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을 해도 욕을 먹는 시대. 소수이기는 하지만 극단적인 몇몇 이들에게 어떤 이의 행동을 판단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그들이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것을 하느냐에 맞추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행위에도 다른 판단 기준이 적용되기 일쑤이고, 전체의 그림보다는 작은 트집이 더 크게 부각되기도 하죠. 필요한 것은 꼬투리를 잡아 비난을 퍼부을 표적을 만드는 명분일 뿐, 전체적인 맥락이나 의도, 그 영향에 대한 고려는 뒷전이죠. 이런 유의 공격이 의미하는 것은 그 당사자가 저지른 행위의 개선, 작은 실수에 대한 불만이 아닙니다. 그냥 나는 그, 그녀가 싫다는 표현이죠.

소녀시대는 그런 공격에 너무나도 자주, 빈번하게 노출되었던 손쉬운 먹잇감입니다. 당연히 그중에는 명백한 사과와 개선이 필요할 정도 그녀들이 자초했던 말실수, 부적절한 행동도 있었겠죠. 하지만 유독 그녀들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과도할 정도의 해석과 비난이 가해지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소녀시대는 현재 걸그룹을 대표하는 1인자로서 팬덤들의 옹호와 공격이 집중되는 전장 한 가운데에 위치해있고,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여론을 움직이며 이미지를 꾸미고 훼손시키는 글과 글, 소문과 소문의 충돌이니까요.

소녀시대의 멤버 수영이 신세경과 함께 루게릭병과 맞서 투병 중인 박승일 전 코치를 찾아가 찍었던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되어,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논란 아닌 논란도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본래 사진의 출처가 박승일 선수 측에서 감사의 뜻으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공개했던 것이었고, 당사자를 비롯한 주변 간호인들 모두 그녀의 지속적인 방문과 마음씀씀이에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사진 한 장의 이미지를 두고 환자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거나 사진 촬영을 위한 가식적인 전시방문이 아니냐, 그녀가 사진을 위해 취했던 뽀뽀 포즈가 과연 적절했느냐를 논하던 이상한 트집 잡기, 괴상한 구설수 만들기였었죠.

그렇기에 이번 주 강심장에서 수영이 말한 박 전코치의 일화 소개는 이런 구설수를 만든 이들을 자극하기 쉬운 소재일 수도 있었습니다. 사건의 전후과정을 소상하게 말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그분과의 오랜 인연을 강조하며 구설수의 근거 없음을 따지려 했다면 의혹은 해소될 수 있었을지언정 그리 큰 도움은 되지 않았을 거예요. 어쩌면 또 다른 반발과 논란을 생산해낼 수도 있었겠죠. 몇몇 삐뚤어진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명확한 사실 관계의 확인이 아니라 부적절한 일과 관련된 논란을 만드는 것 자체니까요. 좋은 일을 해놓고, 이미 다 마무리되어 수면 아래로 가라않은 이야기를 뭐가 그리 억울해서 다시 꺼내놓고 힘겹게 투병하고 있는 이를 다시 거론하며 자기 방어를 위한 한탄을 털어놓느냐는 시비걸기도 가능한 접근방식이거든요.

하지만 이 똑똑한 아가씨는 자신을 상처 입혔던 과거의 억울한 구설수와 비난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자신에게 돌을 던진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공격하며 질책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그와 관련된 아픔과 상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그저 박 전 코치와 그분의 여자친구 사이의 감동적인 미담을 공개하고, 그를 돕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었을 뿐이죠. 그런 소개 안에 들어있는 박 전 코치에 대한 애틋함과 감동, 진심이야말로 구설수에 맞서는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대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구구절절한 보충설명이나 눈물 섞인 심경 토로보다 훨씬 더 좋은 대처방안이었어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를 말하기보다 그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과 헌신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면서 선행을 숨기고 감추는 것을 미덕이라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이상한 침묵의 강요를 충족시켜주면서도, 그를 비롯해 여전히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루게릭병 환자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 역시도 현명하고 귀한 선행이었요.

과연 강심장이 개인의 억울했던 과거사를 털어놓고, 각종 의혹들을 해명하기에 적절한 자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 진솔한 자리가 되기에는 출연자들이 털어놓는 발언의 수위는 너무나 높고, 앞다투어 털어놓는 폭로들은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든요. 하지만 시시한 신변잡기나 개인 홍보,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같은 위험한 폭로들 속에서도 현명하게 대처할 줄 알고, 적절한 발언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경우가 분명 존재합니다. 수영의 이번 방송분이야말로 그런 좋은 예, 선행을 선행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대에 구설수와 논란을 잠재우는 진심의 힘을 보여준 기분 좋은 예시였어요. 그런 눈물 앞에서 시덥지않은 논란은 비웃음거리일 뿐입니다.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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