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YTN이 '김학의 동영상' 고화질 원본 영상을 공개한 것이 저널리즘 측면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음증을 부추기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영상 공개 대신 영상 속 김학의 전 차관의 얼굴 사진만을 보도하거나, 고화질 영상을 입수했다는 소식만을 전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는 것이다.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자연, 김학의 사건이 정의롭게 해결되었으면 한다. 단,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실에 근거하였으면 한다"면서 "그런데 이와 별개로 동영상 공개는 신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YTN 홈페이지 갈무리.

그는 "동영상 속 인물이 누구인지 판단하여 공개하는 것을 넘어 동영상을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했다. 두 남녀의 성행위 영상"이라며 "범죄 혐의와의 관련성이 부족하고 법정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을지도 불분명한 영상"이라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성폭력, 즉 '특수강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그래서 김학의의 특수강간을 주장하는 경찰도 동영상은 '범죄의 직접 증거'라기보다는 '김학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과거 검찰 수사팀이 나름의 이유로 동영상 속 인물을 특정하지 않은 것이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을 크게 확대시킨 것은 사실로 이제는 검찰수사단이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동영상 속 인물에 대한 판단과 과거 특정하지 않은 이유 등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철 CBS 대기자는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YTN 동영상 공개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권 기자는 "동영상에 나오는 인물이 김학의라고 해서 이 동영상 자체가 별장에 갔다는 걸 부인하는 김학의의 진술을 반박하는 근거는 될 수 있지만 특수강간을 입증하는 증거나 단서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선정성이 강조된 보도로 보는 학계 및 시민사회 시각들을 전했다.

권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 등은 동영상 공개 보도가 부적절하고 부주의했다는 의견이다. 해당 영상이 성관계 동영상이라는 점이 알려진 상황에서 동영상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선정적이며, 영상 속 김 전 차관의 얼굴 사진만을 따서 보도하거나 고화질 영상을 입수해 분석했다는 내용만을 보도하는 것으로 충분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저화질의 영상이 보도된 상황에서 고화질 영상이 갖는 의미가 특별히 새롭지 않아 선정성이 더 강조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권 기자는 YTN 내부에서도 이 같은 비판이 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김 전 차관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보도에 문제가 크게 없었다는 반론도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김 전 차관의 혐의 부인하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보도라는 점에서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의견을 냈고, 양홍석 변호사도 동영상 공개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보도 가치가 높고 얼굴을 공개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는 입장을 냈다.

한편, 검찰 수사단이 17일 김 전 차관 관련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사기 혐의로 체포하면서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및 성범죄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 씨는 김 전 차관을 비롯한 사회 유력 인사들을 접대, 성범죄를 저지르고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윤 씨는 개발 사업 관련 수 차례 고소를 당하고 수사를 받으면서도 대부분 무혐의로 풀려나거나 불기소 처분을 받아 권력층의 비호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차관은 YTN '김학의 동영상' 보도와 관련해 해당 영상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법적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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