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방송스태프 근로계약 체결 문제로 노조가 요청한 KBS 드라마 현장 특별근로감독 요청에 대한 판단을 연기했다. 3개월~6개월 단위로 촬영하는 드라마제작현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고용노동청은 지난 18일 KBS '왜그래 풍상씨'를 포함 총 5개 드라마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요청 수리 여부를 4월 8일까지 연장하여 검토한다는 공문을 방송스태프 노조 측에 발송했다.

방송스태프지부·한빛미디어 노동인권센터·민주노총서울본부는 지난달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5개 KBS 드라마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사진=미디어스)

앞서 지난 달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는 서울고용노동청에 KBS에서 방영·제작되고 있는 5개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닥터프리즈너/국민여러분/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왼손잡이 아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방송스태프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장시간 노동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드라마의 모든 제작사는 근로계약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왜그래 풍상씨' 제작 현장에서는 스태프들이 드라마 제작을 거부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지난달 12~13일 15시간 이상 장시간 촬영이 이어지면서 스태프들은 KBS PD에게 항의했지만, KBS PD는 촬영을 지속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시 조명, 그립, 기술팀 등이 제작을 거부하고 철수했다.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는 드라마제작현장에서 일하는 방송스태프들 대부분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3개 드라마제작현장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총 스태프 177명 중 일부 감독급을 제외한 157명의 근로자성이 확인됐다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스태프 개인에 대한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노조가 특별근로감독 요청에 나서게 된 것이다.

특별근로감독 요청에 대한 노동청의 판단 기한 연기에 방송스태프지부는 "드라마제작현장의 특성을 무시한 늑장 대응"이라며 서울고용노동청을 규탄했다. 3개월~6개월 단위로 촬영하는 프로젝트성 노동현장인 드라마제작현장에 대해 노동청이 특별근로감독 시행 판단을 연기하며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별근로감독 요청 대상 중 하나인 '왜그래 풍상씨'는 지난 14일 인기리에 방영이 종료됐다.

방송스태프지부는 21일 성명을 내어 "노동청의 결정은 드라마제작현장에서 반노동적 행태에 억압받는 방송스태프들의 노동인권을 무시하는 행태"라며 "드라마제작현장에서는 시간이 생명이다. 4월 8일까지 기다릴 수 없다. 지금 당장 5개 드라마 예외 없이 특별근로감독 시행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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