계산할 수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하지 못하면서 여론조사 기사를 쓰겠다면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이준웅 교수는 "가장 나쁜 것은 역시 인터뷰 결과를 짜깁기로 변형하는 경우라 해야겠다"며 "누구의 말이라도 좋으니 일단 가져다 놓겠다는 식으로 여기저기 들쑤시다가, 미리 정한 기사의 방향에 맞게 인용문을 가공해서 사용하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이준웅 교수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다고 말들이 많은데, 기자를 자주 접하는 이들이 일반 시민들보다 언론을 더 믿는지, 그 반대인지 조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기자를 자주 접하거나, 기자와 인터뷰한 이들 중에 실망하는 사람이 많다. 원래 기자들이 그렇지 뭐 하는 식으로 체념하기도 한다. 실로 이런 체념은 불신보다 더 나쁘다. 언론이 좋은 기사에 쓸 재료를 얻을 기회를 내치는 격이 때문"이라며 칼럼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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