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가수 정준영 불법 촬영 영상물 공유 사건'을 보도하면서 2차 피해를 일으킨 TV조선·채널A에 의견진술 결정을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연예인이 아니라고 했음에도 방송에서 계속 암시를 주는 것은 명예살인과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정준영 불법 촬영물 공유 파동’ 소식을 다뤘다. 해당 방송에서 TV조선은 속칭 지라시에서 불법 촬영물 피해자로 지목된 여성 연예인의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채널A 뉴스A 방송화면. (사진=TV조선, 채널A 방송화면 갈무리, TV조선 방송화면 편집=민주언론시민연합)

윤우리 TV조선 기자는 “애꿎은 지금 여자 연예인들이 또 다른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피해자로 지목된 여성 연예인의 이름을 언급했다. 이에 엄성섭 앵커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뉴스겠지만 (루머 확산은) 자제해야 한다. 2차 피해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방송 다음 날인 14일 보도본부 핫라인은 “여성 연예인들이 이를(루머) 부인하는 공식 입장을 냈기 때문에 실명으로 보도했으나 이것 역시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있었다”면서 “다시 보기에서 해당 방송 부분을 즉시 삭제했다. 저희 생각이 짧았던 점, 시청자 여러분과 해당 연예인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12일 채널A의 뉴스A는 정준영 동영상에 등장하는 피해 여성이 7~8명에 이르고 연예인이 포함됐다는 단독보도를 내놨다. 채널A는 보도에서 해당 연예인의 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했다. 보도 다음 날인 13일 채널A는 사과 방송을 했다.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21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두 방송에 대해 의견진술 결정을 내렸다. 윤정주 위원은 “뉴스A 보도 전까지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 보도가 나간 직후 (피해자에 대한 정보가 특정되면서) 많은 여성 연예인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실명이 떠돌아다니면서 SNS를 통해서 굉장히 급속하게 퍼져나간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TV조선 보도에 대해선 “좋은 의도로 (방송을) 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문제를 확대 재생산했다”고 비판했다.

심영섭 위원은 “(보도에 나온 여성 연예인은) 치욕적인 사건의 피해자로 지목된 것인데 본인은 아니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에서) 계속 암시를 주는 건 명예살인”이라면서 “(여성 연예인 소속사에서) 보도자료 냈다고 해서 보도해달라는 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허미숙 소위원장은 “보도의 취지는 공익 목적이라고 본다”면서도 “(여성 연예인을) 특정해서 보도하는 순간 (시청자는)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보도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허미숙 소위원장, 심영섭·윤정주 위원은 의견진술 결정을 내렸다.

전광삼 위원은 “채널A의 방송이 여성 연예인을 특정했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광삼 위원은 “경찰이 준 자료거나 제보를 바탕으로 기사를 썼을 텐데 문제 삼을 수 있느냐”면서 “(해당 방송을 제재한다면) 뭘 보도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광삼 위원은 “TV조선도 (연예인 소속사가) 항간에 떠도는 소문의 연예인이 우리 소속 연예인이 아니라고 보도자료를 낸 것”이라면서 “그걸 가지고 방송사를 문제 삼는다면 지나친 측면이 있다”면서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임산부를 성폭행하는 장면을 방송한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에 대해서 의견진술 결정을 내렸다. 황후의 품격은 지난달 20일 극 중 여배우가 임신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성폭행 과정은 생략됐지만 전후 정황이 그대로 드러났다.

황후의 품격은 지난달 11일 조현병 환자를 폭력성이 강한 것처럼 왜곡해서 표현하고, 선정적인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 방통심의위로부터 법정제재 주의 결정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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