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다시 토트넘을 구했다. 그리고 케인은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이번 부상으로 인해 시즌 아웃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마지막 순위 결정과 챔피언스리그 경기 등 중요한 경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주포인 케인의 부재는 토트넘에게 최악일 수밖에 없다.

양립할 수 없는 에이스? 손흥민, 다시 케인 없는 토트넘 구한다

이상하게도 케인이 부상에서 복귀한 후부터 토트넘은 위기를 맞았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그 위기 상황에서 손흥민의 골이 나오지 않았다. 케인이 최전방에 나서며 개인적으로 골도 많이 넣었지만 정작 팀 승리는 없었다. 그와 함께 팀 조직력도 무너지며 이상한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 최근의 토트넘이었다.

케인이 복귀하기 전까지 리그 우승까지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 케인이 복귀하며 연패에 빠졌고, 우승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 우승은 고사하고 3위를 지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라간 토트넘은 귀중한 승리를 올렸다. 역사상 처음으로 챔스 8강 첫 승이었다.

부상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해리 케인 [AFP=연합뉴스]

어려운 경기를 하던 토트넘은 케인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후 경기를 이겼다. 우연이겠지만 역설적으로 팀의 에이스가 부상으로 나가니 승리가 다가왔다. 케인은 분명 뛰어난 골 사냥꾼이다. 영국 대표팀 주장까지 맡고 있다는 점에서 EPL에서 그의 존재 가치는 상상을 불허한다.

당연하게도 토트넘의 전술 역시 케인을 중심으로 짜일 수밖에 없다. 그가 골을 잘 넣을 수 있도록 맞춰져 있다. 하지만 오직 케인의 골을 위한 시스템이 곧 승리 공식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이는 그동안 기록이 잘 보여주고 있다. 골 잘 넣는 스트라이커가 존재하는 것은 엄청난 힘이다. 하지만 골만 넣는다고 중요한 것은 아니다.

축구는 팀 경기다. 결국 승패를 가리는 경기에서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최전선에 스트라이커가 있고, 골로 모든 것이 증명된다. 그런 점에서 케인의 골 감각은 중요하다. 하지만 케인이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팀 성적보다 자신의 골 기록에 신경을 쓴다면 그건 문제가 다르다.

손흥민이 위대한 이유는 바로 이런 차이다. 단순히 립 서비스를 위한 인터뷰가 아니다. 그는 언제나 팀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동양인 선수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기록보다 팀 승리에 보다 집중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이런 가치관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케인과 교체돼 나가는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EPL은 세상에서 가장 치열한 경연장이다. 당연히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고, 그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받으며 경기를 치른다. 그런 그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커리어를 위해 기록에 집착한다.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 선수의 기록을 위한 경기는 큰 의미가 없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팀 승리와 이를 통해 얻어지는 결과와 성취다.

손흥민과 케인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최고의 가치가 만들어진다면 토트넘으로서는 최상일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 이런 조화는 나오지 않고 있다. 케인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고 복귀한 후 그동안 넣지 못한 골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이 강했다. 그 어느 때보다 골에 대한 집착도 컸다.

골에 대한 집착이 커지면 상대를 배려하거나 최선의 선택을 하기 어려워진다. 팀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자신이 어렵다면 쉽게 득점할 수 있도록 동료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그게 팀워크다. 하지만 케인에게는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스트라이커는 골 욕심을 내야 하지만 욕심만 있다면 그것도 문제다.

케인이 돌아온 후 토트넘은 오직 케인을 위한 조직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은 뒤로 쳐지게 되고 원활한 공격이 나올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게 되었다. 케인이 부상에서 복귀한 후 7번의 경기에서 팀은 5패를 당했다.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1월 케인 부상 이후 토트넘은 4연승과 챔피언스리그 도르트문트 경기도 3-0으로 승리했다. 케인이 없는 동안 손흥민은 6골을 몰아넣었고, 그 모든 경기에서 승리했다. 케인은 골을 넣어도 팀 승리와 직결되지 않지만, 손흥민의 골이 곧 팀 승리로 이어진다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도르트문트전서 '결승 골 폭발' 손흥민의 세리머니 (런던 EPA=연합뉴스)

"케인은 모든 유럽 클럽들이 필요로 하는 공격수지만 토트넘에서는 항상 그렇지 않다. 손흥민이 맨시티에 충격을 가했고 토트넘은 케인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손흥민은 케인보다 더 빠르고 최종 수비를 상대로 드리블과 함께 파워 있는 모습을 보인다"

영국 가디언의 평가는 그래서 흥미롭다. 케인이 빠진 상황에서 항상 지기만 하던 맨시티를 중요한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잡았다. 이는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중요한 일을 손흥민이 해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손흥민이 케인보다 빠르고 최종 수비를 상대로 드리블과 함께 파워 있는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는 흥미롭다.

케인 없는 4경기에서 손흥민의 연속골로 4연승을 달린 토트넘은 우승 경쟁 팀이었다. 하지만 케인 복귀 후 토트넘은 6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에 빠지면 우승권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그 기간 동안 손흥민의 골은 나오지 않았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토트넘의 최근 2경기 득점이 다시 팀 연승으로 이어진 것을 보면 단순히 우연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손흥민 골은 곧 토트넘 승리’라는 공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올 시즌 토트넘은 케인 없이 잔여 경기를 치러야 한다. 케인이 없는 상황은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손흥민에 대한 상대팀 압박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토트넘 승리 공식은 우리만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더욱 강력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모든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이며 진가를 드러내는 것이 곧 스타이자 영웅이다. 손흥민은 그 영웅스러운 행보를 이어왔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토트넘과 팬들은 이를 기대하고 있다. 팀의 내년 시즌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남은 경기들이 손흥민의 두 발에 달렸다는 점은 짜릿하면서도 조바심을 내게 한다. 과연 손흥민은 왕관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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