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리얼미터가 매달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언론은 "황교안 확실한 1위"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보도가 적절한 분석이 아니란 지적이 제기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2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황교안 대표가 21.2%의 지지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황 대표에 이어 이낙연 총리 14.9%, 유시민 작가 12%, 이재명 경지지사 7.1%, 박원순 서울시장 5.9%, 김경수 경남지사 5.9% 순이었다.

주요 신문사, 뉴스통신사, 방송사 할 것 없이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기사로 다뤘다. 대부분 핵심은 황교안 대표가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었으며, 3달 연속 1위를 차지한 점을 강조했다. 여론조사를 의뢰한 오마이뉴스는 <황교안 확실한 1위…20%대 첫 진입>이란 제목을 달고 "황교안의 독주가 시작됐다"는 표현까지 썼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조사 보도에 대해 '경마식 보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여론조사는 추이를 봐야하는 것"이라며 "어느 시기를 단면으로 잘라서 1등, 2등 줄세우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 평론가는 "그런데 한국 언론들은 그런 식으로 보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요한 평론가는 "이번 여론조사에서 의미를 읽어야 할 건 야권에 인재가 적다는 것"이라며 "전체를 봤을 때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말고는 대안이 없는 상황인 것이고, 여권에서는 여러 대안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평론가는 "질문지에 한국당 인사가 여러 명이고 민주당 인사가 적었다면 민주당 인사가 1위를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리얼미터가 조사에서 응답자들에게 제시한 선택지가 범진보 진영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리얼미터가 대선주자 선호도를 묻는 질문의 선택지는 '모름·무응답', '없음'을 포함해 14개였다. 리얼미터가 선별한 12명의 대선주자 중 보수성향의 주자는 황교안 대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 등 5명이다. 반면 범진보진영에서는 김경수 경남지사,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 이낙연 국무총리, 유시민 작가, 이재명 경기지사 등 7명이다.

12명의 인사를 정당별로 따져봐도 더불어민주당 인사가 5명, 한국당 인사가 3명, 바른미래당 인사가 2명, 정의당 1명, 무소속 1명이다. 선택지의 균형이 맞지 않는단 얘기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범진보 후보가 7명이나 된다. 균형의 문제가 있어보인다"고 지적했다.

엄경영 소장은 "최근 범보수는 한국당 중심으로 결집이 돼 있고, 범진보는 당, 정, 청으로 나뉘어 있어서 1명이 부각되기는 어려운 구조"라며 "상대적으로 이런 식의 여론조사에서 범진보진영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문에 선택지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엄 소장은 "숫자가 너무 많다"며 "ARS조사는 선택지가 너무 많을 경우 로테이션을 한다고 하더라도 정확도가 많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성인 2516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10%), 유(20%)·무선(70%) 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6.9%,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2.0%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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