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6시 롯데호텔에서 80회 생일 겸한 출판기념회 열려

2008년 1월 22일(화).

오늘은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80회 생일(양력)이다. ‘밤의 대통령’으로 불리다 2003년 8월 8일 작고한 방일영 전 회장의 5년 아래 동생이다. 방우영 명예회장은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과 더불어 1980년 국가보위입법회의(약칭 국보위) 입법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언론사에서 입법위원을 지낸 사람은 방 명예회장이 유일하다.

1980년 당시 조선일보의 대표이사 사장이던 방 명예회장의 국보위 입법위원 위촉은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장문의 사설을 통해 어떤 다른 언론사보다 먼저 앞장서서 전두환 소장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신군부에 의한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과 쿠데타를 지지하고 나선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 조선일보 방우영 회장의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
또한 방 씨의 입법위원 위촉은 이후 조선일보사와 전두환 정권, 그리고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두번째 가지나 다름없는 노태우 정권과의 유착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 방 전 회장이 자신의 80회 생일(산수: 傘壽)을 앞둔 최근, 회고록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김영사 발행)를 출간했다.

따라서 오늘 오후 6시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호텔에서 열릴 예정인 그의 출판기념회는 80회 생일을 자축하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명예)회장 출판기념회는 조선일보 회사 행사?

이날 열릴 예정인 방 명예회장의 출판기념회는 조선일보사의 회사 행사일까? 아니면 방 명예회장의 개인 행사일까?

아무리 조선일보가 우리나라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사 중의 하나라 해도 신문사 명예회장의 출판기념회가 회사 행사인지 개인 행사인지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행사를 주관하는 쪽이 어디냐가 대단히 중요할 수 있다. 최소한 수천만원, 아니면 억대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행사 비용을 지불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의 형식상 초청인이 누구인지는 별로 중요할 것 같지 않다.

실제 이 비용이 과거에 문제가 된 바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다. 비슷한 행사의 성격 및 비용 지불과 관련 조선일보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고, 1심과 2심에서 조선일보사측은 이 부분과 관련 패소한 바 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98년 고희출판기념회,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자도 참석, 축하

이야기는 정확히 10년 전 오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선일보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던 방 회장은 자신이 52년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한 이후 겪은 경영비사와 언론과 권력 사이에 얽힌 뒷얘기 및 언론관 등을 담은 회고록 ‘조선일보와 45년’이란 책을 70회 생일에 즈음하여 펴내고, 고희출판기념회를 조선일보사 7층 강당에서 열었다.

이 책은 방 회장이 지난 94년 10월부터 97년 10월까지 3년 동안 조선일보 사보에 '생각나는대로'라는 제목으로 실은 1백23회 분량의 칼럼을 6백58쪽의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고건 총리, 김수환 국회의장를 비롯, 정계 재계 관계 학계 문화예술계 체육계 언론계 주한 외교사절 등 각계 인사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린 것으로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 조선일보 1월17일자 30면.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방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난 45년 동안 언론 외길을 걸어오면서 신문은 아무리 가꾸고 다듬어도 그지없는 작업이고 미흡한 과제라는 것을 느낀다”며 “조선일보가 국가와 민족의 번영을 위해 보람있게 봉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도 편달해 달라”고 말했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자는 “방 회장이 변함없이 한 길을 걸으며 대조선일보를 만들어 내고, 문화사업과 사학 발전에 큰 업적을 남긴 것을 높이 평가해 마지않는다”며 “오늘 모임이 제2인생을 기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축하한 것으로 조선일보는 당시 보도했다.

10년 전 오늘 방 회장의 고희출판기념회의 비용 5천여만원을 조선일보사가 부담했고 조선일보사는 이를 회사의 정당한 비용 즉 업무와 관련된 비용으로 손비 처리했다.

조선일보, 국세청이 회사 비용 인정 않자 행정소송 제기, 1심과 2심서 패소

그러나 2001년 조선일보를 포함한, 모든 서울 소재 일간신문사와 방송사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국세청은 방 회장의 고희출판기념회 비용을 구 법인세법에 따른 손금 항목에 산입하는 것을 거부하고, 이를 업무와 무관한 비용 즉 ‘손금불산입(損金不算入)’ 항목으로 규정, 추징금 산정에 포함시켰다. 물론 조선일보사의 업무와 무관한 비용으로 국세청이 처리한 것이 이것 뿐이 아니다.

조선일보가 그토록 강조하는 권력에 대한 감시견(watchdog)으로서 언론사는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투명하고 깨끗하게 회계처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사는 법률과 상식과 너무나 동떨어진 목적으로 방 회장을 비롯한 사주를 위해 회사돈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조선일보사는 2001년과 2002년 각각 서울지방국세청장과 국세청장을 상대로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세무당국은 출판기념회 비용을 비롯한 몇몇 항목에 관한 조선일보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조선일보사는 2003년 서울행정법원에 '법인세 등 부가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l심법원과 고등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방 회장 저서, ‘조선일보의 사료로서 가치를 가지는 역사적인 것’ 주장

당시 조선일보사는 “방우영 회장이 45년간 조선일보에 재직하면서 발생한 각종 사건에 대해 다룬 ‘조선일보와 45년’이라는 책은 단순히 개인의 문집수준을 벗어나 원고(조선일보)의 사료로서 가치를 가지는 역사적인 것이므로, 이 책의 출판기념회는 개인적 목적을 위한 출판기념행사가 아니라 조선일보사의 역사와 성가를 알리는 행사이므로 그 행사에 소요된 비용을 업무무관비용으로 보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 조선일보 ⓒ 미디어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조선일보사의 주장을 “이유없다”고 일축하며, “위 책자에 비록 원고(조선일보사)와 관련된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주된 부분은 방우영의 개인 생각을 담은 저술이므로 원고(조선일보사)가 방우영을 위하여 개최한 위 출판기념회는 원고의 업무와 관련된 것이라기보다는 방우영 개인의 업무라고 할 것이어서 위 출판기념회를 위하여 지출한 비용은 원고(조선일보사)의 업무와 관련이 없이 지출한 비용이라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오늘 롯데호텔 출판기념회 행사 비용은 얼마나 될까

다시 오늘 행사로 돌아가 보자.

10년 전 고희출판기념회는 재계, 문화계, 언론계 등 주요인사 750여명에게 초청장을 보낸 뒤, 조선일보사 본사 강당에서 행사를 가졌음에도, 조선일보가 지출한 비용만 5천여만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늘 행사는 대한민국 최고급의 호텔 중의 하나인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리는데다, 초청자와 참석자 숫자도 10년 전 행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는데 조선일보가 혁혁한 공를 세운(?) 직후인 점을 감안할 때 어마어마한 관심을 끌고 화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체 행사 비용은 10년 전과 비교할 때 최소한 곱절 이상은 될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 행사 비용을 조선일보사가 부담하는지, 아니면 방우영 명예회장 개인이 부담하는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미디어스는 이번 행사와 관련 조선일보사 측에 22일 오전 11시까지 답변을 요청하는 질의서를 보냈으나, 조선일보사는 이 시간까지 아무런 답을 보내오지 않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