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K리그 경기에서 선거운동을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축구 경기장에서 선거운동을 할 경우 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구단이 징계를 받을 수 있다. 경남FC는 한국당의 경기장 내 선거운동으로 인해 한국프로축구연맹 징계 위기에 내몰렸다. 황 대표와 한국당 선거운동원들은 경남FC 직원의 만류에도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네"라는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후보 등 한국당 관계자들이 경남FC와 대구FC의 K리그 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에 들이닥쳤다. 오는 3일 열릴 예정인 경남 창원성산 보궐선거 유세를 위해서다. 황 대표와 강 후보, 한국당 관계자들은 한국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점퍼를 착용했다. 황 대표의 가슴에는 '자유한국당'이란 글씨가, 강 후보에는 '국회의원 후보 2 강기윤'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30일 경남FC와 대구FC의 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에서 황교안 대표, 강기윤 후보를 비롯한 한국당 선거운동원들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정관 제3조와 프로축구연맹 정관 제5조는 "협회(연맹)는(은) 행정 및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성별, 인종, 종교, 출생지, 출신학교, 직업, 사회적 신분 등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경기장 내 정치적 행위 및 차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경기장 내에서 정당명, 후보명, 기호, 번호 등이 노출된 의상, 피켓, 어깨띠, 현수막, 명함, 광고지 등을 착용하거나 노출할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구단은 ▲10점 이상의 승점 감점 ▲무관중 경기 ▲제3지역 홈경기 ▲2000만 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황교안 대표와 한국당 관계자들의 K리그 방침을 무시한 선거운동에 경남FC가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경남FC는 2승2패를 기록해 승점 6점으로 6위에 자리하고 있는데, 최악의 경우 승점이 마이너스가 될 위기다.

특히 황교안 대표와 한국당 관계자들은 경기장 직원들의 안내와 만류에도 '막무가내'였다. 경남FC는 1일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이 같은 정황을 공개했다. 경남FC는 "경기 당일 황교안 대표는 강기윤 후보 유세 지원을 위해 경기 시작 30분 전에 장외이벤트 행사장에서 관람객들과 인사를 하고, GATE 1번 근처 중앙매표소에 입장권을 구매하고자 줄을 서있었던 사실이 확인됐고, N석 근처 GATE 8번을 통해 입장 시 입장권을 검표하는 과정에서 경호업체 측에서 정당명, 기호명, 후보자명이 표기된 상의는 입장불가로 공지를 했다"며 "그러나 일부 유세원들은 검표원이 '입장권 없이는 못 들어간다'라고 얘기를 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들어가면서 상의를 벗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남FC에 따르면 N석으로 이동하던 직원이 일부 유세원과 경호원이 실랑이 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경기장 내에서는 선거 유세를 하면 안 된다. 규정에 위반된 행동이다"라고 만류했다고 한다. 그러나 강기윤 후보 측 관계자는 직원에게 "그런 규정이 어딨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라며 계속해서 선거운동을 진행했다고 한다. 또한 경남FC 직원들이 계속해서 상의 탈의를 요구하자 강기윤 후보 측 수행원이 "왜 벗어야 되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연맹 규정"이라고 하자 상의를 벗고 몇 분 뒤 한국당 측은 경기장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경남FC는 "경남FC가 이번 사태로 인해 불명예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사과를 받아낼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만일 구단이 징계를 받게 된다면, 연맹 규정을 위반한 강 후보 측에서는 경남도민과 경남FC 팬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은 물론 징계 정도에 따라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황교안 대표는 과거에 '의전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황 대표가 국무총리 시절이었던 지난 2016년 3월 20일 황 대표가 탄 검정색 에쿠스 차량이 KTX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플랫폼은 승객들이 열차에 타고 내리는 곳으로 차량이 들어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황 총리는 차량에서 내려 2호차 특실로 향했다고 한다.

지난 2016년 11월 28일에는 검정색 에쿠스 등 여러 관용차량이 오송역 외부 버스 대기 장소에 20여분 가량 정차했다. 버스가 출발하는 장소임에도 경찰은 이미 대기 중이었던 버스 기사에게 반대편 대기 장소로 갈 것을 요구했고, 승객들은 반대편에서 버스를 타는 불편을 겪었다. 이 차량들은 황교안 당시 총리를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황교안 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지난 2016년 12월 23일 민생현장 점검의 일환으로 서울 동작구 임대아파트를 방문했는데, 황 대표 도착 전부터 아파트 관리사무소직원들이 "총리가 온다"며 주차된 차량을 옮길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한 주민이 '남편이 차량 키를 갖고 출근했다'며 거부하자 관리사무소 측이 경찰에 불법주차 신고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실제로 경찰 2명이 출동해 이 주민의 차량은 옮겨졌다.

또한 지난 2017년 1월 3일 과잉의전 논란이 일었다. 황 대표는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 방문 일정을 위해 구로역 사거리 일대 교통을 7분여 통제했다. 황 당시 권한대행이 탄 차량과 경호 차량 등 차량 8대가 해당 구간을 지나간 시간은 약 12초였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2017년 2월에는 권한대행용 기념시계를 만들어 배포했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황 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힌 기념시계를 만들어 배포했는데, 이미 국무총리용 기념시계는 따로 있는 상황이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고건 전 총리는 권한대행 시계를 만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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