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가 바른미래당 내 일부의원들의 발언을 빌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여당과 밀약을 맺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가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바른미래당 내 내분을 지렛대 삼아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인용한 발언과 근거들은 정치적 상식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

1일자 조선일보는 <黨엔 실익도 없다는데 밀어붙인 김관영…黨 안팎 "말못할 사정 있나"> 기사에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스트트랙 지정 완료에 대해 '우리가 결국 해냈다'고 했다"며 "손 대표는 '온갖 수모와 어려움에도 성과를 이뤄낸 김 원내대표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고 전했다.

▲1일자 조선일보 4면.

조선일보는 "불법과 거짓으로 패스트트랙을 통과시킨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불만을 전하며, "당내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당을 극심한 내홍으로 밀어 넣으면서까지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인 배경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여전히 제기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이 바른미래당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최근 여론조사의 5% 안팎 바른미래당 지지율을 근거로,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될 경우 내년 총선 의석이 10~20석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선 나온다"며 "비례대표뿐만 아니라 현재의 낮은 지지율로는 지역구 의석도 현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바른미래당 의원 얘기"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당 안팎에서 '호남계 의원들이 살아남기 위해 여당과 밀약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며 "일각에선 '김 원내대표에게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형편"이라고 썼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러한 보도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제가 100% 연동형 비례제도 아닌 데다, 바른미래당의 다음 총선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 것은 정치학적 상식으로 옳지 않다.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지 않고 소선거구제가 유지될 경우 바른미래당은 다음 총선에서 '전패'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의 전신 격인 국민의당은 지난 2016년 4·13총선에서 녹색바람을 일으켰다. 정당 득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앞섰고,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로 39석의 의석을 얻었다.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른 안철수 전 의원의 영향이 컸다.

소선거구제는 전형적인 승자독식형 정치제도로 양당제를 조장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소선거구제에서 지역의 이해를 반영하는 지역정당이 아니고는 제3당의 성공사례는 전무하다. 이마저도 캐나다 사례 정도가 존재할 뿐이다. 4·13총선에서 국민의당의 선전은 안철수 효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볼 여지가 많다. 실제로 안철수 효과에도 국민의당은 호남을 제외한 지역구에서는 단 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안철수 거품이 꺼지고 바른정당과의 합당 등으로 지지세가 꺾인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특히 소선거구제로 치러지는 광역자치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선거구제로 총선을 치를 경우 바른미래당은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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