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선데이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예능인 동시에 가장 문제 많은 예능으로 줄타기를 하고 있다. 1박2일은 MC몽을, 남자의 자격은 김성민을 하차시키는 것으로 사태를 무마하려고 하지만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하필이면 해피 선데이가 이런 물의의 중심에 선 것은 단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흔히 말하는 관용구에는 ‘제작 현장을 잘 몰라서’라는 구절이 있다. 정말 제작 현장을 잘 모르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왜 해피 선데이에만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한국 최강의 웃음 뒤에 가려진 비리와 불법의 그림자에 이제 또 어떤 사건이 터지나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이 두 사람만 제외시킨다고 다 되는 일은 아니다. 1박2일의 김종민은 시청자의 하차 청원이 나올 정도로 반감을 사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을 보면 그것도 참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믿기지 않는 현상은 또 있다. 마약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대단히 부정적인데도 불구하고 김성민의 구속에는 비난보다 동정론이 앞서는 듯하다.

남자의 자격에서의 그의 이미지가 그만큼 긍정적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미덕을 비로소 대중이 수용한 느낌을 들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김성민에 대해 사람이 좋아 죄까지 미워하지 않을 기세까지 느껴지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사람까지 잡을 일은 아니지만 죄마저 덮어주려는 것은 분별력 없는 맹목적 사랑일 뿐이다. 표절에 대해서 무감각한 아이돌 팬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래서 김성민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보낸 서인국, 선우가 김성민 동정론 속에서도 욕을 먹게 된 이유이다. 합창단 활동을 통해서 서로 친해지고 정이 쌓인 것은 사적인 관계일 뿐 구속까지 된 마약사범에게 힘내라는 말은 생각 없는 행동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경규에도 역시나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남자의 자격을 통해서 멤버들이 고루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자의 자격은 이경규이고 이경규가 곧 남자의 자격이다.

그런 이경규가 김성민의 구속에 대해서 단지 형으로서의 안타까움만 표한 것은 남자의 자격을 상징하고, 그 자체인 이경규로서는 부족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남자의 자격은 그 동안 굳이 웃기려 하지 않는 다큐형 예능으로 시청자에게 따뜻하고 끈끈한 정과 감동을 전달해주었다. 그러기까지는 이경규의 존재가 그들의 모든 웃음과 눈물을 조율한 공로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들이라고 생각된다. 그만큼 남자의 자격에 대해 책임 또한 크다고 볼 수 있다.

김성민의 마약사실은 한 연예인에 대한 동정으로 끌날 것이 아니라 이경규에게는 그 실망과 배신감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필요했다. 김성민의 문제는 남자의 자격 문제이고, 남자의 자격에 일이 난 것이면 그것이 곧 이경규의 일이기 때문이다. 김성민이 빠져도 남자의 자격은계속 될 수 있다. 김성민이 빠져서 잘 짜여진 캐릭터의 균형에 금이 가 예전과 같은 즐거움은 분명 줄어들겠지만 이경규의 오랜 내공과 인내를 믿을 수 있고, 또 그러고 싶다. 그렇기 때문이라도 이경규는 김성민을 감싸는 마음은 속으로만 담고, 겉으로는 더 엄한 모습을 가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아주 오랜 세월 이경규 표 웃음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팬들에 대한 겸허하고 진실된 자세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안타까움마저 갖지 말라고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마음을 억누르고 시청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는 것이다. 마약이나 대마초는 특히 청소년들이 유혹에 빠지기 쉬운 위험한 함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자신 역시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라도 더 엄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없다는 것은 분명 아쉬웠다.

한편, 이 사건이 한미FTA 협상 결과를 잠식하고 말았는데, 참 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인기 많은 연예인에게 도주 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 온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 또한 없지 않다. 어차피 터질 사건이었는지 아니면 시기를 맞춘 사건인지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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