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 잘못된 선택, 돌이킬 수 없는 실수와 잘못으로 추락하는 재능이나 그로 인해 생채기를 입어 비틀거리게 되는 프로그램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은 여러 가지입니다.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 팬들과 시청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배반했다는 분노와 짜증. 또는 그로 인해 한동안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연민과 속상한 마음. 얼마나 그 연예인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해당 프로그램 내에서의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이죠.

그런데 김성민의 마약 혐의 소식을 듣고 들었던 생각은 오로지 하나. TV속 사람들의 세상은, 그들이 만들어주는 판타지란 정말 무섭구나 하는 소름끼치는 공포, 혹은 두려움이었습니다. 화면 안의 사람들이 만들어나가는 것들이 현실과는 다른 것임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상현실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도 처참하게 다른 결말을 보고 난 뒤의 충격은 너무나 당혹스럽고 가슴이 아픕니다. 이젠 그들이 어떤 무엇을 보여주든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든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작진의 발 빠른 대처로 하차가 확정된 그의 부재가 남자의 자격과 다른 멤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마약 혐의의 진위여부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게 될지, 왜 근래 들어 유난스럽게 연예인들의 부적절한 신변 문제들이 자꾸만 부각되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지. 여러 가지 생각해볼 거리도 많고 뒷말도 무수히 많아질 민감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계산이나 예측 이전에, 머리보다는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무겁고도 슬픈 소식이었어요. 김성민을 특별히 아끼고 특별하게 생각하기 이전에 그의 추락이 의미하는 것이 너무나도 잔혹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아픔과 충격, 공포는 그만큼 김성민이 출연했던 남자의 자격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따스함과 인간다움이, 매번 그 강도를 더해갔던 사람냄새가 그만큼 진솔하고 따스하게 보였기 때문일 겁니다. 살기에 바쁘고, 일에만 매달리느냐 지쳐가는 우리들을 향해 이런 것도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약간의 휴식과 쉼터를 찾아내서 친절하게 권유하던 아저씨들의 풍경이 그의 치명적인 잘못으로 일그러져 버렸거든요. 그렇게나 건실하고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던 남자가, 뒤로는 남몰래 약물에 의지하며 서서히 망가지고 있었다니 당황스러울 수밖에요.

그들이 웃는다고 해도 결코 웃는 것이 아니라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것을 이런 현실적이고 적나라한 사건으로 재확인되는 것은 슬프고 괴롭기만 합니다. 물론 그런 상처를 잘못된 방식으로 해소한 김성민의 아픔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모두가 힘들고, 쉽지 않은 간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살아가고 있고, 마약은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잘못이니까요. 의당 팬들의 기대와 사랑, 믿음을 저버린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겠고 그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나 그를 아꼈던 우리에게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단순히 개인의 문제, 실수와 잘못을 탓하며 그 어리석음을 지적하기 이전에 제겐 이들의 이중적인 삶이 주는 씁쓸함이 심했거든요. 특정한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을 보여주고,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서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고, 반려 동물은 물론 심지어 좋은 사람까지 소개시켜주는 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진정성이라는 것이 사실은 얼마나 얄팍한 것이었는지. 투명해보이고 솔직하게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 같은 TV속의 리얼과 현실의 괴리가 얼마나 잔혹한 것이었는지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점점 더 그들에게 리얼을 요구하고 진정성을 강제하면서 마음의 빈자리를, 현실과 가상 사이의 간격을 점점 더 벌어지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씁쓸하기만 한, 무섭고도 어두운 주말입니다.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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