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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프리즈너’, ‘열혈사제’, ‘바벨’서 열일하는 이 남자들의 공통분모[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03.22 20:10

마르세유 출신의 젊은 선원 에드몽 당테스, 겨우 스무 살에 그는 선주의 눈에 들어 선장이 되고 약혼녀와의 결혼식을 앞둔 꿈에 부푼 청년이었다. 하지만 가장 행복해야 할 약혼식 장에서 음모에 빠져 모든 것을 잃고 무려 14년간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감옥에서 만난 신부의 도움으로 갖은 지식을 얻고 천신만고 끝에 감옥을 빠져나온 그는 숨겨둔 재산으로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신분세탁을 한 후 '복수'를 하기 위해 돌아온다. 

이 '복수'를 위해 자신을 지우고 새롭게 거듭난 이들이 2019년 우리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 캐릭터로 '열일'하고 있다. 자신이 당한 만큼 되갚아 주기 위해 자신을 지우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조차 마다하지 않는 이 복수의 클리셰가 21세기의 봄 우리 사회에서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노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로망으로서일까? 과연 그들이 복수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복수를 위해서라면 감옥도 마다하지 않는다, <닥터 프리즈너> 나이제 

KBS 2TV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태강 병원 응급의학센터 나이제(남궁 민 분), 그는 고지식한 의사였다. 돈도 없고 빽도 없지만 오로지 실력 하나만으로 버틴 그곳에서 자신의 월급을 털어 노숙자들을 치료해주었고, 가난한 농인 부부에게 직원 할인이란 핑계로 도움을 주는 그런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올곧은 의술은 가난한 농인 부부를 사고로 내몰고도 자기 동생 이마에 난 상처를 치료하라 길길이 날뛰는 태강 그룹의 아들 이재환(박은석 분)으로 인해 산산이 부서졌다. 농인 부부는 골든타임을 놓쳐 죽음에 이르렀고, 그에게 앙심을 품은 이재환의 농간에 나이제는 의료면허가 취소된 채 감옥에서 3년을 보내야 했다. 

그런 그가 3년 후 자신이 머물렀던 서서울 교도소로 돌아가고자 한다. 이번에는 죄수가 아니라 교도소 의무과장을 지원했다. 그곳엔 곧 그에게서 의사면허를 뺏고 농인 부부와 뱃속에 든 한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재환이 마약복용 혐의로 수용될 예정이다. 그가 감옥으로 들어오는 날 이송차량 전복 사고가 나고, 그 현장에 나타난 나이제는 이재환의 어머니가 형 집행정지 판정으로 이끌 이재환의 부상을 치료한다. 

그 과정에서 이재환과 그의 어머니 모이라의 적대적 세력인 이재준(최원영 분)의 신임까지 얻는다.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했던 전직 교도소 의무과장 선민식(김병철 분)에겐 그의 약점을 잡고 협박한다. 또한 죽어가는 이재환에게 이제야 너 때문에 죽어가던 이의 마음을 알겠냐고, 그러면서 그를 살린다.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이재환이 생각하는 가장 끔찍한 장소 감옥에서 차근차근 그를 괴롭히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복수라여기는 나이제 식의 '눈눈이이'다. 

KBS 2TV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병원장의 회유와 재벌의 강압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돌아섰던 강직하고 고지식했던 의사 나이제. 하지만 이제 그는 형 집행정지를 바라는 죄수의 없는 병도 만들어주고, 자신의 자리에 예정되어 있던 의료과장 후보자를 납치하기까지 한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감옥의 죄수든 재벌이든 그 누구와도 손잡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정의로운 의술을 펼치려던 그가 억울하게 자신의 의술을 잃고 자신이 보살피던 환자들마저 잃게 되며, 마치 '착한 사람이 돌변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듯하다. <닥터 프리즈너>는 4회에 걸쳐 나이제란 인물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서울 교도소 의무과장이 되는 과정을 그려내며, 분노하지만 차마 복수하지 못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시청자들의 통쾌한 탄성을 자아낸다. 

참회의 길이 복수의 길로, <열혈사제> 김해일

이번에는 본의 아니게 신분세탁이 된 케이스다. 국정원 대테러 특수팀 요원이었던 김해일(김남일 분)은 위르키스탄 반군들에게 붙잡힌 한국 봉사원들을 구하던 도중 그가 던진 폭탄에 어린이들을 살상하게 된 사건을 겪게 된다. 그 사건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김해일은 국정원을 나와 이영준 신부의 인도를 받아 신부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전력은 기록상에서 사라졌다.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

하지만 구담구 카르텔의 이권을 위해 성당을 차지하고자 한 세력들이 이영준 신부를 살해하고, 신부님이 애써 보살폈던 복지원마저 저들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분노조절장애 신부였던 김해일은 자신의 전력을 활용하여 수사에 돌입한다. 그는 구담구 신부이지만, 본의 아니게 그 신부라는 존재가 그의 지난 전력을 숨기는 방패가 된다. 자신을 숨긴 채, 하지만 가장 예리한 국정원 요원의 자세로 존경했던 신부님의 죽음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의 분노는 조절장애가 아니라, 가장 성스러운 수단이 된다. 

신부님을 죽이는 것도 모자라 신부님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간 '증인'들을 찾기 위해 국정원 시절 알았던 해커를 다그쳐 그들이 숨어있는 아지트를 턴다. 그런가 하면, 국정원 시절의 수사 능력으로 구담구 카르텔의 약한고리였던 복지원 급식업체 왕맛푸드의 비밀장부를 입수하고, 국정원 요원의 실력으로 그를 막아섰던 공무원과 황철범의 똘마니들을 압도한다. 

박경선 검사(이하늬 분)를 비롯한 구담구 쪽에서는 그의 정체를 궁금해 하지만 기록에서 삭제된 그의 과거는 오리무중이다. 이제 사건 당일, 황철범의 별장에 이영준 신부님이 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해일은 신부복을 벗는다. 그리고 '다시는 이곳에 오게 될 일이 없기를 기도해왔다'던 자신이 국정원 시절 장비들로 무장한 채 바이크를 타고 결전의 그곳으로 향한다. 

복수의 딜레마, <바벨> 차우혁

TV조선 특별기획드라마 <바벨>

어린 그의 앞에 다정했던 아버지는 차가운 시체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거산회장이 전해준 무언가를 보더니 다음 날 아침 목을 맸다.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차우혁(박시후 분)은 '복수'로 돌렸다. 거산을 쓰러뜨리기 위해 기자가 되었다. 거산의 비리를 파헤쳤다. 하지만 돌아온 건 신문사의 가장 큰 광고주였던 거산을 파헤쳤다는 이유로 연예부 좌천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포장마차에서 거산가 둘째 아들과 여배우 한정원의 밀회를 목격했다. 연예부 기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자극적인 형태로 '스폰서' 운운하며 기사를 써 제꼈다. 데스크의 허락도 받지 않고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그리고 그날 신문사에도 사표를 던졌다. 거산을 무너뜨릴 도구가 되지 않는 기자직에 미련이 없었다. 

대신 검사가 되었다. 서부지검 칼잡이가 되었고, 인도적인 정보를 통해 거산가의 둘째 딸 태유라의 마음을 샀다. 덕분에 거산 태 회장의 눈에 들어 거산 변호사가 될 기회가 다가왔다. 그런데 그때 헬기 사고로 태 회장이 사경을 헤매고, 둘째 아들인 태민호가 살해당했다. 그 수사가 차우혁에게 배당됐다. 거산을 무너뜨리기 위해 기자가 되고, 검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려던 그의 오랜 '복수'의 집념이 스스로 파열음을 낸 거산 덕에 탄탄대로를 걸을 일만 남은 듯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바로 태민호의 아내다. 그가 살아 돌아온 태민호로 인해 오열하던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입을 맞추었던. 

<바벨>의 서사는 여느 복수극과 톤을 달리한다. 드라마는 부도덕한 재벌가를 무너뜨리기 위한 복수극을 향해 질주하지만, 그 질주의 속도를 제어하는 건 뜻밖에도 '복수의 딜레마'이다. 부모님을 죽인 원수를 거산이라 생각했던 차우혁은 복수를 위해 자신을 던진다. 기자가 되고, 검사가 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선택한 방법들이 이제 그를 옭죈다. 

TV조선 특별기획드라마 <바벨>

자신의 기사로 인해 태민호와 결혼했던 한정원의 불행한 처지를 알게 된 차우혁은 그만 마음이 흔들린다. 자신의 서류에 '접근하기 용이할 것'이라던 그 대상 한정원에게 복수의 대상 이상으로 마음을 줘 버린 것. 스스로 죄책감인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말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재벌가의 희생양이 되고만 한정원을 두고 볼 수 없다. 

자신의 복수가 낳은 도덕적 '딜레마'는 사랑으로 치환되어 차우혁을 고뇌에 빠뜨린다. 자신의 복수를 위해 했던 행위들이 낳은 불행에 대해 '사랑'을 매개로 논한다. 그런 차우혁의 맞은편에는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사랑하는 이에게마저 칼을 꽂는 신현숙(김혜숙 분)이 있다. 드라마는 그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사랑의 도덕적 방식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그가 달려왔던 복수가 흔들린다. 아버지가 했던 사업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아버지는 태 회장과 신 여사와의 치정의 피해자였던 것. 과연 그럼에도 거산을 향해 계속 칼을 겨누어야 할까? 이렇게 <바벨>은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부도덕한 이슈로 문제가 되고 있는 TV조선을 통해 '의도와 행위의 도덕적 딜레마'를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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