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말 한화와 FA 계약을 한 이용규가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그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추측과 추론은 가능하다.

베테랑 선수 예우는 그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현재 상황에서 이용규의 편에 설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몽니라고 표현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이용규의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속사 한화의 배려로 겨우 FA 계약을 할 수 있었던 이용규가 시즌 개막 직전 외부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한용덕 감독에게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구단 내부에서 정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에 자신의 트레이드 요구를 알렸다. 하지만 여론은 이용규 편이 아니다. ‘용규 놀이’로 한때 사랑을 받았던 그이지만 이제는 그런 존재감을 보이는 선수가 아니다. 부상 등으로 스스로 FA를 한 해 미룰 정도로 팀내 입지도 확고하지 않다. 물론 외야가 부실한 한화에서는 여전히 이용규의 존재감은 있다.

한화 이용규 입 열었다…‘트레이드 파문’ 진짜 이유는?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시기적으로 이런 결정을 한 부분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저는 개인이고 구단에 어떤 입장 표명을 해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용규는 20일 KBS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팀에 트레이드를 요구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며 자신이 트레이드를 요구한 이유가 다른 데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에서 언급된 타순과 수비 위치 변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용규를 좌익수 9번 타자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구단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나이가 들고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용규가 전성기와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

이용규는 지난 1월 한화와 '2+1'년 계약을 맺었다. 최대 26억 원을 받는 좋은 조건이다. 계약금 2억, 연봉 매년 4억, 옵션으로 매년 4억이 걸린 조건이다. 과거 수십억을 받았던 것과 비교해 보면 아쉬울 수도 있지만 이용규의 최근 성적을 생각해보면 나쁜 조건이 아니다.

한화 이용규 입 열었다…‘트레이드 파문’ 진짜 이유는?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이용규는 타순 변경이 문제가 아니라 주장하지만, 무엇 때문에 시즌을 앞두고 그런 요구를 했는지 밝히지 않는다. 그게 더 당혹스럽다. 이용규는 2년 동안 잘해야만 마지막 해 연장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26억 중 확정된 금액은 10억이다.

10억에 매년 옵션 4억씩을 모두 채운다면 18억까지 받을 수 있다. 이 정도 금액을 모두 수령한다면 당연히 플러스원도 채워 26억 모두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문제는 그 옵션이다. 당연히 성적에 따른 옵션일 수밖에 없다. 이를 채우기 위해서는 1번 타순에 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견수가 제격일 것이다.

이용규는 수비 위치 및 타순 변경, 옵션 불만은 전혀 이번 일의 이유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럼 왜 시즌 개막 직전 트레이드를 요청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를 밝히지 않은 채 팀 구상 자체를 무기력하기 만드는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는 없다.

한화 이글스 이용규 [연합뉴스 자료사진]

구단의 힘이 선수보다 크다는 주장은 역설적으로 자신이 궁지에 몰렸으니 도와달라는 요청이나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더욱 비겁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트레이드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그저 구단이 알아서 처분하라는 식의 행동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기아에서 FA가 되어 한화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팬들의 비난을 받았던 이용규. 한화에 있는 동안 부상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했던 그는 지난 시즌을 넘어 우승 도전장을 내민 한화 전체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외야가 다른 구단에 비해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용규의 이런 철없는 읍소는 모두를 불행하게 할 뿐이다.

이용규의 이런 행동으로 베테랑 선수들은 오히려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세대교체에 대한 요구들이 넘쳐 나는 상황에서 베테랑의 품격이 아닌 이기심만 드러내는 듯한 행동은 다른 베테랑 선수들마저 도매급으로 만들고 있다. 이용규는 왜 트레이드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 당당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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