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건 시나리오와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시나리오는 전에 없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고, 연출은 그것을 화면에서 십분 살려야 하며, 배우는 앞선 두 가지에 부합하는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죠. <쩨쩨한 로맨스>는 이 세 가지 중에서도 특히 마지막 세 번째가 보여주는 힘이 가장 두드러지는 영화입니다.
이것만 보면 <쩨쩨한 로맨스>도 전개가 어떻게 펼쳐질지 눈에 훤합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반전도 없고, 결말 또한 해피엔딩에서 한 치를 어긋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가 이 영화에 차별화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먼저 <쩨쩨한 로맨스>가 관객의 눈길을 조금 더 끌 수 있는 첫 번째 요인은 소재입니다. 정배와 다림은 한 공모전에 응모하기로 하면서 작업을 시작하는데, 그 공모전이 다름 아닌 성인만화입니다. 이 자체로는 큰 메리트가 보이지 않으나 <쩨쩨한 로맨스>는 이들이 작업하는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겨 영화에 삽입하는 재치를 보여줍니다. 덕분에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안에 또 하나의 소(小)장르를 보유한 셈이라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이야기에 시시각각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종종 애니메이션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저는 특정 영화에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보면 "과연 또 누가 저런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건 굳이 명확한 대안을 떠올려보고자 하는 노력이 아닙니다. 그냥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 자체가 해당 배우에게 제가 보낼 수 있는 찬사인데, <쩨쩨한 로맨스>에서 다림을 연기한 최강희를 보면서 그랬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최강희를 4차원이라고 말하죠? 그 4차원이 가진 특이한 매력이 이번 영화에서 눈이 부시다 못해 멀 지경이 될 만큼 빛을 발합니다. 저로서는 <좋지 아니한가>의 황보라에 필적할 만큼 최강희의 연기가 귀엽게 보였습니다.
최강희가 팔딱팔딱 살아 숨쉬는 기운을 부여하며 극을 이끌어갈 때, 정배 역의 이선균은 철저히 보조하는 선에서 자기 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분명 <쩨쩨한 로맨스>의 중심에는 정배의 에피소드가 놓여있지만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갈 우려가 있어 그것이 주가 되지는 않도록 분배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선균은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처지도 아니긴 했습니다.
이상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중반부까지 효과적으로 이끌어오던 집중력이 갈등을 고조키시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흐트러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엔딩에서는 진부하다 못해 보기 민망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점도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아울러 제목이 왜 <쩨쩨한 로맨스>인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글로 배운 로맨스>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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