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 25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조덕진 씨(48)가 사망하면서 정부가 관련 피해자 판정 기준을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족들로부터 나온다. 현재 피해 판정 기준은 일부 피해자만을 인정해 조 씨와 같은 피해자는 보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29일 조 씨 유족들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 등은 청와대와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 조 씨의 장례예배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 판정기준 철폐 등을 촉구했다.
김기태 가습기넷 공동운영위원장은 30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피해자 판정 기준의 개선을 촉구했다. 현재 피해 판정 기준은 '소엽중심성폐섬유화'에 해당하는 폐질환 중 말단기 폐섬유화가 나타난 사람에 한해 1, 2단계로 분류, 피해자 판정을 한다. 이에 따라 조 씨와 같이 3, 4단계에 해당하는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와 폐섬유화 간 원인 관계가 없거나 낮다고 판단,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분들은 막힌 방에서 24시간 독성물질을 흡입한 것"이라며 "그런데 정부에서는 2011년~2017년까지 단지 폐질환 중 일부분인 말단기 소엽중심성폐섬유화가 나타난 사람에 한해서 피해자로 인정했다.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가습기넷에 따르면 조 씨는 '옥시싹싹 뉴 가습기 당번'을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가족들과 함께 사용했다. 이에 조 씨의 어머니 박 모씨는 조 씨와 마찬가지로 4단계 판정을 받고 2012년 사망했다. 아버지 조 모씨 역시 4단계 판정을 받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다. 조 씨는 2016년 폐섬유화 진단을 받았다.
또한 가습기넷은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생산, 유통, 판매에 책임이 있는 SK케미칼, 애경, 이마트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검찰은 28일 안용찬 전 대표 등 전직 애경 임원 3명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지 한 달 만에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검증을 소홀히 한 혐의다. 검찰은 애경이 SK케미칼과 함께 가습기 살균제 제조 과정에 개입했다는 구체적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애경으로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납품받아 판매한 이마트 전직 임원 1명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오늘 오전 이들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예정돼 있다.
김 위원장은 "SK는 참사의 원인이다. 1994년 유공케미칼(SK케미칼의 전신)에서 최초로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었고, 모든 가습기 살균제 원료 90% 이상을 SK케미칼이 공급한다"면서 "애경은 SK와 제조에 대해 상당히 많이 협의를 했고, SK는 하청업체 필러물산을 통해 애경과 이마트에 납품했다. SK, 애경, 이마트 이 세기업을 저희는 '살인기업'이라고 얘기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