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여성혐오 막말로 지난 주말은 평탄치 못했다. 보도가 홍수를 이뤘지만 내용적으로는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면키는 어려웠다. 어쨌든 모든 언론이 보도했던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논란에도 유독 잠잠한 곳이 있었다. TV조선이 그랬고, KBS가 또 그랬다. TV조선은 일단 차치하고, 요즘 좋아졌다는 칭찬이 적지 않은 KBS의 침묵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그러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내부비판을 내놓았다. “망언을 망언이라 말하지 못하는 KBS뉴스”라는 제목의 성명이었다. KBS 주요 보도책임자는 “정치인의 막말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비판하거나 두 가지 보도방식이 있는데, 해당 건은 무시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었다.

[뉴스줌인] 홍준표가 나경원에게, 유시민이 홍준표에게 (13일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노조의 비판이 있고 나서야 13일 KBS 9시 뉴스에 나경원 막말논란이 등장했다. 이 논란을 다룬 것은 <뉴스 줌인>으로 JTBC의 <비하인드 뉴스>와 비슷한 포맷이다.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기자의 첫 마디였다. “파문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죠.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 저 달창이란 단어, 저희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 심각성 때문에 그대로 저렇게 노출하겠습니다”라고 한 부분이었다.

“파문이 더 커지는 양상”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KBS 뉴스9가 이전에 이 논란을 다뤘을 때 가능한 표현이다. 이 논란에 입 꾹 닫고 있었던 KBS 뉴스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나마 논란의 본질을 그리 많이 피해가지는 않았단 점이다.

이처럼 KBS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막말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옹호한다는 오해를 불러온 것은 나 원내대표의 말에도 있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담을 진행한 송현정 기자가 언급되었기 때문이라는 의심이 지배적이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도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막말에 대한 비판보다 그로 인한 자사와 관련된 일을 확산시키지 않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자사와 관련된 논란을 의식해 정치인의 매우 심각한 여성혐오 발언을 보도하지 않는다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뉴스 줌인> 담당인 정윤섭 기자가 말한 ‘고민’은 ‘달창’이라는 말을 그대로 노출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왜 다른 방송들에 비해서 며칠 늦게 보도해야 했는지에 대한 것이어야 했다. 그 고민은 곧 고백이고 반성이어야 했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요즘 KBS가 좋아졌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대화를 조금 더 하면 그것은 KBS 보도 자체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KBS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에 대한 호감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나경원 원내대표 막말 보도를 주저한 것을 보면 <저널리즘 토크쇼 J>이 벌어온 공정성을 KBS 뉴스가 까먹는 양상이다.

최근 발생한 논란에 대한 KBS의 침묵은 더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담을 진행한 송현정 기자에 대한 논란 역시 KBS 뉴스는 침묵을 고수했다. 대신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이번 주 바로 그 논란을 다룬다고 한다. 자주 <저널리즘 토크쇼 J>에 “더 독해져야 한다”는 주문을 했지만 아무리 <저널리즘 토크쇼 J>이라 할지라도 자사 비판이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9시 뉴스에서 다뤘어야 할 사안을 <저널리즘 토크쇼 J>이 대신하는 구조 역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KBS가 좋아지려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나마 <저널리즘 토크쇼 J>이 있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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