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6대 광역시 특집이 방영된 이후 어제 하루 김종민에 대한 비난이 엄청나더군요. 그동안 김종민의 미비한 활약에 대해서 쌓아두었던 답답함이 한번에 폭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그런 김종민을 막지(?) 못한 제작진까지 함께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1박2일에서 김종민이 비난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심방송에 방송태도까지 엉망이라는 것인데요. 하지만 저는 이 부분에서 김종민이 비난을 받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김종민이 김태희 모교인 울산여고를 찾아갔다고 해서 사심을 채웠다고 보기는 힘든데요. 김종민은 김태희 모교를 찾아가 김태희를 만난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수많은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연예인으로서 우쭐할 법도 했지만, 괜히 이승기 이야기를 꺼내며 자폭을 했습니다. 오히려 김종민은 불쌍해지기 위해 여고를 찾아가 스스로 굴욕을 당하려 한 것이죠. 그렇게 자신의 불쌍하지만 천진난만한 캐릭터를 살리는 데 충실했고, 제작진은 역시 중간중간 자막을 통해서 그리고 멤버들은 이제 감싸주기만 하기보다는 재치있는 입담을 통해서 그런 김종민을 놀리며 서포트하였습니다.

사심방송 논란?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김종민의 의도된 설정

아무튼 이번 김종민이 울산여고를 찾아간 것을 두고 사심을 채우려 했다고 말들이 많은데요. 왜 안내센터에서 추천한 암각화를 가서 울산을 홍보하려 하지 않고, 생뚱맞게 김태희 모교인 울산여고를 찾아갔냐고 비난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번 주 5대 광역시 기획에 대한 제작진의 의도와 1박2일에 미션이 있다는 것을 간과한 시청자들의 오해 속에서 빚어진 결과입니다.

먼저 이번 주 1박2일 6대 광역시 특집은 그동안 섬을 다니면서 고생도 많이 했고 5인 체재 속에서 힘들어하는 멤버들을 위해 휴식차 기획된 특집이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강호동은 오프닝 때마다 나영석 PD에게 항의를 하며 투정을 많이 부렸는데요. 물론 매번 있는 일이긴 했지만 최근 5인 체제가 되면서 위기의식 속에서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타이트하게 진행을 해왔고, 위기론 속에서 잘 견뎌준 멤버들을 위해 독려하는 차원에서 한번쯤 쉬어가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나영석 PD는 이번 주부터는 여행지를 둘러볼 시간적 여유도 없이 깃발 찾아다니며 쫓기는 그런 비인간적인 경기는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요. 그래서 제작진은 각 광역시 별로 특색은 미션을 통해서 보여주도록 하고, 나머지는 자유시간으로 할당해주었습니다. 또한 미션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이 되면서, 한 명이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나머지 4명의 멤버들은 대기하면서 여유를 가지고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던 것이죠.

즉 이것은 제작진이 미션을 통해 광역시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자유시간에는 각 멤버들 재량에 따라 예능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김종민 역시 그런 제작진의 의도에 맞추어 울산여고를 방문한 것이구요. 다른 멤버들 역시 각 지역의 특색을 찾아다니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예능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하였습니다.

멤버들은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시간 동안 각자 할당된 광역시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합니다. 그런 와중에 각각의 멤버들은 개인적으로 해당 광역시 하면 떠오르는 것을 가지고 방송 분량을 만들어 나가는데요. 대구광역시로 가게 된 강호동은 양준혁 선수를, 광주광역시로 가게 된 이수근은 이종범 선수를, 그리고 다음 주 방영분에서는 부산광역시로 간 이승기가 이대호 선수를 만나면서 야구 명사 특집을 멤버들 스스로가 기획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천광역시에 간 은지원은 차이나타운에서 사천짜장을 먹고, 놀이공원으로 가서 시간을 때웠는데요. 은지원은 그렇게 자신의 은초딩 캐릭터를 잘 살려내는 모습이었습니다. 김종민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생뚱맞은 김태희 모교 방문은 김종민이 일부러 자신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나름대로 기획한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아이돌 스타도 아닌데 여고생들이 왔다고 환호해줄 리 만무하고, 요즘 자신의 인기나 처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앞서 언급했듯이, 김종민은 일부러 이승기가 울산을 오고 싶어했는데 접전 끝에 자신이 왔다며 여고생들의 비난을 자처했습니다. 사실 김종민이 뭐 볼 거 있다고 김태희도 없는 울산여고에 간다는 말인가요? 그래도 연예인이라고 여고생들 앞에서 관심 좀 받아 보자고 사심으로 간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이날 방송 내내 보면 알겠지만 김종민은 연예인으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불쌍한 캐릭터로 나옵니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자막과 멤버들의 놀리는 모습까지 모두 일치하는 부분이죠. 결국 이것은 김종민이 철저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잡고 움직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션 수행을 염두에 둔 김종민의 계산

그리고 이번 1박2일의 미션은 대전을 제외한 5대 광역시에서 한 명이 미션을 성공하면 다음 멤버에게 미션을 전달하는 릴레이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전 단계 미션 수행자가 미션을 완료하기 전까지는, 어떤 미션이 전달될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요. 그래서 각자가 알아서 광역시의 어딘가에서 긴장하고 있다가 전화로 미션을 전달 받으면, 빨리 그 미션을 완료해서 또 다음 멤버에게 미션을 전달해야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또 이 릴레이 미션은 저녁 7시까지 그 수행여부에 따라, 실내취침을 하느냐 대전시 번화가 앞에서 텐트치고 야외취침을 하느냐가 결정되는 조건부 미션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각각의 멤버는 할당된 광역시에서 발빠르게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미션이 오기 전에 미리 미션의 위치를 예상하고 이동하기 편한 곳에서 대기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김종민은 미션이 자신 때문에 늦어지지 않기 위해, 시작부터 상당한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는데요. 울산여고를 선택한 것도 KTX 타고 내려갈 때 이승기에게 "PD님하고 나하고 서로 원하는 데로 가기로 했거든"이라는 말을 통해 김종민 단독 결정이 아니라, 이미 제작진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 사안이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미션의 장소가 어디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김종민은 울산의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울산여고를 일부러 선택해, 캐릭터도 살리며 분량도 뽑고 미션이 전달되었을 때 어디든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대기한 것입니다. 안내센터에서 울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물어본 것도 직접 대기시간 동안 홍보하러 다니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미션 예상지가 어디가 될지 미리 알아보려 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울산여고의 위치까지 직접 확인을 하며 그것이 유력한 예상 미션지인 태화강 공원과 울산대공원 사이에 위치한다는 것을 보고 안심하는 모습을 통해서도, 김종민이 이후 미션을 위해 처음부터 신경쓰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죠.

불쌍하고 천진난만하게 웃는 김종민, 정말 괜찮은 걸까?

그렇게 그간 김종민의 침묵수행에 대해서는 비난할 수 있을지언정, 이번 5대 광역시 특집에서 만큼은 크게 잘못한 것이 없는데요. 이번에 김종민은 미션 수행도 정말 빨랐고, 자신의 캐릭터를 살리는 데도 성공을 했습니다. 물론 그것이 안타깝게도 시청자의 눈에는 그간의 답답함과 맞물리면서, 진짜 바보스러움(?)으로 비추어지긴 했지만 말이죠.

김종민이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6대 광역시 특집만큼은 자신의 캐릭터를 살리고자 하는 노력을 했고. 그 결과 불쌍하면서도 천진난만하게 잘 보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시청자들의 오해와 편견 속에서 너무 과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참 안타깝습니다.

그렇게 엄청난 비난과 하차서명까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도, 그런 자신의 처지를 이용하여 캐릭터로 만들어보려고 천진난만하게 웃는 김종민의 모습이 왠지 안쓰럽게만 느껴집니다. 정말 김종민은 괜찮은 걸까요?

"문화평론가, 블로그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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