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낮은 시청률과 관심으로 곤혹스러운 MBC <뉴스데스크>가 최근 왕종명 앵커의 강압적 인터뷰 태도로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러야 했다. 뉴스 후 앵커의 태도는 곧바로 논란이 되었고 MBC는 이에 대해 사과를 했다. 그렇게 일단락되었지만 MBC 뉴스에 대한 인상은 더욱 나빠졌다.

사실 그 인터뷰만 빼고 보자면 <뉴스데스크>의 보도는 구성이나 내용에서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평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수많은 기자들이 취재하고, 편집한 모든 노력은 앵커의 실수 하나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앞선 보도들은 모두 잊혀지고 앵커의 미숙하고 무례한 인터뷰만 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비판에 앞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뉴스데스크>의 절박한 현실이 오히려 안쓰럽기도 하다.

윤지오 씨와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면서 <뉴스데스크>의 흑역사로 통용되는 ‘소시지 빵’ 때보다 과연 얼마나 나아졌느냐는 질문에 답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됐다. 2017년 12월, 소위 MBC 정상화 이후 <뉴스데스크> 박성호 기자와 손정은 아나운서는 “MBC 뉴스를 반성합니다”라며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한 번의 사과로 끝나지 않고 시리즈로 반성의 이유를 보도했다. 그러지 않겠다는 의지이며 약속이었다.

그런 <뉴스데스크>의 낮은 자세는 시청자들에게 ‘만나면 좋은 친구’의 추억과 기대를 불러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뉴스데스크>는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반성과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도 뒤따랐다. 반짝 상승하던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다시 추락을 시작했고, 1%대의 시청률이라는 굴욕도 겪어야 했다.

MBC는 결국 방송시간을 30분 앞당기고 또 30분을 늘리는 과감한 개편을 시도했다. 그러나 개편 첫날 왕종명 앵커의 무리수가 발생했다. 더 빨리, 더 많이 보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거 MBC 노조가 사측에 그리고 국민을 향해 외쳤던 ‘공정보도’의 정도를 걷고 있느냐가 문제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뉴스데스크>의 보도는 대체로 그렇다. 문제는 그 속에 걸러지지 않는 나쁜 보도들이 여전하다는 데 있다.

예컨대 20일 <뉴스데스크>의 ‘정치적 참견시점’에서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 말레이시아 인사말 실수에 대한 보도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코너는 누가 봐도 JTBC ‘비하인드 뉴스’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물론 JTBC 따라하기는 MBC만의 문제는 아니다. KBS도 마찬가지다. 공교롭게도 KBS도 이 문제를 다뤘다. 그러나 같은 사안에 대한 MBC와 KBS의 보도는 사뭇 달랐다.

[정치적참견시점] 슬라맛 뻐땅? 소르?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MBC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 실수를 “우리나라에 와서 중국말로 인사하는 것”이라는 비유를 했다. 그러나 잘못이기는 했어도 그 차이가 한국말과 중국말로 비유할 정도였느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에 앞서 <뉴스데스크>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언어가 다르지 않다는 표를 직접 보여주고도 엉뚱한 결론을 냈다. 그러나 KBS는 이에 대해서 정말 그런지에 대한 팩트체크를 했다. 문제가 된 ‘쁘땅과 소레’가 두 나라 사전에는 동의어로 나온다는 사실과 “어차피 사투리 정도로 보면 된다”는 말레이시아 한인회 반응도 전했다.

그렇다 할지라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하는 말은 정확해야 했다. 그러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없는 청와대 실무진의 잘못이고, 태만이다. 이에 대한 비판은 청와대가 감수하고 분발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정작 현지에서는 잠잠한 일을 국내에서만 논란화시키는 과정에 MBC가 비판의식 없이 가세했다는 점은 역시나 실망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30분 더 빨리, 30분 더 많이는 중요치 않다. 더 늦고, 더 적더라도 더 정확하고 더 공정한 보도만이 <뉴스데스크>가 살 길이다. <뉴스데스크>의 ‘정치적 참견시점’은 “빠뜨리기 쉽지만 빠뜨려선 안 되는 정치뉴스를 쉽게 풀어 전해드립니다”라는 앵커 소개로 진행된다. 과연 말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뉴스데스크>는 개편 하루 만에 앵커사과로 뉴스를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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