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숙명여대 동문 1082명이 5·18 유가족을 향해 "괴물집단"이라고 망언을 한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약학, 74학번)을 규탄하는 성명에 동참했다. 숙대 총학생회가 김 의원에 대한 규탄 성명을 철회한 지 2주만이다.

'김순례를 규탄하는 숙명 동문들'은 지난 11일~19일까지 1주일 간 진행한 연서명에 1082명이 참여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름, 학번, 학과를 모두 걸고 공개적으로 규탄한 인원만 864명에 달하며 최고 66학번부터 신입생인 19학번까지 전 연령대에 걸친 숙대 동문들이 김 의원 규탄 성명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

숙대 동문들이 이 같은 연서명에 나서게 된 직접적 계기는 숙대 총학생회의 김 의원 규탄 성명이 철회됐기 때문이다. 숙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5·18 망언'을 한 김 의원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김 의원의 공식사과를 촉구했으나 이후 재학생 반대여론에 부딪혀 지난 8일 성명서 철회를 결정했다. 총학생회 성명에 문제를 제기한 재학생 615명은 해당 성명서가 숙대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며, 여성에게 가해지는 도덕적 검열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일조하고, 정치적 행동을 통해 숙대 내 여성 네트워크 형성을 저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숙대 동문들은 '깊은 유감'을 표명, "숙명의 명예는 김순례 의원을 규탄함으로써 지킬 수 있다"며 연서명에 나섰다. 동문들은 "김 의원의 발언은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도덕적 검열'이 아니라 심각한 문제 발언이다. 가짜뉴스에 기반해 5·18 운동의 본질과 국가 폭력의 피해자를 모욕하는 반역사적·반인륜적 발언"이라고 김 의원을 규탄했다.

이어 동문들은 "숙명인으로서 규탄해야 하는 것은 김순례 동문의 문제적 발언과, 그를 이유로 들며 '여성 정치인'임을 비하하는 '여성혐오'일 것"이라며 "숙명의 명예를 실추하는 것이 누구인지, 우리가 규탄해야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또한 동문들은 대학 내 학생자치기구가 탈정치화를 요구받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학생회에게 탈정치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우리의 대표들이 사회문제를 방관하고 은폐하는 것을 묵인하는 행동"이라며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잘못을 한 사람에게 도의적인 비판조차 하지 못하는 학생자치기구를 만들며 시대를 역행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동문들은 총학생회의 성명서 철회를 두고 재학생 일부에 대한 지나친 비난에 대해 선을 그었다. 07학번 동문 김 모씨는 "이번 철회 과정에서 나타난 입장 차이는 단순히 여성들간의 싸움이 아니며 어느 대학사회에서보다 뜨겁게 정치적 의제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숙명여자대학교 명신관에 부착된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 규탄 연서명 대자보. (사진제공='김순례를 규탄하는 숙명 동문들')

한편,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는 ‘5·18 망언'의 당사자인 김순례·김진태 의원에게 사실상의 면죄부를 줘 논란을 빚고 있다. 한국당 윤리위는 19일 김순례·김진태 의원에게 각각 '당원권 3개월 정지'와 '경고' 처분을 내렸다. 앞서 지난 2월 당 윤리위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은 이종명 의원 사례와 비교해도 징계 수위가 현격히 낮아 '맹탕징계'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당 윤리위의 이 같은 결정은 극우 지지층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당이 극우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김순례·김진태 의원을 의식해 제대로 된 징계를 내릴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두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게 책정되면서 이종명 의원에 대한 제명 조치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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