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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법 ‘기각’ 판결 “헌재는 또 정치적 판단했다”[인터뷰]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선영 기자 | 승인 2010.11.26 16:52

헌법재판소의 언론 관련법(미디어법) 부작위 권한쟁의심판 기각 판결 이후, 오히려 언론법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언론법 논란은 일단락 됐다”며 환영했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언론 시민사회는 “헌재가 언론법의 위법성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며 국회를 향해 언론법의 위법성을 스스로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 25일 헌법재판소는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청구한 언론 관련법(미디어법) 부작위 권한쟁의심판을 기각했다. 이번 권한쟁의에 대해 재판관 4명은 각하 의견, 4명은 인용 의견, 1명은 기각 의견을 내면서, 인용을 위한 심판 정족수 1명이 부족해 인용 결정을 하지 못하고 결국 기각됐다. 

헌법재판소의 ‘기각’ 판결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다. 지난해 판결을 통해 언론법에 대한 위법·위헌적 요소를 헌재 스스로 인정했음에도, 이번 ‘기각’을 통해 “위헌적 요소를 제거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하면서 헌재 스스로 내뱉었던 판결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비판이다.

   
  ▲ 헌법재판소는 25일 `국회의장의 방송법안 등 가결선포 행위가 야당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했다'는 헌재 결정이 나온 뒤에도 국회의장이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원의 권한을 다시 침해한 것이라며 민주당 등 의원 85명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을 기각했다 ⓒ오마이뉴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미디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기각’ 판결을 “굉장히 미흡하고도 실망스러운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법적 판결이기 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가깝다”며 “재판관들이 헌재의 존재 이유, 본연의 사명과는 맞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고 일갈했다.

임 교수는 이 같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결국 헌재의 권위를 약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위법·위헌을 확인해 국회에 시정을 요구하더라도, 국회가 이번 언론법 국면에서 보인 행보처럼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헌재로서도 딱히 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임지봉 교수와의 일문 일답이다.

“위헌적 상태 치유하는 것이 헌재의 존립 이유이자 사명”

헌법재판소의 언론법 부작위 권한쟁의심판 기각 판결, 어떻게 보는가?

= 헌법재판소의 존립 이유는 위헌적인 법률이나 위헌적인 행정부의 공권력 행사 등에 대해 헌법적 관점에서 적극적인 위헌 선언을 함으로써 그러한 위헌적 상태를 치유해 우리사회의 헌법 질서를 수호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이 헌재의 존립 이유이면서 본연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비춰봤을 때, 이번 헌재의 결정은 굉장히 미흡하고도 실망스러운 판결이었다.

재판관들의 의견은 각하 4명, 기각 1명, 인용 4명으로 나뉘었다. 재판관들의 각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관 4명의 주된 근거는 지난 언론법 권한쟁의심판에서 언론법에 대한 위법만 확인했을 뿐, 위법 상태를 제거할 의무가 국회의장에게 부여한 것은 아니라는 논리였다. 또, ‘기각’의 논거는 위법 상태를 제거할 의무를 국회의장에게 부여한 것은 맞지만, 꼭 법안을 재심·재의결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제거할 것인지는 국회의장이 선택할 사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하와 기각 모두, 지난 번 헌법재판소의 결정 의미를 왜곡하고 있다. 지난 번 권한쟁의심판 판결은 언론법 가결 선포행위 과정이 위법하기에 위법한 상태를 제거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뜻인데, 이러한 판결 취지를 왜곡하고 위법한 상태를 제거할 의무가 없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재의 존재 이유, 본연의 사명과는 맞지 않는 것이다. “위법하다”는 부분만 확인하는 것은 헌재가 아니어도, 다른 학자들에게 물어봐도 가능한 부분이다.

헌법재판소가 있는 이유는 위법·위헌 요소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러한 위법·위헌을 시정함으로 우리나라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거다. 지난 번 언론법 판결 의미를 ‘위법만 확인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재 재판관들이 헌재 본연의 사명, 존재 이유 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한 데서 나온 결과라고 본다.

“앞으로 헌재의 권위 약화될 수도…”

   
  ▲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 ⓒ임지봉 교수 홈페이지  
 
1차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언론법의 위법·위헌적 요소를 확인했음에도 이번에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1차 판결 취지와 정면으로 어긋나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그렇게 보는가?

= 그렇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언론법에 대한 위법·위헌적 요소를 다시 확인했으나, 국회 스스로 이러한 부분을 제거하라는 취지인 것 같다. 1차 판결 때 ‘국회 스스로 하자를 바로 잡으라’고 했으나 해결되지 않아 야당 의원들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는데, 헌재가 또 이렇게 판단했기 때문에 ‘헌재가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이 있다.

앞으로는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위법·위헌성을 지적하는 판결을 내려도 무효선언만 하지 않는다면, 국회는 위법·위헌성이 지적된 법안이라도 쉽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헌재의 판결이 위험스러운 것이고, 우려스러운 것이다.

이번처럼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하는 경향이 짙어진다면, 헌재의 권위가 약화되는 것 아닌가?

= 헌법재판소의 권위가 약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삼권분립의 원리 원칙에도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본다. 삼권분립이라는 게 입법, 사법, 행정 이 세 권력이 상호간의 적절한 견제를 통해 권력의 집중을 막고, 권력 집중 시 초래될 수 있는 권력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헌재의 판결은 국회에 대한 헌재의 견제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 시킬 것이다. 헌재가 ‘위법만 확인했을 뿐, 법적 하자를 치유하는 노력은 안 해도 된다’라는 신호를 국회에 준 것이기에, 제대로 된 입법 절차를 밟아 통과시키라는 견제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헌재에 의한 국회에 대한 견제를 무력화 시키고, 견제를 통한 균형이라는 권력분립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큰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헌재, 이번에도 정치적 판단”

지난해,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헌재의 1차 언론법 권한쟁의심판에 대해 “정치적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도 헌재가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고 보나?

= 그렇게 생각한다. 이번에도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법안 심의나 국회의장의 법안 가결 선포행위가 법에 위반 되었다고 판단한다면 법 효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위법·위헌이라고 판단이 된다면 당연히 무효이다. 이것은 법의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다. 위법·위헌인데 무효 선언은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법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다. 또, 지난 번 결정 취지에서 어긋난 채로 ‘위법을 제거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한 것도 법적 논리에 맞지 않는다. 이번 판결은 법적 판결이기 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가깝다. 특히, 기각, 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관은 더욱 그렇다.

“합의없는 헌법재판소라면 상임 재판관 필요없어”

= 헌법재판소에 대해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데, 요즘 헌재는 민감한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관들끼리 합의의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재판관 9명은 개인의 철학, 가치에 따라 사건에 대한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헌재 상임 재판관으로 두는 것은 합의를 통해 서로 입장을 조율해 가급적이면 단일화된 결정을 내리라고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보면 인용, 각하, 기각이 4:4:1로 갈렸다. 헌재 재판부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평의를 하는데, 이는 평의를 통해 합의하라는 취지이다. 그런데 현재, 헌재 재판관 사이에는 전혀 평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헌재에 상임 재판관을 둘 필요가 없다. 다 비상임으로 두고, 위헌청구 등 사건 기록을 이메일로 보내고 각자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취합해 결정문을 내보내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 상임으로 둬서 매일 헌재에 나오게 하고, 국민 세금으로 비싼 월급 주고, 이를 보좌하기 위해 수십 명의 연구관과 연구원, 사무처 공무원을 두고, 헌재 건물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합의를 위해서다.

이렇게 민감한 사건들에 있어 전혀 합의가 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재판관들의 정치적 색깔이 너무 뚜렷하고, 자기를 추천해 준(대통령, 국회, 대법원) 쪽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지나치게 신경 쓰고 매달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법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이라고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결정들이 나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언론법을 둘러싼 위법 논란은 여전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잠시 망설이더니 기자를 향해 ‘무엇이 있을까요?’ 라고 오히려 되묻는다) 그래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더 문제 있다는 것이다. 헌재의 결정은 불가쟁력(형식적 확정력)이기 때문에 더 이상 다툴 수 없다. 최종적인 결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언론법 통과 과정에서의 절차상 위법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다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절차상 하자를 법적으로 다투기에는 많이 곤란해졌다. 다만, 이제는 통과된 언론법 내용 자체가 위헌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측면에서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 등으로 다툴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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