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1만2000여 명으로부터 1조1000억 원을 빼돌린 '제2의 조희팔' IDS홀딩스 사건을 취재한 일부 언론이 관련 기사를 삭제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뉴스1이 수 건의 기사를 광고비를 대가로 삭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매일경제도 2015년 7월 1건의 기사를 인터넷상에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IDS홀딩스 대외관리업무를 했던 Y씨가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의 지시로 매일경제 기자에게 청탁을 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26일 미디어스가 입수한 검찰 수사보고서(2017년 11월 2일)에는 IDS홀딩스 사건의 김성훈 대표와 대외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Y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담겨있다. 이 가운데 김 대표가 Y씨를 통해 언론사 기사 삭제를 청탁한 정황이 담겨있었다. 특히 뉴스1이 IDS홀딩스의 청탁을 받고 다수의 취재기사를 삭제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일경제도 취재기사를 인터넷에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7월 10일자 매일경제 기사.

매일경제는 2015년 7월 10일 <'月 2~3% 이자'로 유혹…금융다단계 주의보> 기사를 게재했다. 매일경제는 "A사의 다단계 투자상품 취급을 검토했던 한 재무설계사는 'FX마진거래로 고객들에게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을 듣고 회사 관계자를 만나 설명을 들어보니 결국 다단계였다'며 '최근 A사에 돈이 1000억원 가까이 모였다고 하는데 이쪽 업계에서는 A사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고 불렀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고객과 고객을 유치한 사람들에게 약정한 이자가 계속 지급된다면 문제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대부분 금융 다단계는 고객이 늘어나 큰 금액이 모이면 업주가 돈을 횡령하거나 부당한 이유로 이자와 원리금 지급을 중단해 다수 투자자가 피해를 입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우려했다.

매일경제는 "피해가 확실히 드러나기 전에는 처벌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A사 사례에서도 서울중앙지법은 K씨에게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 보도에 등장하는 A사는 IDS홀딩스, K씨는 김성훈 대표다.

그러나 해당 기사는 인터넷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뉴스 이용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고발기사의 효과가 크게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보고서에 담긴 Y씨와 김성훈 대표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당시 상황을 추정해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2015년 7월 9일

김성훈 : 회장님. 기사에 집행유예 선고되었다는 내용 없습니다. 이건 완전 악의적인 기사입니다. 그쪽에 이 내용 반드시 전달해 주십시오.

Y : 임OO 매일경제 경제부 차장을 통해서 인터넷 기사 내리도록 부탁해놓았고, 광고국은 이니셜이기 때문에 내릴 수 없다고 함.

*7월 10일

Y : (매일경제 측으로부터 전달 받은 내용으로 추정)

그러지 않아도 오전 중 사회부장이 작업중입니다. 이게 내부 절차가 필요해서요. 시간이 좀 걸립니다.

회장님. 인터넷 삭제 결정됐슴다. 내부 절차에 시간이 좀 걸렸구요. 이쪽저쪽 삭제되려면 오후에 작업이 완료될 겁니다.

이 같은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오간 후 매일경제의 인터넷판 기사는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도 포털, 매일경제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해당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문자메시지 내용대로라면 김성훈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기사가 확인이 되어야 하는데, 단 한건도 검색이 되지 않고 있어 기사 무마 로비로 모든 기사가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위 문자메시지에 등장하는 임OO은 현재 매일경제 과학기술부 부장으로 재직중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매일경제 임 모 부장은 "저는 기억이 없다"며 "검찰에서 연락을 받거나 그런 사실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임 부장은 Y씨와 단순한 고향 선후배일뿐 부탁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라고 했다. 임 부장은 "Y씨는 고향 선후배를 통해 한두 번 만난 사이"라고 밝혔다.

한편 매일경제 소속 방송사인 매일경제TV는 2015년 6월부터 '미래를 투자한다, TV해외선물'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투자금액 총 1억 원을 두고 서바이벌을 벌이는 투자프로그램으로 유명 아나운서가 동원돼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방송됐다.

이 프로그램에는 송 모 전 KR선물 대표를 비롯해 IDS홀딩스가 2014년 사들인 KR선물 관련자들이 다수 출연했다. 당시 KR선물은 뉴스1이 '실소유주 문제', '김성훈 대표의 사기·유사수신행위' 등을 문제 삼으면서 전방위적 압박을 겪고 있었다. 김성훈 대표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경우 언론사들이 촉각을 세우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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