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국회 여야 의원들이 장애인의 방송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난방송 시 수어 통역 제공 의무화를,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장애인 체육경기대회의 편성 시간 확대를 제안했다.

강병원 의원은 15일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강병원 의원은 “최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강원도 일대의 산불 발생 당시 강풍으로 인해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상황이었다”면서 “하지만 재난의 정보전달 과정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을 실시한 주요 방송사가 한 곳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을 비롯한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강원도 산불과 관련한 재난방송 수어 통역 및 해설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강원 산불 사고가 시작된 4일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을 실시한 주요 방송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주요 방송사는 5일 오전이 되어서야 수어 통역을 시작했다. 이에 장애인 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재난상황 시 장애인의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이나 외국인도 누구나 재난방송을 통해 행동요령을 전달받도록 재난방송 메뉴얼과 시스템 전반에 개선안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강병원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재난 상황 시 안전취약계층에 대피·구조·복구 등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방송사에 수어 통역 제공 의무를 지우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국민이 안전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동섭 의원은 12일 장애인 체육경기대회의 편성 시간을 강제하는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동섭 의원은 “전체 방송 중 장애인 관련 내용이 포함된 프로그램의 비중은 매우 낮은 상황”이라면서 “장애인의 평등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당시 지상파 방송이 패럴림픽 경기 중계에 편성한 시간은 KBS 25시간· MBC 18시간·SBS 30시간이었다. NHK(62시간), NBC(94시간), 채널4(100시간)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패럴림픽 중계 시간 부족에 대한 비판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패럴림픽 경기를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방송사들은 뒤늦게 추가 편성에 나섰다. KBS는 패럴림픽 관련 다큐멘터리 430분을 편성했고, 경기 편성을 34시간으로 확대했다. MBC도 편성을 18시간에서 35시간으로 늘리고 폐회식을 녹화중계 대신 생중계했다.

이동섭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KBS·MBC에 장애인 체육경기대회 시간을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동섭 의원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체육경기대회의 경우, 비장애인 체육경기대회에 비하여 장애인 체육경기대회와 관련된 방송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이 매우 낮다”면서 “KBS·MBC의 장애인 체육경기대회 관련 방송시간을 전체 체육경기대회 관련 방송시간의 3분의 1 이상 편성하도록 해서 장애인의 시청권을 보장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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