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KT가 도급업체 MOS에 '어용노조' 설립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질적으로 KT MOS는 KT에 종속돼 운영되고 있었으며, 어용노조를 설립해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KT 새노조는 17일 열릴 KT 청문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KT. (연합뉴스)

KT MOS(남부, 북부)는 KT의 무선망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계열사로, 지난해 8월 지역별로 7개 MOS 법인 형태로 존재하던 회사들을 통합하면서 KT 자회사로 편입됐다. KT새노조에 따르면 외관상 도급의 형태지만 실제로 MOS 법인은 KT에 완전히 종속돼 인사, 경영 측면에서 KT의 부서처럼 경영되고 있었다고 한다.

KT새노조는 "MOS 노동자들은 KT에게 실질적으로 종속돼 도급인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도급인이 임금 등 근로조건을 전적으로 결정하는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노동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며 "단적으로 부산 MOS 법인의 6년 간 대표이사 및 주요 임원의 임용 내역을 살펴보면 무선망 유지보수 업무와 무관한 KT의 임원들이 일정 주기로 채용되거나 퇴직하기를 반복했다"고 밝혔다. KT새노조는 "결국 7개 MOS 법인들은 전형적인 KT의 위장도급 업체에 불과했으며, 그를 통한 노동은 사실상의 불법적 파견근로였다"고 주장했다.

KT새노조가 제공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부산 MOS 법인의 주요임원 내역을 살펴보면 2012년 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대표 3인이 KT연구소 상무, KT 자회사 NexR의 대표 출신인 것으로 확인된다. 2012년 2월부터 현재까지 경영본부장 3명 역시 모두 KT 부산본부 상무보 출신이며, 2014년 3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기술본부장 2명은 KT 기업본부 상무보, KT부산유선네트워크 상무보 출신이다.

▲2012년부터 부산 KT MOS 임원 명단. (자료=KT새노조 제공)

KT새노조는 "문재인 정부 들어 대기업 갑질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위장도급, 불법파견 이슈가 제기되자 KT MOS의 위장도급이 문제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경영진들은 각각의 MOS 법인들을 하나로 통합해 KT MOS 남부와 북부를 만들었다"며 "그리고 통합 과정에서 노사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KT 본체 주도로 노조를 만들고 단체협약을 만든 후 통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KT새노조는 "KT 소속 A팀장의 지시를 받은 MOS 부산법인 사용자 측이 노조 규약, 투표 용지, 프랑카드, 직인에 이르기까지 사전에 모두 준비해줬으며 노조 준비위원장 인선도 지시를 받고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KT는 이러한 행위가 불법임을 인지해 가명으로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하고 결과 보고를 받았다는 게 KT새노조의 설명이다.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도 동일한 형태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고 한다.

▲KT MOS 임단협 추진 계획안. (자료=KT새노조 제공)

KT는 이 과정에서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새노조의 개입 차단 위해 주요 Anti 직원에 대한 지속 모니터링"이란 문구가 담긴 문서를 생산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KT새노조는 "이 사건은 단순한 위장도급,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의 적나라한 실상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아현 화재에 따른 통신대란 과정에서 드러난 KT 경영의 허점을 다시 한 번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는 이 사건은 단순히 KT 노무관리 라인의 일탈이 아닌 황창규 회장 체제의 본질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단언한다. 모든 책임은 다른 누구도 아닌 황창규 회장 자신에게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T는 이번 사례 외에도 불법적 노무관리로 인한 여러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KTS 남부는 관리자들이 무더기로 고용노동부에 의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 송치됐고, KTcs 등에서는 불법파견 진정 사건이 진행 중이다.

KT새노조는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KT의 불법 노무관리의 최종 책임자에 대한 진실"이라며 "법적으로는 도급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으므로 법적인 아무런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7개 MOS 법인에 대해 일제히 노조를 만들 것을 지시하고 이를 시행하도록 감독할 수 있는 권력, 단체협약 시나리오를 만들고 그대로 시행되도록 만드는 권력, KTS 남부 노조 선거에 불법 개입하도록 만드는 권력, KT새노조 개입 차단을 위해 Anti들을 감시하라고 지시하는 권력의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KT새노조는 "이러한 권력이 황창규 회장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면 누구로부터 나오겠는가"라고 물었다.

KT새노조는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을 상대로 KT MOS의 불법행위에 대한 의원실 순회 설명회를 개최하고, 17일로 예정된 KT청문회에서 관련 내용을 낱낱이 밝혀줄 것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