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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박은옥 '불후의 명곡' 중에서도 특별한 그 노래, 촛불로 이어진 시대정신의 소환[미디어비평]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너돌양 | 승인 2019.03.31 12:08

KBS2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에 정태춘, 박은옥이 출연했다. '한국의 밥 딜런'으로도 불리는 정태춘은 한국적 포크의 대가이면서,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이자 시인, 문화운동가, 사회운동가로 소개되는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 중 하나다. 40년 가까이 정태춘과 함께 음악 활동을 이어간 박은옥은 김민기, 양희은과 함께 한국 최고의 포크가수로 평가받는 독보적인 싱어다.

KBS2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삶을 노래한 시대의 동반자 정태춘 & 박은옥’ 편

평소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정태춘, 박은옥이 지상파 음악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은 의미 있는 해라 그럴 것이다. 30일 <불후의 명곡> ‘삶을 노래한 시대의 동반자 정태춘 & 박은옥’ 편에서는 정태춘, 박은옥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92년 장마, 종로에서' 외에도 '시인의 마을', '촛불', '떠나가는 배', '봉숭아', '사랑하는 이에게', '회상' 등 총 7곡의 노래가 후배 가수들에 의해 재해석되었다. 

우승 여부를 떠나 개인적으로 가장 와 닿았던 무대는 알리가 부른 '92년 장마, 종로에서'였다. 정태춘, 박은옥의 정체성을 가장 잘 대변한 곡이라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알리의 특유의 가창력과 짙은 호소력이 배가되어 원곡이 가진 공허함과 시대의 아픔을 되새기게 한다.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92년 장마, 종로에서' 가사 중) 

KBS2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삶을 노래한 시대의 동반자 정태춘 & 박은옥’ 편

1990년 공연윤리위원회(공윤)의 심의결과 및 가사 수정지시를 거부하고 제작한 <아, 대한민국...> 불법 카세트테이프 발매와 함께 음반 사전검열제도와의 전면전에 돌입한 이후, 1993년 발매된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사회주의 몰락, 진보‧노동운동 쇠퇴, 3당 합당 등 급격히 보수화되어가는 시대에 대한 회한을 담은 노래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92년 장마, 종로에서> 또한 공윤의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고 발매되었는데, 1993년 방영한 KBS1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에서 해당 앨범 2곡이 등장했다는 이유로 담당 PD가 방송국에 의해 경고처분을 받았다는 점이다. 

KBS2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삶을 노래한 시대의 동반자 정태춘 & 박은옥’ 편

한때 금지곡이었던 노래가 지상파 방송에서 불려진다는 사실만으로도 정태춘, 박은옥이 싸웠던 그 시절에 비해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다시는 시청광장에서 물대포에 쓰러지는 사람이 없길 소망하던 정태춘, 박은옥 부부의 바람과는 달리, 몇 년 전만 해도 물대포에 쓰러져 목숨을 잃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 결국 시민들은 새로운 희망을 안고 다시 광화문 광장, 시청 광장에 깃발을 들고 나섰었다.

'92년 장마, 종로에서' 외에도 시대의 저항정신과 아픔을 이야기한 정태춘, 박은옥 노래는 무수히 많다. 주로 서정적인 가사와 토속적인 분위기 짙은 노래들이 선정됐지만 <불후의 명곡2>에서 '92년 장마, 종로에서'가 불렸다는 것은, 온 몸으로 시대의 부당함과 맞서 싸운 정태춘, 박은옥에 대한 예우라고 볼 수 있다. <불후의 명곡> 정태춘 & 박은옥 편은 이들이 노래한 시대정신에 대해 되새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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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돌양  knud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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