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TV조선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탐사보도 세븐>이 미성년자 성매매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제작진이 성매매 채팅을 하고, 실제 성 매수자와 여성이 만나는 장면을 담아내 논란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미성년자 성매매의 심각성을 드러낸다는 미명 하에 성 매수 남성들과 접촉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그 대가까지 노골적으로 알려준 셈"이라면서 "위장취재를 오로지 시청률 장사를 위해 악용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2일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미성년자 노리는 이름 없는 남자들 편을 방영했다. 온라인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하는 남성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성매매의 67%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뤄지는 만큼, 보도의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방송화면 갈무리

하지만 TV조선 보도의 절반은 실제 채팅앱 성매매 방법을 소개하고, 성 매수자를 만나 강압적인 엠부시(기자가 잠복했다가 취재원에게 기습적으로 질문하는 인터뷰)를 한다는 점이 문제다.

해당 방송은 “제작진은 어른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청소년을 상대로 성매매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프로그램을 이용해봤다”고 밝힌 뒤, 실제 채팅앱으로 성 매수자에게 접근했다. 이 과정에서 TV조선은 성 매수자가 보낸 음란 메시지를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성 매수자 남성을 약속장소로 불러낸 뒤에는 취재를 위해 동원된 성인 여성이 해당 남성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촬영하던 제작진이 남성에게 다가가 왜 미성년자 성매매를 하는지, 이유가 뭔지 등을 물었다.

특히 TV조선 제작진은 중학교 교사라는 성 매수자에게 “선생님이 가르치는 제자들도 다 이 나이 또래인데 어떻게 그러실 수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등의 훈계를 했다. 성 매수자가 도주를 시도하면 제작진이 쫓아가 붙잡기도 했다. TV조선은 이러한 장면을 예고편 내용으로 채웠다.

이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어긋나는 방송이다. 방송심의규정에 따르면 방송은 성폭력, 성희롱 또는 성매매 등을 지나치게 자세하게 묘사하거나 선정적으로 재연하여서는 안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일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선정성에 길을 잃다> 모니터에서 “애초 성 매수 시도 남성들을 유도해 그들을 만난다는 점에 취재력을 집중한 것부터가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방송의 나머지 절반에서는 채팅앱 개발사의 무책임,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 정부 대책 미비 등 적절한 보도가 있었으나 이에 앞선 보도의 절반이 범행 시도 채팅 내용 및 위장취재로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로 논란의 여지가 크다”면서 “범죄 심각성 강조라는 취지와 무관하게 오히려 성매매와 관련된 엇나간 호기심을 자극하고 성매매 정보를 제공하는 등 성매매를 조장할 위험성을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방송화면 갈무리

TV조선 제작진이 직접 성매매 채팅을 하고, 이를 방송에 노출한 점 역시 문제점로 지적했다. 민언련은 “성관계를 암시하는 대화명·성매매를 의미하는 은어·성매매를 시도하는 방식이 그대로 노출되었고, 대부분은 화면 전체를 활용해 대화 내용을 그대로 재구성했다”면서 “더욱 충격적인 대목은 TV조선이 처음 보여준 사례에서 제작진이 사용한 대화명은 ‘어려요’였다는 것이다. 시청자의 불쾌감을 야기하기에 충분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미성년자 성매매의 심각성을 드러낸다는 미명 하에 성 매수 남성들과 접촉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그 대가까지 노골적으로 알려준 셈”이라면서 “채팅앱 성매매라는 단일 이슈만으로 무려 20분이나 9개의 위장취재 사례를 보여줬는데 이는 타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매우 이례적인 수준이다. 사회 부조리와 권력의 치부를 캐내기 위해 불가피하게 필요한 위장취재를 오로지 시청률 장사를 위해 악용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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