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보궐선거를 목전에 두고 자유한국당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경남 창원·성산 지원유세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고 노회찬 의원 모욕 발언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경남FC 경기장 유세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선거법위반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자유한국당의 경기장 유세를 막지 못한 경남FC가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하게 됐다. 민폐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당명이 적힌 붉은 점퍼를 입고 지난 30일 오후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대구FC의 경기때 경기장 내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경기장 안으로까지 들어가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축구연맹 규정에 따르면 경기장 내 정치행위를 막지 못한 경남FC가 받을 수 있는 징계는 승점 10점 이상의 감점, 무관중 경기, 제3지역 홈경기, 벌금 2000만 원 이상의 벌금 등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경남FC는 선거운동을 제지했으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후보 등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황 대표는 "경기장에 들어갈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검표원도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당일 축구경기장을 찾은 것은 자유한국당만이 아니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도 경기장을 찾았고, 바른미래당의 경우 손학규 대표가 경기장에 들어갔으나 곧바로 쫓겨났다고 한다. 정의당의 경우에도 경기장 밖에서 유세활동을 했다.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 다른 정당들은 들어가지 못하고, 자유한국당만 버젓이 정당복을 입고 들어간 사실은 분명하고, 그로 인해 경남FC가 피해를 입게 된 것 역시 명확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유한국당에서는 경남FC가 황교안 대표를 겨냥해 함정을 팠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하는 등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창원·성산에 지원유세 중이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고 노회찬 의원에 대해서 “돈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의 정신이라는 것은 솔직히 말해 자랑할 바는 못 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의당은 물론 바른미래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정의당은 오 전 시장의 발언을 “일베 등 극우세력들이 내뱉는 배설 수준의 인신공격과 판박이”라고 강한 비판을 내놓았다.

오세훈 “故 노회찬, 돈 받고 목숨 끊은…” 정의당 “극악무도 망언”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논란의 크기는 축구장 유세가 크지만 더 심각한 것은 고인을 비하한 발언이다. 고 노회찬 의원의 죽음은 ‘돈을 받았다’는 사실보다는 그로 인한 ‘양심’의 가치에 있다. “정치 이전에 사람의 도리가 아닌 것“이라는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논평에 핵심이 담겨 있다. 고 노회찬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앓아야 했던 그 '양심' 앞에 떳떳한 정치인은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국민들은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크게 보지 않았다. 대신 고 노회찬 의원의 부재를 슬퍼했던 것이다. 그런 고 노회찬 의원을 모독한다는 것은 고작 국회의석 하나를 늘리고자 할 수 있는 정치행위가 아니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손에 쥐고 정권심판론을 준비할 것이다. 또한 새로 당대표가 된 황교안 대표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계기로 삼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유세 막판에 불거진 자유한국당의 무리수로 오히려 수세에 몰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특히 경기장 유세의 중심에 선 황교안 대표에 대해서는 과거 총리 시절의 의전논란마저 재소환됐다. 모든 무리수에는 반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이번 보궐선거가 자유한국당의 노림수대로 정권심판론의 소재가 될지, 아니면 거꾸로 자유한국당이 민심의 심판의 대상이 될지는 선거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