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청와대는 ‘주식 부자’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 강행하려는 모양이다. “불법은 없다”고 하니 정치적 선택으로 평가 받는 수밖에 없다. ‘범여권’이 이미선 후보자 방어에 나선 상황을 두고 일각에선 낙마한 장관 후보자들과 김의겸 전 대변인 문제에 이 문제에서까지 문제가 드러나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책임론이 불거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국 책임론’ 운운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런 이렇다. 조국 민정수석은 다음 총선에 부산 지역에서 출마해야 하고, 그러려면 뭔가 성과를 남기고 명예롭게 청와대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수언론이 이런 시각을 적용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럴듯한 설명이지만 좀 더 따져봐야 한다.

문제는 과연 논란에 휩싸인 공직 후보자를 청와대가 임명 강행하는 것과 조국 민정수석의 ‘명예로운 물러남’ 간의 정치적 인과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느냐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어떤 과정을 거쳤든 출마하면 상대 후보는 반드시 청와대 인사검증 실패론을 들고 나올 것이다. 게다가 원래 조국 민정수석은 중도층에 어필하는 인사라기보다는 기존 지지층의 적극적 지지를 이끌어내기에 적합한 카드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어떤 시점에 거취를 달리해도 이 조건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조국 민정수석 한 사람의 책임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인사검증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에서 제도에 이르기까지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문제를 바라본 후에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런 게 아니라 보수언론처럼 조국 민정수석이 잘못을 했는데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 때문에 감싸고 있는 것이란 서사를 만드는 데 열중하는 것은 이것 자체에 또다른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는 거다.

예를 들어 조국 민정수석이 자기 직을 지키면 앞서의 논리로 공격하지만, 정작 직을 내려놓으면 잘못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것 아니냐고들 할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실제 총선에 출마할 경우 이런 서사는 선거전에서 써먹기 좋다. 자유한국당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끝까지 ‘코드인사’라고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다. 박영선 장관은 차기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재미있는 것은 여당 내에서도 유사한 목소리가 나온다는 거다. 조국 민정수석을 어떻게든 영입해서 선거를 치르겠다는 주장은 언뜻보면 다음 총선의 부산경남에서 ‘대통령 마케팅’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포부를 내놓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총선 출마할 사람이 후보등록일 직전까지 청와대를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 전에 청와대를 떠나 나름대로 지역에 터를 잡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니 조국 민정수석을 영입해 선거를 치르겠다는 주장은 “적절한 타이밍에 물러나라”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조현옥 인사수석 (연합뉴스)

조국 민정수석 본인은 여러차례 정치에 뜻이 없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왔다. 그러나 세상 일은 모르는 것이고 조국 민정수석이 정권 끝날 때까지 청와대에 있으리라 생각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타이밍이 문제인데, 인사검증 실패를 부정하는 상황에선 공수처 설치나 검찰 개혁 문제를 마지막까지 챙기고 나서 그만두는 게 가장 그림이 좋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굳이 검찰 출신이 아니라 교수 출신인 조국 민정수석을 기용한 것은 인사검증을 특별히 잘할 것 같아서가 아니다. 검찰 개혁을 해보겠다는 거였다. 공수처 설치 등과 관련해선 공이 이미 국회로 넘어간 상태지만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역할이 없을 수는 없으니 이렇게 하는 게 가장 좋은 그림 같다.

문제는 과연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 문제가 올해 안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마무리 될 수 있느냐는 거다.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상수’가 된 상황에서 공수처 설치 등이 이뤄질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데 하나는 여당 내부에서의 균열이다. 과거에도 공수처 설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던 금태섭 의원이 공수처는 ‘또 다른 검찰’이 될 수 있다며 검찰의 기소독점을 유지하되 수사권을 경찰에 전부 넘기면 된다는 주장을 재론하는 게 그렇다.

금태섭 의원과 같은 주장은 시민단체나 또는 당내 일부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의 힘은 기소독점에서 왔고 이것이 권력층 비리를 눈 감아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으므로 공수처 설치를 통해 기소독점을 깨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도나 기관에 대해 논할 때는 어느 하나의 해법만을 정답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금태섭 의원 등의 주장이 수사권 조정을 받아 들여야 하는 검찰 입장에서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조직적 이해를 ‘방어’하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성격의 주장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아무튼 이러한 당내 이견에 새삼 시선이 쏠리는 것은 ‘패스트트랙’ 문제로 공수처 설치 문제가 선거제도개혁과 운명을 함께하게 된 상황 때문이다. 여야의 대치정국과 총선을 앞두고 진로모색이 쉽지 않은 바른미래당의 주장 덕에 패스트트랙은 거의 좌초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선 특히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이 공수처 설치 등 안을 패스트트랙에서 제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므로 선거제도 개혁을 살리기 위해 공수처 등 검찰 개혁 문제를 일단 뒤로 미루자는 이상한 논의 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조국 민정수석의 정치적 시각에서 볼 때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공수처와 선거제도 개혁이 모두 최종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나오는 경우다. 이러면 구체적인 개혁에는 별 관심이 없고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결국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챙긴다는 전형적 비난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즉, 조국 민정수석 역할론을 말하기 위해서는 이 정부가 여러 방식으로 약속하고 공언한 개혁적 정책들이 결실을 맺도록 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그런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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