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바른미래당이 이언주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나 징계절차 돌입에도 이 의원의 입은 멈추지 않고 있다. 1일 이 의원은 "내 목을 치려면 치라. 저는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되는 이 의원의 이러한 발언이 결국 바른미래당을 떠나 자유한국당으로 향하려는 행보란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달 27일 바른미래당 지역 원외위원장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언주 의원에 대한 정계은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언주는 부끄러움을 아는가. 백배사죄하고 스스로 거취를 정하라"며 "정계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보수성향 유튜브 고성국TV에 출연해 손학규 대표를 향해 "벽창호", "찌질하다" 등의 독설을 퍼부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연합뉴스)

이언주 의원의 손학규 대표를 향한 맹비난으로 정치권은 술렁이는 분위기다. 이 의원이 사실상 손 대표를 통해 정계에 진출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이언주는 변신 중? "원래 보수 성향") 이 의원은 2012년 민주당 중도성향 정치신인 모임 '희망코리아정치연대'를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 희망코리아는 손 대표가 민주당 시절 외부 정치신인 수혈을 위해 조직한 그룹이었다. 과거 이 의원의 영입과 선거운동에 관여했던 관계자는 "손학규 대표를 따라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언주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광명은 손학규 대표가 14,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곳이다. 이 의원은 19대부터 광명 을 국회의원을 지내고 있다. 이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경기 광명 을에 전략공천 됐고, 2016년 4·13 총선에서 손 대표가 민주당·국민의당 양측의 지지선언을 거부한 상황에서도 이 의원의 선거운동은 지원했다.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위원장 송태호)는 지난달 29일 이언주 의원의 당헌당규 및 윤리규범 위반 관련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특히 최근 이언주 의원이 경남 창원성산에 후보를 낸 자당을 비난하며 자유한국당을 밀어주는 듯한 언행을 지속하는 것은 '해당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오는 5일까지 소명자료 제출 또는 직접 회의에 참석해 소명이 가능하지만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언주 의원은 징계절차 착수에도 손학규 대표와 자당인 바른미래당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8일 손 대표를 향해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권 심판 선거이므로 5%도 얻지 못할 거라 본다"며 "손 대표는 이번 창원 보궐선거에서 10%를 얻지 못하면 즉각 물러나라"고 했다.

지난달 31일 이언주 의원은 '자유민주주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강연에서 "손학규 대표의 모습만 보면 우리가 야당인지 여당인지 불분명하다"며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할 때 손 대표는 창원에서 돈만 낭비하며 소꿉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자신에게 제기된 징계 가능성에 대해 "나는 바른미래당을 세울 때부터 참여한 사람인데 뒤늦게 합류한 손 대표가 마땅히 받아야 할 비난을 듣고 못 참겠다며 잘난 권력을 부리겠다면 말리지 않겠다"며 "단 징계에 대해선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언주 의원은 1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창원 경제를 망친 탈원전 세력은 똘똘 뭉쳐 미안한 줄도 모르고 표 달라며 큰소리 치고 있고, 탈원전을 반대해온 야당들은 부끄럽지도 않은지 되지도 않을 선거에서 각자도생하며 탈원전 심판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가 난 민심은 정권이 아니라 야당을 심판할 기세"라며 "이것이 찌질한 행동이 아니면 무어냐. 이런 말로 징계하려하냐. 내 목을 치려면 치라. 저는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언주 의원의 발언을 뜯어보면 경남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이 후보를 내서는 안 되며 한국당을 밀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이 한국당으로 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이언주 의원이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한국당 의원의 지역구 부산 영도 을 출마 가능성이 나왔다. 부산은 이 의원의 고향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서 이미 이 의원이 부산 영도 을 공천을 약속 받았다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김무성 의원은 이 의원의 부산 영도 을 출마 가능성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뜻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와서 상의하면 잘 도와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시 손학규 대표가 "당적과 관련해 바른미래당의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는 엄중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 소속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고 이 의원을 향해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언주 의원의 한국당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의원이 한국당에 입당하려면 부산 영도 을 출마가 보장돼야 하는데 친박 성향의 황교안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이 의원의 자리가 없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서 다음 총선에서 김무성 의원 지역구에 이 의원을 출마시킬 것이란 협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러나 황교안 체제가 들어서면서 없던 일이 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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