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가 여성가족부의 ‘성 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희화한 JTBC에 의견진술 결정을 내렸다. 방송소위는 “방송사에 성인지 감수성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보도”라고 일침을 놓았다.

JTBC 정치부회의는 2월 19일 여성가족부의 성 평등 제작 안내서에 대해 논평을 주고 받았다. 이날은 여성가족부가 논란이 된 ‘성 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안내서’에 대해 추가 설명자료를 내고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한 일부 표현, 인용 사례는 수정 또는 삭제하여 본래 취지가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JTBC 정치부회의 한 장면

JTBC는 이날 방송에서 제작 안내서를 노골적으로 회화화했다. 양원보 기자는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다 비슷하게 생겨가지고 외모 획일성 너무 심각하다는 그런 지적이다. 외모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건데, 그러든 말든 대중문화 소비자들이 알아서 판단한 문제인데 그거를 왜 정부가 하라 말라는 건지 솔직히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 안내서에는 “멤버들이 다 비슷하게 생겼다”는 표현이 없고, 정부의 강제 사항도 아니다.

한발 더 나아가 성비를 맞추겠다며 남성 진행자에게 여성용 가발을 씌웠다. 양원보 기자는 “(제작 안내서 내용에 따르면)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 출연자, 성별로 균형 있게 대표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국장까지 4명이 남성이고 신 반장(신혜원 기자) 혼자 여성이다. 극남초 아닌가”라고 말했다. 양 기자의 발언 이후 고석승 기자는 가발을 쓰고 방송에 등장했다. 제작진은 고 기자에 리본과 가발을 합성시켜 내보냈다.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 방송소위는 11일 회의에서 JTBC 정치부회의에 의견진술 결정을 내렸다. 앞서 방통심의위 방송자문특별위원회는 해당 방송이 여성의 이미지를 희화화했고, 다소 경박한 방송을 했다고 지적했다.

윤정주 위원은 “방송사 구성원에게 성인지 감수성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방송”이라면서 “JTBC는 제작 안내서를 희화화하고 조롱했다. 방송에서의 성비 균형은 표현의 자유·언론의 자유를 중시하는 유럽 국가에서도 권고사항으로 지정했다”고 강조했다.

심영섭 위원은 “정책을 비판해도 사실관계에 근거해야 한다. 제작 안내서가 왜 잘못됐는지, 여성가족부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설명을 해야 한다”면서 “조롱의 정도가 지나쳤다”고 밝혔다.

박상수 위원은 “방송에서 비평은 가능하지만 제작 안내서를 비꼬고 희화화했다”면서 “왜 이런 방송을 했는지 제작진에게 들어봐야겠다”고 말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정부 정책과 지침을 비판하지 않는 것은 기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 비판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어야 한다”면서 “JTBC 방송 내용을 비판으로 봐야 하는지 의심스럽다. 오락 프로그램으로 전락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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