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취임 직후 벌어진 SBS 장악 시도에 SBS 종사자들의 투쟁이 본격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윤창현)는 윤 회장의 사과와 태영의 SBS 장악 시도를 동조한 SBS 핵심 경영진의 사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물러서지 않는 싸움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4일 서울 양천구 SBS방송센터에서 '범SBS 비상대책위원회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태영그룹의 SBS 장악시도에 대한 윤 회장의 사과와 이에 동조한 박정훈 SBS 사장, 이동희 SBS 경영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SBS본부 조합원 300여명이 참여했고, '범SBS 비대위' 위원장에 전임 본부장이었던 송영재·이윤민 씨가 선임됐다.

▲범SBS 비상대책위원회 결의대회에 참여한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 (사진=미디어스)

SBS본부의 투쟁 수위가 높아져 가는 이유는 윤 회장의 노사합의 파기 시도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월 20일 SBS 노사는 SBS 수익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로 SBS 콘텐츠허브의 경영권을 SBS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그보다 앞선 2017년에는 윤세영 전 태영그룹 회장의 보도개입 사태 등으로 소유·경영의 분리가 이뤄졌다. 그런데 윤석민 회장이 취임하면서 SBS 콘텐츠허브의 이사진과 SBS 핵심 경영진의 교체를 단행해 노조가 반발에 나선 것이다.

최상재 전 SBS 전략기획실장은 지난달 28일 SBS이사회에서 "윤석민 회장이 콘텐츠허브 이사회에서 SBS 측 인사를 완전히 배제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최상재 전 실장의 주장에 따르면 윤석민 회장은 SBS로부터 콘텐츠허브 주식 매각자금 808억 원을 받고,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이다.

최상재 전 실장의 폭로가 있던 날, SBS 이사회는 최 전 실장을 보직 해임하고 윤석민 회장의 최측근이라 평가받는 이동희 경영본부장에게 자산개발·경영관리 기능을 맡기는 조직개편안을 의결했다. (관련기사 ▶ 윤석민, 콘텐츠허브 매각 대금에 경영권까지 틀어쥐어)

이에 대해 윤창현 SBS 본부장은 사측에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공개사과, 박정훈 SBS 사장·이동희 SBS 경영본부장 사퇴 ▲SBS콘텐츠허브 이사회 재구성 ▲3월 28일 조직개편안 취소 등을 요구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이 부분은 협상의 영역이 아니다”라면서 “사측이 단 한 글자라도 거부하면 노동조합은 즉시 다음 행동에 들어갈 것이고 물러서지 않는 싸움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콘텐츠허브 사태를) 간략히 설명하면 집을 사고 잔금을 다 치르고, 등기 이전까지 했는데 이전 집 주인이 방을 안 빼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면서 “SBS는 콘텐츠허브를 위해 809억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지적했다.

▲범SBS 비상대책위원회 결의대회 (사진=미디어스)

윤창현 본부장은 “SBS는 구성원의 땀과 눈물, 희생과 젊음을 갈아가면서 만든 조직”이라면서 “(윤석민 회장이) 무슨 권리로 SBS를 다시 장악하려 하나. 아무리 창업주의 아들이라도, 구성원의 인생을 이렇게 모욕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그래도 대주주여서 최근 전화를 해 이야기를 하자고 했는데 ‘됐고요, 저한테 직접 연락하지 마세요’라고 (윤석민 회장이) 말했다”면서 “책임 있는 방송사의 대주주라는 사람이 노동자 대표와 왜 연락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우선 박정훈·이동희 두 사람은 즉각 사퇴해야 하고, 윤석민 회장은 공개적인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3월 28일 이사회의 폭거를 통한 조직개편안을 이전 상태로 원상복구하고 콘텐츠허브 이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이를 거부하면 노동조합은 즉시 다음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비대위원들과 함께 물러서지 않는 싸움에 돌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제 싸움은 시작됐고, 이는 대주주가 벌인 것”이라면서 “박정훈 사장에게 경고한다. 2월 20일 SBS 노사의 수직계열화 합의 당신이 보인 그 웃음에 배신당한 오정훈은 가만히 안 있을 것이다. 당장 (자리에서) 내려와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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