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MBN 시사토크 프로그램 <판도라>의 그래프 조작으로 논란이다. 버닝썬·김학의·장자연 사건 등을 통해 공수처 설립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그래프로 반영한 것인데 공수처 찬성의 82.9%를 원그래프의 절반에도 못 미치게 표현한 것이었다. 이 그래프에 따르면 82.9는 50보다 작으나 12.6에 4.5를 더한 수 17은 50보다 크다는 기적(?)의 산술이 완성된다.

MBN 시사 프로그램 <판도라> 110회

26일 트위터에서는 판도라가 만든 ‘기적의 그래프’를 수정하는 그래프 놀이가 한창이었다. 분노보다 조롱이 더 커 보이는 현상이다. <판도라> 제작진도 이런 현상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어떤 생각을 하든 아마도 다음 주 <판도라>는 이에 대해 사과를 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내용은 ‘실수였다’에 맞춰질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을 믿을 이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50도 55도 아닌 83을 50보다 작게 표현한 그래프는 실수로 만들어질 수준은 아니지 않겠는가.

방송이 이처럼 그래픽 장난을 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의 JTBC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번 <판도라>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았지만 JTBC는 뉴스 등을 통해 매우 빈번하게 여론조사 내용을 왜곡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평범한 문장을 블러 처리해 시청자로 하여금 그 안에 욕설이라도 담긴 것처럼 유도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자 논란은 커졌고 결국 손석희 앵커가 직접 사과하게 됐었다. 2017년 4월 19일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는 “뉴스가 그렇게 말했으니까...”라는 제목의 [앵커브리핑]을 진행했다. 내용은 JTBC의 그래프 실수 혹은 조작에 대한 사과였다. 당시 보도담당 사장의 공식사과였으니 그 무게감은 컸다. 이후 JTBC의 그래프 문제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자막누락 등의 소위 ‘저의가 의심되는’ 실수까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앵커브리핑] "JTBC 뉴스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1위를 기록한 JTBC가 그럴 정도면 <판도라>의 실수는 그저 필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도 무리는 아니다. 언론의 왜곡과 조작은 일일이 찾아내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다. 기레기의 시대이니 무리도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민 83%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는 것은 해도 너무한 것이다.

장자연 사건, 김학의 성범죄 의혹사건 등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진실규명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특권층의 특권을 더는 인정치 않겠다는 의지로 읽어야 한다. 그래프 조작 논란은 이 같은 민심과 정반대에 서 있다. 언론이 의제를 독점하던 시대는 끝이 났다. 또한 민심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도가 있다면 당장 거둬들여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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